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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Jun 25. 2019

남녀 임금차에 대한 또 다른 시선

뉴욕타임스 "남성이 여성에 비해 고소득직 많고 야근 일수도 많아"

얼마 전 뉴욕타임스(NYT)에서 남녀 임금차가  왜 점점 심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제가 브런치와 저의 SNS 상에서 줄곧 언급한 남녀 임금차 및 성차별은 동일한 조건 아래 남성과 여성 직원이 받는 임금뿐 아니라 승진 기회도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는데요. 



NYT는 미국 내 남녀 임금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Greedy'. 즉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좀 더 실제적인 이유에 접근해 보도했습니다. 과연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덜하고 인내심이 적어서 임원직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도 이탈을 하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전문직을 가진 여성들이 같은 조건으로 입사한 남성 동료보다 승진이 더디고 임금을 덜 받는다면 대부분의 이유는 분명 '육아' 문제에 있을 겁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이 '육아'를 담당하기 때문인데요. 여성이 자신의 캐리어를 포기하고 육아를 선택하는 이유에는 '모성애'라는 자연적 요소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정해놓은 (자동적으로 인식되는) 남녀 임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여자가 해야 하는 일' '남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들입니다. 아빠가 육아를 전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가진 편견'이니깐요.


NYT는 현재 35세인 Ms. Jampel 과 Mr. Schneid 변호사 부부를 취재했는데요. 육아를 맡은 아내는 야근이 덜한 비교적 순탄한 자리에서 일하는 반면에 남편은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아내보다 수입이 많게는 4~6배 많다고 전했습니다. 남편이 야근을 자진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방법이 그들에게는 가장 많은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If he had a 40-hour-a-week job and she had her current half-time job, they would be working 60 hours a week total — but earning significantly less than he now earns working 60 hours, they said.


남편이 주 40시간을 일하고 아내는 육아를 병행하는 대신 주 20시간 일하는 경우 부부 합산 60시간 노동에 대한 총소득과 부인은 육아를 하고 남편이 홀로 주 60시간을 일해 버는 총소득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입니다.  (야근을 많이 하는 외벌이 가정이 맞벌이 가정보다 더 많은 소득을 번다는 것.) 사실 이런 계산법은 오버 타임 (야근)을 시급의 2~3배를 주는 미국에서는 가능하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려워 보입니다. 

Being willing to work 50 percent more doesn’t mean you make 50 percent more, you make like 100 percent more,” 


미국에서는 주어진 시간 외 50%가량의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은 야근 수당 등으로 보수가 50% 오르는 것뿐 아니라 임금이 기존보다 100% 이상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이 받는 프리미엄은 1980년대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전문직 노동자들은 선택적으로 더 많은 야근을 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죠.



하버드의 한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녀를 보살피는 동시에 가족의 소득을 극대화하려면 한쪽 부모가 수입이 더 많이 되는 (노동의 강도가 센) 일을 하고 다른 한쪽은 덜 힘든 일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같은 학벌과 직업을 가진 부부라도 남편이 더 많은 야근을 요구하는 직업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To maximize the family’s income but still keep the children alive, it’s logical for one parent to take an intensive job and the other to take a less demanding one, she said.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기사 내용 중에 "돈 잘 버는 남편을 뒀다고 해서 여자들이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부인이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기 때문에 남편이 돈을 더 많이 벌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적어도 이전까지 우리 사회는 고소득 남편을 만나야 여성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해왔죠?   그런데 오히려 이 기자는 여성이 일을 적게 하기 때문에 남자가 더 오래 긴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여성이 '선택적'으로 일을 적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육아 등의 문제로 할 수 없이 가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좀 더 세밀하게 분석이 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직장 내 여성과 남성 직원에게 맡기는 업무의 성격이나 승진의 기회는 공평하게 부여되는지도 조사가 되어야 합니다. (최근 여성들은 전문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본인의 캐리어 관리에도 더 적극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결혼을 한 여성에겐 육아의 문제도 있지만 보통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일찍 은퇴를 결심하는 이유는 '더 이상 오를만한 자리가 있지 않아서' '회사 내 여성 임원이 적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들도 있으니깐요.


At the same time, more highly educated women began to marry men with similar educations, and to have children. But parents can be on call at work only if someone is on call at home. Usually, that person is the mother.

다만, 이 기사에서 남녀 간의 임금차가 단순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보다 고소득직에 더 종사하고 있고 선택적으로 야근을 더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There’s no gender gap in the financial rewards for working extra long hours. For the most part, women who work extreme hours get paid as much as men who do. But far fewer women do it, particularly mothers. Twenty percent of fathers now work at least 50 hours a week, and just 6 percent of mothers do.




선진국 중에서도 여성 차별이 가장 심한 일본(남녀 임금차 27.5%, 남녀평등 순위에서 전 세계 110위)도 최근엔 여성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이 퍼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일터에서 하이힐을 신으라고 강제하지 말라는 ‘쿠투(KuToo)’ 운동이 탄력을 받고 있는데요. ‘쿠투’ 운동 전면에 나선 이시카와 유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서 화제가 됐죠. 후생노동성에 기업이 하이힐 착용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에는 약 3만 명의 일본인이 서명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바뀌기 힘들 것 같은 일본에서도 서서히 성평등을 요구하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사회도 남성이 육아를 전담하고 여성이 사회활동을 도맡아 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육아라는 것은 남성 여성의 공동 책임이고 여성에게도 전문성과 캐리어는 중요하기 때문이죠. 회사, 조직 내에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주어지는 임무나 책임이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Hyeree's Insight


여성이 뛰어나고 능력이 뛰어남에도 평균임금이 남성보다 낫다면 왜 기업은 남성을 더 고용하려 하는가? 이 논리는 남녀 임금차를 논할 때 주로 남성 쪽에서 나오는 반론인데, 이 반론에 대해 제 의견을 나눠보겠습니다.


기업이 남성을 더 많이 뽑으려는 이유는 이전부터 지속돼 온 남녀차별로 인해 이미 남성이 직장 내에 더 많기 때문이고, 남성들은 남성들과 더 일하는 것이 '편하고' '합리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어떤 학자는 이를 '정보 비대칭'으로 설명을 했는데, 기업은 구직자의 능력을 100%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한 채 채용을 합니다. 구직자에 대한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을 통해 접근하지만 결국 인사담당자들은 과거 경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나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진 심리입니다. 


과거 남성 직원의 업무능력과 조직 내 화합이 좋았다면 앞으로 채용할 때도 남성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사회 진출하는 비율이 적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성'이 '여성'보다 조직생활을 더 잘하고 성과를 잘 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한된 정보 안에서 내릴 수 있는 그들의 합리적 선택이라고 해도 이런 정보의 비대칭으로 여성들이 과소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참고 기사 및 자료


https://www.nytimes.com/2019/04/26/upshot/women-long-hours-greedy-professions.html


https://www.theguardian.com/cities/2019/jun/13/there-are-almost-no-women-in-power-tokyos-female-workers-demand-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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