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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Jun 05. 2018

'Pay-Gap', 세계에 퍼진 남녀임금차 해결될까?

독일 등 유럽 '남녀임금차' 줄이기 본격 시동


독일은 지난 12년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 아래 눈에 띄는 경제 성장을 보였습니다. 실업률도 최저치를 기록했고요. 그런데 이런 성장 속에서도 소득분배는 제대로 되지 않았나 봅니다. 여성과 남성 임금 차이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3일 보도했습니다. 남성의 임금은 계속 오르는데 여성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거죠.


10년 넘게 여성 총리가 독일을 이끌고 있는데도 여성에 대한 차별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성우월주의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를 시사합니다. 유럽 내 남녀임금차는 독일 문화에서 고착되었습니다. 독일어로 'Frauenberufe'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뜻은 '여성의 일' 즉 저임금직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유럽 내 독일이 가장 심각한 남녀임금차를 보이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실까요?


독일의 여성이 유럽연합(EU) 내에서 가장 많은 임금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임금차는 독일이 21.5%, 영국은 21%를 보이고 있음.


베를린에 있는 독일 경제연구소의 지난해 연구자료를 보니깐 여성이 대부분인 의료 지원직도 남성이 임금을 40% 더 받고 있습니다. 파트타임직도 여성이 남성보다 50%나 적게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일이 지난 1월 'Wage Transparency Act' (임금투명공개법)을 지난해 1월 시행했습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남녀 임금격차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고 정부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생각만큼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직까지도 기업들, 그러니깐 사용자한테 너무 많은 재량권이 부여되고 있다는 것이죠.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조지 클루게 변호사는 "이 법은 실질적으로 임금 평등을 강화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소송을 제기할 의향이 있어도 여성은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소송 자체를 꺼려한다는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독일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얼마 전 남녀임금차에 대한 논란이 커졌습니다. 영국 기업들은 매년 남녀임금차를 공개해야 하는데 연초에 이 보고서가 논란이 되면서 대중의 비난을 샀습니다.     


남성이 1파운드 보너스를 받을 때 여성이 받는 보너스 금액. 바클레이즈의 경우 남성 보너스 1유로당 여성은 0.27 파운드를 받는다.


HSBC 은행의 경우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보다 59% 적은 임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영국 금융권 노동자를 보면 54%가 여성입니다. 그럼에도 여성 평균임금이 남성보다 이렇게 많이 적은 것은 임원과 같은 상급자들이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은 평직원이거나 관리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즉 ‘유리천장’ 문제가 여전히 남녀임금차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HSBC의 경우 임원의 23% 정도가 여성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과 남성 직원의 보너스를 봐도 남성이 여성보다 86% 더 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HSBC 뿐 아니라 골드만삭스 디트로이트 바클레이드 유명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로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보다 40-50% 정도 임금을 낮게 받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기업이 전체의 78%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유리천장 문제가 (특히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 가장 심한 것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알려져 있었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그래도 기업에 여성 임원 비율을 지키도록 권고하는 등 미국보단 여성에 지위를 더 부여하는 것을 알려져 있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남녀임금차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이 밖에도 영국 공영방송사 BBC 여성 에디터인 캐리 그레이시가 남성 동료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아왔다며 보직 사퇴로 항의를 했죠.  


BBC 방송은 지난해 7월 주요 방송인의 보수를 공개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2016년 연례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여기서 15만 파운드 이상 고연봉자의 96명 중 여성은 고작 34명으로 나타나 전체 인력의 3분의 1이었습니다. 25만 파운드 이상은 34명 중 여성이 9명에 불과했고요.


전체 직원 평균을 보니깐 남성이 여성보다 보통 9.5%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 드러났죠. 같은 연차, 같은 학벌 등 조건이 모두 동일한 상태에서요.     


급기야 영국인들은 공영방송 BBC에 시위를 하면서 성평등을 강화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BBC는 시사 및 화제 프로그램 전반에 참여하는 남녀 전문가 비율을 내년까지 50%씩 맞추기로 했습니다.     


지난 4월에도 스타벅스 루시 헬름 부사장 이 남녀뿐 아니라 인종별 임금을 100% 동일하게 지급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차량 공유업체인 리프트도 같은 선언을 했고요. 각국에서 남녀 임금차에 대한 감시나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 이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임금 격차를 줄이고 노동에 대해 평등한 참여를 촉진하는 것은 전 세계 경제에 160조 달러(약 17경 2272조 원)의 경제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글로벌 GDP의 2배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남녀임금차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한국 남녀임금차는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 임금 통계치를 수집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민간기업의 임금정보를 강제로 받을 방법이 없다면서 우선 공공부문의 남녀 임금격차부터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남녀 임금격차가 사실 공공부문보단 민간 기업에서 두드러지는 문제라서 정부가 남녀 임금 격차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자 한다면 더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남성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있기 때문에 남녀 임금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여성이 상대적으로 같은 일을 해도 임직원으로 올라가기 힘들고 처우도 낮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독일처럼 모든 기업이 남녀라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지 않고 임금차를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호망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블룸버그에 실린 도이치방크 임원의 인터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소개합니다.


Transparency is becoming a differentiating factor, people who join companies inquire a lot more about the reality behind the slogans.     투명성은 차별화 요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입사자들은 회사 슬로건 뒤에 숨겨진 현실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구성원들이 먼저 나서서 움직여야 합니다. 직원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서는 회사가 굳이 직원의 평등을 챙겨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깐요. 남녀 임금차뿐 아니라 사회 불평등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세상은 변할 테니깐요!      




■참고자료 및 기사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8-06-03/germany-s-big-pay-gap-problem

http://www.bbc.com/news/uk-42598775

https://www.modernghana.com/news/857731/globally-countries-lose-160-trillion-in-wealth-due-to-earn.html

https://www.ft.com/content/88d32ac8-21f5-11e8-9a70-08f71579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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