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한 점은 분명 어제 내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소리가 시장통이라는 것. 순간 스치는 생각.
‘혹시 그 구멍으로 문 열고 들어왔나?!! 납치당했나?’
화들짝 놀라서 잠은 다 깼는데 근육이 반응을 안 한다.
'뭐야. 이 사람들이 나를 결박한 건가? 근데 눈은 무슨 일이야. 왜 눈이 안 떠지지?'
그때, 손 하나가 불쑥 내 옷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저항할 수 없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손은 점점 더 위로 올라가 내 가슴을 꽉 쥔다.
“악!!!!!!!!!!”
어찌나 크게 소리를 쳤는지 텅 빈 방 안에 메아리가 친다. 조용하다.
가위에 눌려보는 기분이 궁금하기는 했었지만 여기서 이렇게 야하게(?) 눌릴 줄이야..
집에 가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떠나고 싶은 집이었는데...
그날,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휴학 강행에 부모님 속을 뒤집어가며 박박 우겨서 온 여행이었기에 다시 돌아가겠다는 말은 못 하겠고,
‘그냥 아빠 잘 지내나 전화했어.’
뱅뱅 맴도는 말이나 해댔다. 아빠가 자꾸 괜찮냐고 물으니까 자꾸 눈물이 나서 혼났다.
“뭘 물어~ 너무 재미있지.”
아빠가 실은 며칠 전 꿈을 꿨다고 했다. 내가 아주 커다란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힘겹게 걷고 있는 꿈.
“그래서 보고만 있었어? 아빠가 얼른 와서 도와줘야지.”
아빠와 엄마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아빠는 주로 말이 없고 바둑과 EBS 교양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 엄마는 꽤 이름난 사업가로 아무도 못 말리는 호랑이. 당연히 매번 엄마가 이기는 싸움에 아빠만 불쌍하다고 오해를 했었다.어찌되었건자녀들에게 불안감만 안겨주는 부모가 존경스럽진 않았다. 내 배낭여행의 첫 계기는 가정에 대한 외면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