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새로운 학기를 맞이했다. 2019학년도.
단어에서 오는 신선함이 있다. ‘새로운’이라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주는 팔딱거리는 생동감과 푸른 활기가 있다.
내 개인적 견해로 교사는 세 번의 새해를 맞이한다. 신정과 구정, 그리고 개학 첫 날.
그리고 매해를 넘기며 가장 기대되면서도 끔찍하게 두려운 것은 단연코 개학 첫 날일 것이다.
새로운 30명 남짓의 어린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
그 전의 십 몇 년의 시간은 모두 다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헤매다가 한 교실 안에서 단정한 출석부 명단의 이름들로 만나는 순간,
이 사람들은 내가 어깨에 이고 가야할 가장 무거운 선물들이 된다.
새학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 전날만 해도 빈 교실을 가득 채운 건 적막 뿐이었는데 3월 첫 날에는 부산스런 움직임이 날이 선 소음들을 만들고, 텅 빈 공기 속에는 어색함이 부유한다.
오고 가는 시선들은 서로를 탐색하고, 작게 열린 입술들 끝에서 떨어지는 말은 흐릿하게 맺어진다.
이름이 뭐야, 너 작년에 3반이었지?, 작년에 그 선생님 반 아니었나?
물음표로 끝나는지 마침표로 마무리되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아이들의 말소리는 미약하다.
그럴 때는 내가 나서야 한다.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앞으로 1년 간 여러분과 함께 시간을 보낼 담임교사 이혜린입니다. 만나서 진심으로 반가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누구보다 당차고 똑똑히 들릴 목소리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나는 어쩔 때는 무대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스타라는 생각을 한다. 서른 쌍의 시선을 받아내며 나는 꿋꿋이 자기 소개를 이어 나가고, 어색함을 부셔야 한다.
아이들과 내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다리를 연결해야 한다.
공사 작업은 빠르면 보름, 늦어도 한 달 내에는 마무리해야 한다.
부실 공사는 있을 수 없다. 무조건 튼튼하고, 견고하게.
아이들이 나를 믿을 수 있도록, 나를 따를 수 있도록. 나의 보호막 아래에서 웃고 행복할 뿐만 아니라, 다치고 울고 속상해도 괜찮을 수 있도록.
무조건적인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
이 선생님이면 다 괜찮을 거 같다, 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서른 명이 모두 날 오롯이 바라보는 순간, 새 학기는 시작한다. 새 해가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