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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린 Mar 13. 2022

자목련이 피면 신도림에 갈 것이다

나는 돌아오는 , 자목련이  때면 신도림역 2 출구로 나가 예전에 살았던 집을 들를 것이다.

건물   사이에  작은 공터에는 거주민을 위한 운동기구가   세워져 있다.

낮은 철봉과 그보다 반쯤  높은 철봉. 그리고 원반에 발을 딛고 허리를 돌리는 기구와 발을 끼워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기구.  자기 키에 맞춘 철제 단에 발을 끼워 윗몸일으키기를   있는 기구 앞에 자목련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하필이면 그런 뜬금없는 곳에 나무를 심었는지  깊은 뜻까지는 헤아릴  없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천장이 없어 나무가 햇볕을  받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목련은 꽃을 아낌없이 활짝 피워낼  있고, 내가 신도림에 살던 매년 그래 왔다.


그전까지는 자목련을 알지 못했다. 들어보지도,  적도 없었다.

그래서 자목련이 붉은 잎을 틔워내는  보고도  꽃은 잎이 붉네, 하고 말았다.

 머릿속에서 내가 목격하는 꽃과 이미 알고 있던 목련이 연결 지어지지 않았었다.

그러다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자주 누워  꽃을 바라본 나머지 꽃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내가 꽃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다고 했던가.

 그를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 삼고자 간단한 구글링을 했고, 자목련이라는  알게 되었다.

목련과 식물인 것을 깨달았을 때의 선선한 충격이란 그날 불었던 바람보다도 차가웠다.


나는 윗몸 일으키는 기구에 발을 끼워 넣고 자주 누워 자목련을 감상했다.

업무 전화를 받으면서도 목련 잎을 흘깃거리며 보았고,  당시에 끊어야지 하면서도 끊지 못했던 담배  대를 태우면서 떨어지는 꽃잎을 아쉽게 바라보기도 했다.

담배 연기가 푹푹 피어올라 자목련 뒤로 흩어지면 구름에서 떼어져 나온 작은 조각 같았다.

그렇게 자목련이 꽃을 피던  짧은 시간 동안 떠오르는 상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얇은 나뭇가지 위에 걸어 놓았다.

걸린 생각 덩이가 너무 많아질 무렵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목련은 꽃잎을 하나씩 허공에 날렸다.

또는 봄비가 내려 씻기듯 꽃잎이 떨어질 때도 있었다.

자목련 잎 마지막 하나둘만 남겨지고 아무리 열심히 올려다 보아도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만 보일  붉은 잎을 찾아볼  없을 때부터는   이상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눕지 않았다.


비가 내려도 춥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외투를  껴입을 생각이 들지 않는 요즘, 예전 신도림에서 살던 건물   사이에 끼인 공간에 혼자 서있던 자목련이 보고 싶어 진다.

해가 갈수록 페인트 칠이 벗겨져 벌건 속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하던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누워 다시 꽃잎을 하나씩 살펴보고 싶다.

그래도 다음에 가면 겨우 끊은 담배를 다시 피지는 않을  같다.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내 키에 맞는 칸에 발을 끼워 놓는다고 해도 윗몸일으키기를 할 것 같지도 않다.

자목련이 필 때 신도림을 가게 된다면 아마 얇은 자목련 나무에 위태롭게 매달린 꽃잎만 하나하나 열심히, 뚫어져라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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