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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피 Aug 13. 2023

내 방에 구멍이 있어 ep.1

니콜의 생일파티

Canadian친구 니콜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한국라면을 좋아하는 니콜에게 줄 선물로 꽁꽁 숨겨둔 내 비상식량 신라면 두 봉지를 꺼내 선물포장을 한다. 니콜은 평소 수수한 모습과 달리 빨간 원피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한 모습이다.

 “와우 니콜! 너무 예뻐! 내가 알던 니콜 맞아? 하하하하.” 오늘도 우린 깔깔 즐겁다.




나 외에 인도인 친구 둘이 더 있었는데 내가 가져간 라면은 대 인기였다. 맵다면서 물을 먹는 건지 라면을 먹는 건지 하면서도 국물 한 방울 없이 다 먹어 치웠다. 나는 인도의 전통 치킨, 1) 탄두리에 정신이 팔려 11조각째인가 입에 넣고 있을 그때였다. 니콜의 친구가 조심스레 말한다.


 “혜피, 너 난다 게스트 하우스에 있지?”

 “응 맞아. 운 좋았어. 저렴하고 지내기에 편해. 아저씨도 친절하고.”

 “근데 혜피, 조심해. 난다가 작년에 성희롱으로 신고당해서 경찰서에 간 적이 있거든, 혹시 방에 구멍이 있는지 잘 살펴봐”

 “What?!!!"


너무 충격이다. 그때부터 탄두리고 뭐고 맛이 없다. 빨리 집에 가서 그놈의 구멍이 어디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연기대상 감으로 파티의 끝까지 유쾌함을 유지하고선 집에 가 떨리는 마음으로 구멍을 수색했다.




 ‘!!!!!!!’


있다. 구멍이... 있다. 내 방문 열쇠구멍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알고 보니 용도 없는 그냥 구멍이다. 이렇게 커다랗게 뚫려 있는 것을 나는 왜 지금껏 보지 못했던가! 하.. 이를 어쩌지. 이 매력 있는 고레가온 파크라는 동네에 조금 오래 체류해 볼 생각으로 바로 엊그제 2개월치 페이를 다 완납한 상황이었다. 나는 일단 휴지로 구멍을 막았다.


 보자 보자, 혜승. 침착하자. 후.

 오늘 밤도 잠은 다 잤다.




1) 탄두리 치킨

탄두리 : 흙으로 만든 인도의 전통화덕 + 치킨 : 우리가 아는 닭

인도의 전통 치킨. 여러 향신료를 섞어 재워둔 닭을 전통화덕에 구워낸다. 향신료를 배합하는 방법이 식당마다, 가정마다 달라서 맛이 다른 것이 매력. 인도인 친구의 고조할머니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탄두리 레시피에는 100가지도 넘는 향신료를 섞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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