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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다, 스페인

by 이해린

1. 지하철에 개들이 많다.

물론 목줄을 하고 지하철에 들어온다. 매우 온순하고, 짖지도 않는다. 주로 대형견이 많이 보인다. 지하철 통로에 자리를 떡 차지하고 있어 사람들이 그 위로 뛰어 다녀야 한다.


2. 수돗물을 잘 마신다.

우리나라도 수돗물 마셔도 되는데 사람들이 안 마시지만 여기선 마셔도 돼서 진짜 벌컥벌컥 마신다. 난 그 물 맛이 좋지 않아 피치 못할 때가 아니면 안 마시려고 한다.


3. 성중립 화장실이 많이 보인다.

흑흑 그래서 밖에서 화장실 가기가 싫다. 믿었던 스벅마저 날 배신 했을 때의 충격이란. 어떤 흐름으로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건지 궁금해진다.


4.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느 언어로 대화할지 먼저 물어본다.

아마 카탈란과 카스테야노(스페인어)가 모두 공식 언어로 지정되어서일 테다. 수업이나 발표 등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듣는 대상에 따라 사용 언어를 먼저 지정하고 자리를 시작하기도 한다.


5. 사람들이 여기저기 아무 데나 널브러져 앉는다.

지하철 안에서마저. 다리가 아프면 그냥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는다. 벼룩 장터의 상인과 같은 모양새가 된다.


6. 말 많다.

말이 진짜 많다. 얼마나 많냐면, 진짜, 많다. 본인들도 힘들어하는 것 같다.


7. 제시간에 시작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편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미나와 컨퍼런스 같은 공식적인 자리도 정시에 시작하지 않는 걸 보고 편견이 아닌 사실이라고 수용하기로 했다. 지각이 일상인 나는 오히려 좋지.


8. 음식도 술도 입에 넣는 건 다 맛있다.

이건 내가 아마 입맛이 굉장히 무던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다 맛있는 걸 어떡하겠나. 여기 와서 외식비가 비싸서 몸을 사렸으나 여태 외식한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 특히, 크로케따는 아묻따 어떤 걸 어디서 먹어도 다 맛있었다.


9. 오버투어리즘

지나친 관광객 방문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는 바르셀로나, 현지인들이 관광객을 싫어할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말이 나온다. 스페인 다른 지역보다도 월등히 세계 각국의 관광객 인구를 맞이하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관광 현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불편함과 불만이 관광객에게 전가되지 않으려면 주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0. 밥을 늦게 먹는다

이들은 식도염의 무서움을 모르는가. 물론 낮에 더운 탓에 생활 리듬이 여유롭고 느린 건 알고 나도 매우 좋아라 하는 부분이지만 밥을 아홉 시 열 시에 먹는 건 대체 신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이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우유를 맥여서 가벼운 유당불내증쯤이야 무시하는 한국인들처럼 늦게 먹을 버릇해서 식도염의 위험에 조금 더 강한 체질로 빚어지는 거려나. 아무리 가볍게 타파스만 먹는다고 하더라도 야식을 일절 먹지 않는(소화 기관의 한계로 못하는 것에 가까운) 내게는 일종의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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