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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린 Nov 27. 2022

11월 4주 소비 일지

아무 것도 아닌 것들에도 이름을 붙이면 의미가 생긴다는데 그럼 이름을 붙이는 거에 취미를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여분 전에 말이다. 나같은 사람은 생각과 실행 사이에 쉼이 없어야 한다. 아니면 생각은 빠르게 휘발된다. 휘발이 아닌 증발 수준. 그래서 이름을 붙여보겠다! 나의 스쳐지나가는 일상에.


특별하고 거창할 것 없는 일주일의 소비 기록이다. 물질적 소비, 시간과 에너지의 소비, 정신적 소비 등을 모조리 포함한 모든 소비다. 써버리는 게 아니라 쓴 다음에 뭐라도 얻어 보련다.


지지난주에 동학년 선생님 자녀를 위해 수능 응원 케이크를 선물했다. 친목 담당자로써 2년 연속 케이크를 거북이 등딱지처럼 이고 갔다. 그런데 아직 정산을 못했다. 벌써 2주가 지나서 정산을 알리기도 애매해졌다. 어쩌지, 하여간 귀찮음을 꼭 이렇게 돌려받는다.


연남동에 쿠킹 클래스를 들으러 갔다. 언니랑 어쩌고 솥밥이랑 저쩌고 라쟈냐를 만들었다. 라자냐가 아니었나, 다 먹어버려서 기억이 안나네. 맛있기는 기가 막혔는데 너무 짜서 체내 수분량이 조금 낮아졌다. 그리고 연남동을 홀로 떠돌며 여기 저기를 다녔는데 몸땡이는 하난데 가고 싶은 곳은 너무 많아서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파이 가게를 들어가 애플 파이를 먹었다. 맛있는데 너무 딱딱해서 에프에 돌려먹으면 더 좋겠다 싶었다. 물론 1층에 데워달라고 하면 그래줄 것 같았으나 생각만 했다. 내려가기 귀찮았다. 귀찮음의 가격을 파이의 딱딱함으로 지불한 셈이다.

그리고 4시쯤, 와인바를 갔는데 가게에 강아지가 있었다. 강아지의 복실한 하얀 털이 내려앉는 석양빛에 반사되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와인을 마시는건 그 날 최대 업적이다.

홍입으로 잰 걸음으로 가서 영화를 봤다. 영화볼 때 도 마시려고 스파클링 와인을 한 병 사왔다. 이 또한 후회 없는 선택. 영화 속 말하는 돌멩이를 보고 눈물이 줄줄 났다. 먼저 본 친구들이 눈물 뽑는 영화라길래 티슈 8장을 미리 뽑아가길 잘했다. 더 뽑아왔어도 좋을 뻔 했다.


연희동에 갈 일이 있었다. 까페에서 도넛이랑 아메리카노 먹으면서 외계인 나오는 넷플 드라마를 봤다. 그러다 출출해져서 파스타 가게에서 야무지게 저녁도 챙겨먹고, 길 건너 책 읽는 바가 있는데 늦으면 기다리는 사람 생긴대서 부지런히 갔다. 평일 저녁이어서 책바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고, 들고간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읽었다.


자전거가 낑겼다. 자전거 거치대에 오토바이 두 대가 들어오니까 그렇지, 에휴. 오도방구들 방 좀 빼줬으면 좋겠다. 내 자전거 지금 빼도박도 못하는 가엾은 신세로 전락했다.

주말 사이에 배민에서 디저트를 배달해 먹었다. 친구의 조언대로 난 요새 성실하게 당류 섭취를 줄이고 있다. 대신 주말은 제외라서 절박하게 찾아 먹는다. 그럼 소용 없느냐 의문이 들 수 있지만 7일에서 2일로 섭취 기간이 준 건 가히 고무적인 일이다. 바닐라 밀푀유, 바노피 파이와 플랑이다. 그 중 원픽은 바노피 파이. 다음날 다시 주문하려 했는데 문 닫아서 못한 게 한이다. 조만간 다시 도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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