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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Sep 26. 2018

'조기 은퇴' 마윈 회장의 값진 결단

전 세계 10억 고객 감동시킨 마윈 회장은 왜 은퇴할까

얼마 전 외신 비즈니스면을 뜨겁게 달군 기사가 있었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Alibaba)' 아시죠? 이 회사는 전 세계 9억 명의 고객에게 하루 6000만 개 물품을 배송하고 시가총액만 해도 450조 원이 넘는데요. 그래서 미국 아마존에 이은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주인공, 차세대 '빌 게이츠'로도 불리는 마윈 회장이 은퇴한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외신들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제일 먼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퍼졌는데요. 기사가 나간 이후엔 알리바바가 소유하고 있는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당장 은퇴는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결국 9월 10일 그의 생일이었던 날 마윈 회장은 1년간의 인수인계 기간을 거쳐 내년 9월에 은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윈 회장의 후임은 장융 현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윈은 중국 최고 갑부로 <포브스>의 ‘2018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20위를 차지했는데요. 그의 순자산은 44조 원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배가 넘습니다.


마윈이 세계 리더로 더 주목받게 된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말로 '흙수저' 출신이죠? 금수저인 우리나라 재벌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삼수를 해서 간신히 삼류 지방대학에 입학한 마윈은 원래 꿈이었던 경찰시험에 실패했고, 회사 입사시험만 30번 넘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해 영어교사가 됩니다.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회고하면서 왜소한 체격 때문에 심지어 맥도널드 알바도 거절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그는 우연히 영어 통역을 하러 간 미국 방문길에서 처음 인터넷을 접했는데요, 그 순간이 마윈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그는 이메일도 사용할 줄 몰랐던 컴맹이었는데 미국의 온라인 사이트들을 보면서 가능성을 본 거죠.


정말 돈이 없었어요. 계약직으로 일하며 월 4천 위안(65만 원)을 받았습니다. 5만 위안(8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는 교사를 하며 모은 800만원을 가지고 1999년 17명의 동료들과 중국 항저우에서 알리바바를 설립합니다. 그 다음해 알리바바의 가능성을 본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무려 2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성장합니다. 2003년엔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를 개설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죠. 이후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라는 전자결제시스템을 만들면서 세계 최대의 전자결제망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알리바바는 야후 차이나 운영권까지 갖게 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립니다. 2008년 마윈 회장은 온라인에서 파는 물건을 오프라인에서도 판다는 전략을 짜고 타오바오 쇼핑몰을 만듭니다. 현재 아마존이 하고 있는 '아마존GO' 도 알리바바의 이런 시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한 눈에 보는 알리바바 기업분석 (출처:GGV Capital)


2013년 마윈은 알리바바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명예회장으로 남는데요. 더 재미있는 건 그 다음해 알리바바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그러니깐 상장을 추진합니다. 이때 상장 규모가 무려 28조 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당시 세계 최대 상장 규모였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던 마윈 회장은 왜 54세인 나이에 은퇴를 하는 걸까요?   


그가 은퇴를 공식 발표한 9월 10일.

이날은 그의 생일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스승의 날입니다. 그는 줄곳 일찍 은퇴하고 다시 교직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블룸버그 TV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평소 빌 게이츠를 존경하는데 자신이 그보다는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 보다 일찍 은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알리바바 경영자의 일보다 더 나은일, 사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거듭 내비쳤습니다.



저는 곧 교육계로 다시 돌아갑니다. 교육은 제게 더 자신 있는 분야예요. 알리바바 최고경영자보다 잘할 것 같습니다.



마윈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재산과 교육에 쓰고 싶다고 강조할 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CEO를 내려놓은 후엔 가장 먼저 마윈 재단을 설립해서 모교에 180억 원을 기부하고,  중국 농촌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꿈은 중국 시골 지역의 낙후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난 다른 사람들이 더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돈을 쓸 거예요.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가졌거든요. 내가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데 돈을 쓰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그의 조기 은퇴가 중국 정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아닌 뉴욕에 먼저 상장하면서 중국 당국에 찍혔다는 건데요. 상장 후 중국 당국이 실제로 알리바바 직원들의 비리를 밝히는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이에 대해 마윈 회장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Gossip has been around us every day for the last 19 years. For someone who has a dream for the future, gossips, rumours, hardships and frustrations will always be part of your life
가십(뒷말)은 지난 19년동안 매일 같이 저희 주변에 있었습니다. 꿈이 있는 자에겐 항상 가십, 루머, 역경, 불만 등이 인생의 일부가 됩니다.


 To friends, you don't need to explain. To non-friends, the more you explain, the worse the situation becomes. At the age of 54, I am a bit old in the Internet industry, but quite young for many other sectors. In the next 15 to 16 years, there's still a lot of things I can do. I know it would be difficult for people at the age of 55 or 56, say 60, to leave. By then you would no longer be sure about your future, and you would hang on.
친구들에겐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친구가 아닌 사람들에겐 설명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죠. 내 나이 54세, 인터넷 산업에선 약간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야에서 꽤 젊은편이죠. 앞으로 15~16년 후에도 아직 그 곳에선 할 일들이 많을겁니다. 55, 56세 아니 60세 나이가 되면 떠나기 힘든다는 것을 압니다.그 땐 당신은 미래에 대해 확신이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자리에서 멈추겠죠.


이 외에도 마윈의 인터뷰들을 보다가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는데요.  "10년간 경영권 이양을 위해 준비했다"라는 것입니다. 10년 전이면 알리바바가 한참 성장가도를 달릴 때인데요. 이미 10년 후를 내다보고 계획을 했다는 거죠.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를 지키는 경영인이 몇이나 있나요?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은 치매 직전까지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잖아요? 더욱이 그는 알리바바의 경영권을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줬습니다. 40대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이양할 준비를 하면서 더 능력 있고 젊은 후임을 찾았다는 것은 우리 기업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은퇴는 한 시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마윈 회장의 이 말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가 고심해볼 만한 대목입니다. 그의 값진 결단이 소중한 열매로 결실을 맺기를 기원합니다.            

       





아래는 제가 마윈 회장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 한 라디오 방송입니다. 매주 월요일 새벽 6시 40분, CBS에서 외식 속 경제 코너에 출연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1658?e=22709224


■참고 기사 및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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