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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Jan 03. 2019

빈부격차 부추기는 '데이팅앱'

해리가 샐리를 클릭했을 때

디지털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순식간에 바꾸고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이나 소통하는 방식은 물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먹고, 입는 것도 단 번에 해결되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죠? (이미 해외에선 '알렉사'와 같은 인공지능(AI) 스피커 하나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요.)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연애’도 이젠 스마트폰 하나로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 틴더(tinder), 아만다와 같은 앱 들어보셨죠. 이성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데이팅 앱’인데요. 스마트폰 하나면 데이트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제 주변 20대 미혼 남녀들도 더 이상 지인들을 통해 사람을 소개받지 않고 데이팅 앱을 통해 자신이 내건 조건에 부합하는 상대를 만나고 연애를 하고 있답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면서 결혼까지 골인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미국에선 결혼하는 커플 중 3분의1 이상이 데이팅 앱 같은 온라인 매칭 서비스를 통해 만났다고 합니다. 매달 200만 명이 데이팅 앱을 사용한다고 하니 엄청나죠?  

   

"해리가 샐리를 클릭했을 때"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지인을 통한 소개팅 보다도 더 많은 선택권을 줍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소개팅을 해준다면서 지인들이 원하는 이상형을 물어보면 솔직히 말해야 하나 고민할때도 있지 않나요? 혹여나 자신을 세속적으로 볼까 하는 우려 때문에  마음속에 있는 '키 180 이상, 연봉 1억 이상' 등의 조건들을 당당히 말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데이팅 앱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상세하게 적을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파트너를 찾을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온라인 데이팅은 양자 간의 동의에 한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억지로 만나야 하는 다소 '불편한' 상황은 피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인 만남이란 평가도 있어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온라인상 만남이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평판이나 배경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워낙 많은 풀 안에서 상대를 고르다 보니 기준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성별은 보면 남자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남성은 데이팅 앱을 통해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난다고 해도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사실 온라인 매칭 서비스의 시작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페이스북에서 시작됐습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2003년 하버드 대학 동기들과 함께 학생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매력을 투표하는, 우리로 치면 '이상형 월드컵'과 같은 서비스를 '페이스메시(Facemash)'로 시작한 것은 유명한 일화죠.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다 페이스북이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런칭하게 된겁니다. 페이스북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거대한 플랫폼이죠.


그럼 데이팅 앱 시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길래 여기저기서 데이팅 앱 광고가 뜨는 걸까요?


Statista에 따르면 미국 데이팅 앱 매출 규모는 올해 12억 달러 (1조 3000억)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4년 후인 2022년엔 약 16억 달러 그러니깐 2조 원 가까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겁니다. 국내 라면 시장이 약 2조 원 규모니깐요. 우리 국민이 소비하는 라면만큼 미국인들은 데이팅 앱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사를 해보니깐 미국에서는 데이팅 앱 이용자 한 명당 평균 매출이 약 5달러 정도 된다고 합니다.     



미국의 틴더라는 앱이 대표적인데요. 이미 틴더는 국내에도 진출했고 미국에선 지난해 가장 인기가 많았던 데이팅 앱으로 꼽혔습니다. 이 외 아만다 같은 국내 데이팅 앱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서비스에 대한 수익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미국 20-24세 인구 가운데 온라인 데이팅 앱 사용자 비중은 2013년 10%에서 5년 사이 2배가 넘는 27%로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말 틴더는 인구가 많은 인도와 같은 시장에도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틴터의 모회사인 매치그룹의 경우 연매출만 4조가 넘으며 시가총액은 14조원을 넘어섰는데요. 이 그룹은 지난 2016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편 국내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 규모 정도로 미국과 일본 등의 해외 시장보다는 작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팅 앱, '끼리끼리' 만남 활성..빈부격차 심화


지난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데이팅 앱에 대한 기사를 'Elite Dating Apps Threaten to Make America’s Wealth Gap Worse'라는 제목으로 냈습니다. 여기서 Wealth gap은 ‘빈부격차’를 뜻하죠.     


워낙 많은 데이팅 앱이 생기다 보니 회사들은 점점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 소비여력이 좀 더 많은 엘리트층을 공략한 서비스입니다. 블룸버그가 집중 보도한 이 앱은 스펙이 좋은 남녀가 주 이용자인 엘리트 앱 '더 리그'입니다. 2015년에 시작한 미국의 대표적인 엘리트 데이트 서비스이기도 한데요. 고학력 고연봉의 싱글 남녀를 타깃으로 만든 앱이고, 똑똑한 만남을 강조합니다.  


현재 이 앱의 사용자는 3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가입하고자 대기 명단에 오른 이용자는 50만 명이 넘습니다. 더 리그처럼 엘리트 층을 노리는 배타적인 데이트 앱으로는 럭시, 라야, 스파콜로지 등이 있는데요. 럭시의 경우엔 연소득이 5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5-6억 원이 넘는 연봉이 넘어야만 가입이 되고요, 스파콜로지는 기존 회원의 추천 그리고 회사의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하고 무조건 명문대를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엘리트’ 데이트 앱이 오히려 미국의 빈부격차가 커지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습니다. 좋은 교육을 받고 대도시에서 좋은 직장을 다니는 이성들끼리 만나면서 소득불평등과 지역 간 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아래 통계자료를 보면 데이팅 앱 사용자 중 46.2%가 고소득층입니다.


여기서 잠깐, 꼭 이런 데이팅 앱 때문에 젊은이들이 끼리끼리 만난다고 해석할 수가 있을까요?     


물론 끼리끼리 만남의 현상은 데이팅 앱만 때문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미국 버지니아대에서도 조사를 했는데요. 미국 50대 도심에 사는 25세 이상 성인 가운데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이들의 비중이 1990년 29%에서 2015년 52%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이 비중이 낮았습니다. 고학력자들이 좋은 직장을 찾아 대도시 중심지로 몰린 결과입니다.      



이 결과를 보면 꼭 데이팅 앱이 아니라도 고학력, 고소득자들이 끼리끼리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입니다. 이처럼 엘리트층이 고연봉을 받을 수 있는 큰 도시로 몰리는 데다 엘리트 데이팅 앱 같은 서비스들이 더 끼리끼리 만남을 주도하면서 어쩔 수 없이 빈부격차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가족학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부부 모두 대학교를 졸업한 비율이 2000년 17%에서 2015년에는 24%로 높아졌습니다. 결국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고학력자와 고소득층은 비슷한 조건을 가진 배우자와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이것이 결국 사회 불평등을 오랜 기간 지속시킬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낸 적이 있습니다.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되면서 자연스레 사회로 진출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여성들이 자신과 비슷한 배우자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 때문에 계층 간 불평등은 더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결혼을 통해 자연스레 신분이 상승되어서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끼리끼리 결혼의 증가는 결국 가계소득 불평등과 밀접하게 연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유한 사람끼리 결혼하면 그 가정의 경제적 혜택은 (가난한 사람끼리 결혼한 경우와 비교할 때) 배가되기 때문인데요.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은 자녀들의 성취 기회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이미 입증됐죠. 결국 끼리끼리 결혼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계층 간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동성동본 금혼 같은 규제를 요즘 시대에 적용하기는 힘들겠죠.

이런 보도가 나간 후 지난해 말 미국에서는 도심이 아닌 시골 싱글 남녀를 연결해주는 'Farmers dating' 앱이 생겼습니다. 도심의 남녀를 집중한 데이팅 앱이 오히려 빈부격차를 더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농사를 짓는 미혼 남녀를 이어주는 서비스가 생겨난 거죠.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라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모르겠지만요.

"There's a serious gap in mainstream dating apps that cater specifically to farmers and people from rural communities.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저출산’이라고 합니다. 비혼주의자들이 늘어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 노키즈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결혼에 성공할 수 있는 똑똑한 만남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이 생겨나는 것도 이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지만요!  


■참고 기사 및 자료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8-04-17/the-league-and-other-selective-dating-apps-may-worsen-inequality

https://en.wikipedia.org/wiki/Match_Group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826778/most-popular-dating-apps-by-audience-size-usa/

http://fortune.com/2018/10/03/bumble-thinks-it-can-fix-dating-apps-for-women-in-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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