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ree Mar 09. 2019

미-중 사이에 선 베트남의 선택은?

북미회담 후 베트남, 경제성장 위한 전략적 외교 이어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현주소를 거론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등 이전 정부들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는데요. 이는 오히려 중국 경제 발전과 성장을 위한 것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왜 트럼프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회담에서 중국을 거론했을까요?


북한은 물론 중국과 외교적으로도 친밀한 관계를 가진 베트남을 두고 의도적으로 중국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건데요. 오히려 이 두 국가의 신경전에서 베트남은 이득을 얻었습니다. 특히, 베트남은 이번 회담을 개최하면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습니다. 베트남과 미국 간 항공기 거래는 물론 GE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과 베트남은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베트남의 성장스토리


베트남은 최근 아세안 지역 내에서 가장 경제성장이 두드러진 곳입니다. 30년 전 경제개혁(도이머이)이 시작된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를 제치고 최고의 성장을 기록했으니깐요. 2018년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은 7%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베트남이 이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노동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겁니다. 베트남엔 500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있으며 생산직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임금은 월 216달러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또 베트남은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 비해 전기요금도 저렴한 편입니다. 2018년 기준 베트남은 킬로와트당 7센트인 반면 인도네시아는 10센트, 필리핀은 19센트로 거의 베트남의 2배가 넘는 가격이니깐요.


특히 베트남은 관광 수입으로 적지 않은 경제효과를 봤는데요. 작년엔 20억 달러의 관광 수입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번 회담 개최 이후 하노이의 관광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Source: Korea Times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도 지난해 35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이 외국인 투자 중 가장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뒤를 잇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본에 이어 베트남에 가장 많이 진출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되고 있죠. 지난해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3위 수출 대상국이었습니다. 교역 규모는 2009년 95억 달러 수준에서 작년에 682억 달러로 7배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베트남이 중국의 뒤를 이어 전자제품의 제조기지로 급부상하면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확대, 한국산 부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주로 한국, 중국 등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다시 수출하는 가공 무역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과 무역에 있어서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기도 한데요.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양국 간 교역액은 약 97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베트남과의 교역으로 흑자이지만, 반면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10대 교역대상국 가운데 미국(-35.8%)에서의 수입이 가장 많이 줄었고 그다음이 베트남(-24.2%)이었습니다. 참고로 중국은 베트남의 교역국 129개국 중 7번째로 규모가 큽니다.



그런데 미국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양국 간의 교역에서 베트남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데요.  베트남은 미국과의 거래에서 흑자를 보고 있지만 미국은 베트남과의 무역 거래에서 2018년 기준으로 39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번에도 베트남은 북미회담을 개최하게 되면서 미국의 득을 많이 봤습니다. 베트남은 이전에도 굵직한 국제행사를 치렀습니다. 2008년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2017년에는 세계경제포럼과 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개최했죠. 이번 북미회담 결과가 아쉽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북미회담을 얻은 경제적 국가적 이익이 많습니다.


'경제&안보'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베트남


몇 년 사이 베트남은 일본, 미국, 인도와 안보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입니다. 서서히 중국을 견제하면서 타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겁니다.


트뤼엉 탄 상 베트남 전 대통령은 이전에 일본에 방문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일본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2018년엔 일본과 베트남이 공동의장을 맡으면 국방정책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베트남은 미국과도 전략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2017년 7월 워싱턴과 하노이는 제8차 해군 전술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미국은 베트남의 유엔 평화유지 활동의 참여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죠. 특히 베트남전이 종료된 지 40여 년이 지난 2018년 미 해군 항공모함인 '칼빈슨'함이 다낭에 도착했는데요. 이는 양군 간 전략적 협력 맥락에서 중요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침략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중국에 던진 것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베트남은 인도와의 안보 관계도 강화했습니다. 2016년 베트남을 방문한 모디 인도 총리는 약 5억 달러 규모의 방위 협력안을 제시했습니다.


베트남, 미국에 한 발짝 더 다가가나


그동안 미-베트남의 관계를 보면 지난 30년간 꾸준한 성장이 있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서서히 축소하려는 노력이 보였는데요. 1975년 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대미수교를 추진했고 1984년에는 미국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1984년 12월 중앙위원회에서 베트남 공산당은 '미국의 관심사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방침까지 마련했죠. 베트남이 미국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그런데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중 1990년대 상황이 급진전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조치들이 취해졌습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미·소 냉전구도가 와해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은 베트남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낀 겁니다.


1994년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무역 금지를 해제했죠. 1995년 7월 11일엔 국교 체결이 성사됐고요. 또 양국의 무역 협정은 2001년 미 의회와 베트남의 국회 승인을 받아 발효되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에도 경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2015년 체결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으로 베트남은 미국 시장에 대한 특혜를 받으며 이익을 가져온 하나의 예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등 교역국과의 무역적자를 앞세우며 선거를 했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미국에 TPP를 탈퇴하며 좌절의 시간을 겪었죠. 하지만 다행히도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는 계속 진전을 거듭했습니다.

2017년 5월 베트남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80억 달러의 거래(미국의 캐터필러와 GE)가 성사됐습니다.  트럼프는 몇 달 뒤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도 베트남의 경제 발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미국과 베트남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통하는 모습입니다.


미-중과의 오묘한 삼각관계 속 베트남


베트남-미국-중국 간의 삼각관계는 역사적 맥락뿐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베트남으로 해외 지사를 옮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지금까지 베트남이 수혜를 입은 것은 맞지만 드라마틱한 성장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북미회담 중 베트남은 미국과 중요한 거래를 체결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항공사인 Viet Jet이 100대와 GE/GFM엔진 215대를 사들인 것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항공기술업체인 사브로도 베트남 국적기인 베트남항공과 계약을 체결했죠. 3억 달러로 추산되는 이번 계약은 베트남 항공사의 디지털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이번 트럼프 방문으로 베트남과 미국 간 거래된 액수는 200억 달러(2조 원) 가량 될 것이라고 하니깐 베트남은 상당한 이익을 얻은 거죠.


미중 무역전쟁으로 베트남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한 논의가 있는 동안 중국은 북한과 관련한 트럼프 발언뿐 아니라 베트남 방문 기간 체결될 거래에도 예의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비행기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총괄하는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매년 약 700대가 넘는 비행기가 이 곳에서 내부 인테리어 및 구성이 진행되기 때문인데요. 바로 이번에 베트남이 체결한 항공기 거래가 중국에겐 호재가 될 수 있는 거죠.


물론 트럼프의 이번 베트남 방문의 초점은 북한이었지만 베트남은 이번 회담 개최로 미국과의 경제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다졌습니다. 자유롭고 보다 공정한 인도-태평양을 구성하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인 맥락에서도 미중관계는 베트남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중국을 인식하면서도 미국과 전략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 무역거래에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이 베트남에 경제적 이익을 더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번 하노이 북미회담 개최는 베트남에겐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기록될 것입니다.


베트남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남중국해 어선까지 침몰되자 베트남 내 반중 감정이 퍼졌고 정부도 국민들의 반응에 계속 친중행보를 이어가기엔 부담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 와중에 베트남은 북미회담 개최라는 큰 기회를 얻었고 미국과 굵직한 거래까지 성사시켰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삼각관계에서 서서히 중국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베트남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 은근히 미-중의 관계가 계속 냉전을 이어가길 바랄 수도 있겠죠?


국제관계, 경제, 그리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공통점은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것(unpredictable)!인데요. 앞으로 이 삼각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와 베트남 대응과 경제성장에 관심이 주목됩니다.


■참고문헌






이전 11화 베트남은 '북미회담' 개최로 무엇을 얻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