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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Sep 15. 2019

LA갈비는 왜 LA갈비일까?

음식에 관한 쓸데없이 디테일한 이야기



모두 추석 잘 보내셨나요?


추석상에 항상 올라오는 명절 음식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갈비'로 만든 갈비찜이나 LA갈비가 있습니다. 특히 저는 LA갈비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모두 한번쯤은 LA갈비는 왜 LA가 들어갈까 의문이 드셨을겁니다.

오늘은 LA갈비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LA갈비의 LA는 뉴욕 다음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인 로스 엔젤레스(Los Angeles)의 앞자를 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외에도 갈비를 가로로 잘랐다는 의미의 영문인 'Lateral Axis'의 약자라는 설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고기 부위엔 고유명사를 주로 붙이는데, Lateral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해당설은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LA갈비는 이름처럼 한인들이 가장 많이 이민을 갔던 로스 엔젤레스 지역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국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민을 갔던 70~80년대 미국 도축장에서는 미국 사람들이 잘 먹지 않고 뼈를 발라내기 힘든 갈비 부위는 특히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미국은 주로 바베큐 형식으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스테이크처럼 덩어리 채를 더 많이 소비합니다. 물론 Rib부위를 바베큐 소스를 발라 굽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갈비찜처럼 부위를 하나씩 절단해서 요리하지 않고 통으로 요리를 합니다. 이는 미국인들의 요리 방식에 대한 차이로도 볼 수 있고, 미국의 비싼 인건비와도 연결이 됩니다.

미국에선 손이 많이 갈수록 그 고깃값은 인건비 이유로 비싸지기 때문에 포를 뜨기 보단 덩어리로 자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전부터 칼로 갈비를 통으로 떼어내서 손질을 해서 먹었는데 말이죠.



형편이 어려웠던 우리 교민들은 뼈에 살이 사이사이 붙어있어 손질이 어려워 미국인들이 많이 먹지 않는 이 부분을 사다가 절단기로 쓱쓱 잘라서 먹기 시작한게 LA갈비였습니다. 고국의 갈비찜의 향수를 이 LA갈비로 달랬을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고기를 양념하지 않은 채로 구워 소스를 찍어 먹지만, 한인들은 이 LA갈비를 간장양념에 재워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고국을 생각하며 즐겨먹었던 이 LA갈비는 80년대 이후 점점 상품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로도 수입이 된겁니다.

한인들이 주로 이민을 가자마자 할 수 있었던 것은 세탁소나 식당이었는데, 미국인들은 고기를 주로 바베큐나 스테이크 형식으로 먹기 때문에 '갈비찜' 보다는 LA갈비가 훨씬 더 상품성이 있었습니다. 뼈를 일일히 발라야 해서 먹기 힘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이 무척 좋죠. 그래서 교민들은 이 LA갈비(Korean Galbi/LA Galbi)를 식당에서도 팔기 시작하면서 미국인 사이에서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LA갈비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Korean BBQ의 시초가 된 셈이죠.

캐나다에서 살면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부모님과 정육점에 가면 그들이 먹지 않은 사골뼈를 무료로 얻어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민을 갓 와서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마치 횡재를 한 것 같아서 너무 기뻤습니다. 그 기쁨을 늘 만끽하기 위해 우리집 상에는 늘 사골국을 활용한 음식들이 등장했습니다. 사골 떡국, 사골 만둣국, 사골 칼국수 등등. 때때로 음식천국인 한국에 돌아와 지내면서도 교민들이 고국을 생각하며 현지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한국 음식들이 생각납니다. 고향의 음식만큼 그들에게 고국의 향수를 달랠것이 있었을까요? 그래서인지 저는 교민들이 만든 우리 음식들이 맛이 좀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교포가들려주는_교포이야기 #음식경제학 #LA갈비 #쓸데없이디테일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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