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ree Jun 25. 2018

'평양 맥도날드' 탄생할까?  북한투자에 엇갈린 시선

기회의 땅 vs 악몽의 땅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기의 회담을 지난 12일에 가졌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기대만큼 파격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북한의 해변은 정말 아름답다. 거기에 콘도를 짓고 싶단 생각도 했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외신들도 이를 언급하면서 전 세계가 미래 유망한 투자처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 전 세계 경제가 저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다 자원도 부족하고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해 인력 부족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시장을 개방한다면 막대한 이득이 있겠죠. 통계 자료를 보면 2016년 북한에 들어온 외국 투자자본은 약 9300만 달러 정도(1000억)였는데 같은해 한국은 160억 달러(17조 5000억) 였습니다.  그나마 북한에 들어온 대부분의 투자금은 중국에서 지원받은 것입니다.

북한에 투자한 중국의 자금 추이


이처럼 북한은 아직 외화자본이 많이 들어오지 않은 미개발 국가인 만큼 매장된 자원이 많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와도 가깝기 때문에 투자처론 굉장히 좋은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 등 서방국들도 북한 투자에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북미회담 직후 “현재 시장의 관심은 이미 북한의 경제제재 해제 추진에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보장되는 범위내에서 경제발전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블룸버그 경제 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아예 메인표지에  'Your North Korean investment Guide' 번역하면 ‘당신의 북한 투자 가이드’라는 제목을 걸었습니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북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나라가 될 것이다.
북한의 모든 것은 기회다. 북한에 투자의 길이 열리면 바로 투자하겠다.

북한에 방대한 양의 철, 미네랄 등 약 6조 달러의 자원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약 10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고 희토류도 2억 톤이 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죠. 게다가 산업에 가장 중요한 인력도 1700만명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에도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굳이 멀리 동남아에 공장을 짓지 않아도 되는데다 동남아 인력에 비해 북한 인력이 절반 정도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투자에 대해 모두 다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이르다'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미 관계가 생각보다 빠르게 호전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대북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아직까지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북한 투자에 대해 판단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외국 기업이 북한에서 사업을 할 여건이 아직은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법적인 체계도 없고 부패도 심해서 과거 외국기업의 경우 손해를 본 경우도 있습니다. 현지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시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북한에 투자했다가 낭패한 사례를 볼까요?


지금은 중국으로 넘어간 스웨덴 자동차 업체 볼보는 아직도 1974년 북한으로 판매한 1000대의 볼보 차량에 대한 대금 지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볼보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44년간의 이자까지 합치면 300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중국 광산업체인 시양그룹은 2012년 북한에 첫 광산업체를 설립했는데 북한당국이 직원들을 내쫓고 물, 전기, 통신을 끊어서 500억 손해를 봤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요. 1998년에 현대그룹이 금강산 투자를 시작했지만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리조트가 폐쇄됐습니다. 남북 경제협력 방안의 하나로 이뤄진 개성공단도 2016년 정치적 긴장 고조로 폐쇄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손해도 이어졌습니다.




북한 노동자, 과연 타국 노동자들보다 우수할까?


북한을 유망한 투자처로 보는 시각엔 원자재 자원도 있지만 인력 자원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북한 인력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노동 인력은 많지만 워낙 북한이 그동안 고립되어 있다보니 고난이도의 기술은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오히려 북한노동자가 타국 노동자에 비해 더 성실하고 기술이 뛰어나다는 '긍적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얼마 전 "북한 투자에 대한 걸림돌은 북한 노동자들의 기술력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고립돼있었기 때문에 동남아 노동자과 비교해도 기술면에선 갭이 굉장히 크다는 것입니다. 소통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외국기업의 근로자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SCMP가 내놓은 북한 투자에 관한 기사

반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국 매체는 북한 인력에 대해 매우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매체는 북한 인력을 고용하고 수년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중국인 사업가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그는 북한 인력에 대해 “최고의 노동자다, 환상적이다”라면서 “북한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이 바로 인력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노동자를 구할 수 없다”고 극찬했습니다. 북한 인력들은 성실하고 작업 능력이 뛰어난데도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봉제 분야 제조업을 기준으로 식대 등 제반 비용을 포함해 노동자 1인당 월 800달러 정도가 인건비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공장을 운영하면 야근 수당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월 400달러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북한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


이처럼 북한 인력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아무래도 북한에 대한 기사가 대부분 탈북자나 잠시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의 주장에 의존해 쓰여지기 때문에 피상적인 분석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이 밖에 외신들은 '개방성'은 북한 정권에게 자살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외국으로부터 정보가 들어오고 자본이 들어오면 북한 정권의 통제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거고요. 이 때문에 북한은 외국기업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하겠지만 외국기업은 극소수만 참여하도록 하게 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아마 북한은 우리나라와 중국과 중점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영상을 보여주면서 경제 번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만큼 미국도 투자에 동참하겠죠?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순조롭진 않을 거란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북한 기업지원 기구인 조선익스체인지 창업자 제프리 시는 "미국의 대북 투자 가능성에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 가이던스까지 포함될 수도 있다"면서도 "제재가 철회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투자 환경은 까다롭고 불안한 수준이며, 미국 기업들은 위험회피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도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북한의 채권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도 국채를 발행할까요?


북한은 1949-1950년 사이 최초로 '인민경제발전채권'을 발행했습니다. 6.25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서 발행을 했는데 만기일은 1960년 10월 1일이었다고 합니다.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50원, 100원, 500원이었는데 이는 당시 북한 화폐 기준으로 약 15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이를 상환했는지 아님 연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2003년 5월부터 10월까지 김정일은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하면서 10년 만기 '인민생활공채'를 발행하게 됩니다. 이 때는 500원, 1000원, 5000원 단위의 채권이 발행됐습니다.


그런데 인민생활공채는 이자지급 방식과 원금상환 방법이 독특합니다. 인민생활공채 소유자를 대상으로 1년에 1~2차례 추첨을 하고 1등부터 7등까지를 뽑아 채권 원금(액면가 기준)과 이자를 추첨 순위에 따라 더 지급해주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1등으로 뽑힌 소유자에게는 액면가와 이자의 50배, 2등에게는 25배 지급을 약속하는 식이죠.  3등 당첨자에게는 10배, 4등은 5배, 5등은 4배, 6등은 3배, 7등은 2배 등으로 지급(상환)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추첨되지 않은 채권은 액면가를 그대로 지급하는 것이고요.  복권의 구조와 비슷하죠? 그런데 이 채권도 만기 때 상환을 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위 2가지 '인민경제발전채권’과 '인민생활공채'가 북한이 발행한 유일한 채권이었고 당시 북한 내에서만 유통이 되었는데 지금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론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제시장에서 도는 것은 북한이 발행한 채권이 아니라 북한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진 그러니깐 돈을 빌려줬다가 못 받은 금융사들이 채권자의 권리를 되파는 상품을 만든 것입니다.


1970년대 전 세계 30여 국가 140여개 은행들은 북한에 약 10억 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국제 협조 융자)을 실행했습니다. 히지만 북한은 1984년 3월 신디케이트론 대출 원금과 이자를 더 이상 갚을 수 없다며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대출 실행에 나선 은행들은 1987년 채권단을 공동 구성한 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들은 해외에 있는 북한 소유 자산에 대한 압류를 했습니다. 10년 뒤 1997년에는 프랑스계 국제금융기관인 'BNP파리바'가 6억8000만 마르크(당시 약 4550억원)를 주고 위 채권을 헐값에 사들였고요. 그리고 이 권리를 담보로 10년 짜리자산담보부 채권인 ‘NK Debt Corp’을 발행한 것입니다. 부실 대출금을 시장에서 사고 팔릴 수 있도록 상품화한거죠.


북한 채권 가격 추이 :2006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BNP파리바가 당장 수익성이 제로인 이 채권을 발행한 이유는 향후 남북이 통일이 되면 한국 정부가 북한의 대출금을 갚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데요. 독일의 경우, 과거 동독의 채무를 서독이 상환해준 이력이 있습니다. 지난 4월 12일 기준 액면가 1달러(100센트)짜리 BNP의 이 채권의 호가는 0.765센트로 기록됐습니다. 이 수치대로라면 호가 기준 채권 가치가 무려 99.24% 가까이 추락했다는 뜻입니다. 이 채권은 1차·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2000년과 2007년 잠깐 20센트와 26센트의 호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크게 하락해 2017년 4월 1.025센트를 기록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습니다.최근 남북과 북미정상 회담이 이뤄지면서 이 채권의 가격은 다시 급등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위 두 채권은 이미 지나갔고, 당장 북한에 투자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가 내놓은 ‘프랭클린 신흥시장채권기회(FEMDO: Franklin Emerging Market Debt Opportunities) 펀드’를 사는 겁니다. 이 펀드는 신흥시장 채권 가운데 디폴트된 채권, 즉 정크본드만 편입한 펀드입니다. 갑자기 대박을 터질 운을 기대하고 위험성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펀드에 북한 채권이 들어가 있는데 현재 장부상 이 채권의 가치는 '0원'입니다. 채권을 상환할 길이 없기 때문인데요. 만약 남북 통일이 실현된다면 이 채권의 액면가는 어마어마하게 오를 수 있어요.  


가만히 있는 채권의 액면가가 과연 왜 오를까요?


현재 남한 화폐는 달러당 1117원 ,북한 화폐는 암시장에서 1만원 내외에서 거래됩니다. 만약 남북이 통일해서 화폐교환비율이 1(남한):8.95(북한)보다 낮게 설정되면 북한돈을 현 시점에 사는 사람은 이익이 발생하겠죠. 북한 채권의 액면가가 북한 원이기 때문에 이를 남한 원으로 변제받는다면 그만큼 이익이 있을거고, 북한의 채권이 인기가 없을때 액면가 가격보다 낮게 주고 산 사람은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액면가대로만 상환되어도 최대 1600% 수익률을 가질 수 있다고 하니 '대박' 아니면 '쪽박'인 투자인 셈이죠!


■참고기사




     

     

     

 

     

     


이전 08화 다시 시작된 트럼프발 '무역전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