나는 우울을 환불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우울증이 생긴 게 억울했고 불안했으며 끝내 부정했다. ’고객님. 이건 환불이 불가능한 상품입니다.‘ 나는 2년 간 직원에게 생떼를 쓰며 환불해달라고 했다. 이것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다가 전에 없던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됐다.
‘오늘 구매하신 목록은 과거 후회, 미래 걱정, 현재 자책입니다. 영수증 발급해 드릴게요.’ 꽤 많은 영수증이 쌓였다. 직원의 완강한 태도에 환불 받는 일을 그만두고, 일단 영수증을 모으기로 했다. 환불은 어렵지만 다양한 할인과 이벤트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어제는 달리기와 수다 떨기로 10%를 할인 받았다.
매일 밤마다 영수증이 발급된다. ‘또 비슷한 불안을 구매했구나. 와! 풀냄새 맡은 걸로도 할인이 되네.‘ 수백 장의 영수증을 보며 소비 습관을 바꾸고 다양한 할인을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나의 우울을 환불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곳에 나의 영수증을 차곡히 쌓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