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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피 Aug 12. 2023

난다의 게스트하우스

아날로그 인디아

인도의 뿌네라는 도시에는 오쇼아쉬람이라는 세계적인 명상센터가 있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 스승을 찾기 위해서, 인도를 방문한 목적들이 다양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 나에게도 뿌네를 방문한 목적이 있었으니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대만큼 도시는 활력이 넘쳤다. 1)유니폼인지 같은 옷을 입었지만 한눈에 봐도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나는 미리 여행책에서 읽어두었던 맘에 드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갔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우리에게는 '인도 100배 즐기기', '론니플레닛'이라는 여행사전이 있었다) 하지만 만실.. 택시는 이미 떠나 버렸고 내 몸무게의 반이나 하는 배낭을 메고 내 집을 찾아 헤맸다. 온몸은 점점 땀에 젖어 갔고 물이 너무 마시고 싶었다. 곳곳에 푸드트럭이라고 하긴 조금 그런, 푸드 리어카(?)가 있는 데 있을 건 다 있다. 시원한 물은 10루피 더 내란다. 나는 내놓으라는 짠순이지만 고민할 기력도 없어 얼른 사서 단숨에 반 이상을 마시고 손도 씻었다. 와, 검은색 구정물이다. 내 손에 검은색 물감 같은 게 묻은 줄 알았다.


 조금 기력을 찾았으니 다시 집을 찾아 나서 볼까? 저녁시간이 다되어 가니 집집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푸드 리어카(?)에서는 인도 스낵들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맛이 궁금했지만 일단 이놈으 배낭을 좀 어디 둘 데가 필요하다. 내가 걸을 때마다 온 거리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이 되었다. 예쁜 것도 아니고 차려입은 것도 아니고 노출은 더더욱 아닌데.. 연예인이 된 것 마냥 집중되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그때 다가와 나를 구해준 이가 있었으니 난다 아저씨였다.   




“안녕? 어느 나라 사람이야? 중국? 일본? ”

 “안녕, 난 한국에서 왔어. 내가 좀 바빠서.” 나도 모르게 경계태세.

 “내가 여기 옆 건물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데, 너 방 구하는 중 아냐?”

 “맞긴 한데.”

'엄마가 아무나 따라가지 말랬는데.'

 “내가 네 게스트하우스 좀 둘러볼 수 있을까? 맘에 들면 계약할게.”

더 이상 짜 낼 수 없던 기력이 나를 용감하게 했다.

 “그래, 따라와.”




가는 내내 바짝 긴장하여 멀찌감치 따라갔는데 진짜로 Nanda's guesthouse가 있다. 꽤 넓고 저렴하기까지 하다. 나는 일주일 묵을 것을 먼저 계산하고 대충 가방을 던져 놓은 뒤 보이지 않는 검은색 물감칠로 뒤덮인 온몸을 씻었다. 이렇게 더러운 내 몸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쾌감이 밀려온다. 뭔가 치료가 될 것 같다.

 인도먼지 대단해!


1)유니폼을 입고 다닌다고?

오쇼 아쉬람의 정식 명칭은

'OSHO INTERNATIONAL MEDITATION RESORT'(오쇼 국제 명상 리조트)  

명상센터 내에서 모든 주간활동시에 입어야 하는 '마론 로브'(자주색) 옷을 , 야간활동시에는 하얀옷을 입어야한다. 명상센터가 위치한 고레가온 파크에서는 일상복보다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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