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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Feb 27. 2019

베트남은 '북미회담' 개최로 무엇을 얻었나?

  Episode 1

    <이번 칼럼은 번역가 겸 국제정치연구자 나지원님이 기고해주신 칼럼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오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합의가 성사될 예정입니다. 베트남이 싱가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정해지면서 전 세계 언론들은 베트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베트남인데다 북한이 경제개혁 롤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죠.


베트남과 미국 사이에선 정치적 합의가 아닌 사업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항공 관련 투자가 성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미 올해 1월 첫 취항을 한 베트남의 신생 항공사 밤부에어웨이(Bamboo Airways)가 보잉의 대형여객기 보잉787(Boeing 787) 10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베트남이 북미회담 개최에 대한 경제효과를 미리 계산했는지, 미국 항공기 보잉과 '통큰 계약'을 한 것입니다.


항공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작년에 동종의 여객기 20대를 구입하기로 가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추가로 10대를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확정된 주문 총액은 30억 달러(3조 3000억원) 규모라고 합니다. 현재 에어버스(Airbus)사 여객기 10대를 운용하고 있는 신생항공사로서는 공격적인 확장 행보라고 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세를 불리고 있는 베트남 항공사는 밤부에어웨이뿐만이 아닙니다. 2011년 에어아시아에서 독립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의 저가항공사 비엣젯(VietJet) 역시 지난 2016년 보잉 737맥스(Boeing 737 Max) 협동체기 100대를 주문하고 작년에 100대의 추가 주문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에 보잉과 또 다른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트남 항공사들이 이토록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 북미정상회담이 있다고 하면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왜 베트남 항공사에게 사업 확장의 청신호가 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겁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왜 다른 곳이 아닌 베트남에서 열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베트남이 국가 차원에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좀 더 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개혁개방과 자주독립 그 사이에서

냉전 이후, 베트남의 대외정책의 근간은 중국의 개혁개방에 비견되는 이른바 도이머이(혁신) 정책으로 알려져 있죠. 시장경제를 수용하고 세계경제에 적극적으로 편입되어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도이머이의 명시적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장전략의 이면에는 정치적이고 암묵적인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더 핵심적인) 목표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바로 베트남 공산당(CPV)의 안정적인 정권 유지와 사회주의 체제의 보전입니다.


사실 냉전기 베트남의 대외정책은 도이머이와는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진 외세침략과 격퇴 과정에서 베트남은 '주권'과 '영토의 수호'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는데요. 국토 전체가 문자 그대로 초토화된 베트남 전쟁(1955-1975)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베트남 전체를 통일한 베트남 공산당 역시 이러한 역사를 잊지 않고 자주(self-reliance)를 대외정책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마치 고슴도치와 같은 방어태세를 견지했습니다. 


이는 공산권 국가에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1979년 중국의 30만 대군이 베트남을 침공하며 벌어진 중국-베트남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수세를 취하면서 주권과 영토수호에 치중하는 베트남의 냉전기 외교정책은 '삼불원칙'(“Three no’s”)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어떠한 외국군의 주둔도 허용하지 않으며

2) 어떤 국가와도 공식적인 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고

3) 한 나라와 연합하여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않는다.


베트남 외교의 삼불원칙은 자주 개념을 매우 협소하고 소극적(negative)으로 해석한 결과물이었지만요. 역사와 경험에 비추어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극단적인 방어적, 폐쇄적 대외정책의 전통이 도이머이 정책과 배치될 가능성이 많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관료제적 관성, 민족주의와 집단적 기억, 정부와 공산당 내의 보수적 기득권으로 인해 삼불정책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시장개방과 경제발전이 세계 모든 국가의 지상 과제였고, 안보나 군사 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냉전 종식 후 10~20 여년간은 그 긴장이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주변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고 영유권 문제를 본격 제기하면서 이러한 모순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린거죠.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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