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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ee Sep 18. 2019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

묻지마 외국인 폭행에 대한 단상

1. 요즘 광화문이나 여의도 일대를 다녀보면 정장차림을 한 외국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대부분 백인들입니다. 금융, 경영, 해외 컨설팅 등에 종사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현재 우리나라에는 불법체류자를 제외한 외국 노동자는 약 85만명으로 추정됩니다. 2016년 기준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75조원 가까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생산산업에 외국인들이 기여하는 바는 상당히 큽니다. 우리 농촌 인력은  대부분 고령의 국민이나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의 인력으로 간신히 지탱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올 6월 기준 전국의 농촌에서 일하는 등록 외국인은 3만 6000여명 입니다.


3. 추석 전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얀마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한 명이 지나가던 한국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입니다. 당시 범인은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어간다'며 주장하며 불만을 내비친 것입니다. 영상을 보니 미얀마 학생은 범인에게 대들지도 못하고 피하면서 결국 무참한 발길질까지 당했습니다. 이 학생은 35세 학생이었고 범인은 50대 한국 남성이었습니다.




4. 미국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이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로 총기사건까지 발생하며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이주노동자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그는 민주당 흑인 중진인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에 "볼티모어는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며 "잔인한 불량배"라 말하며 우회적으로 흑인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사건으로 수백명이 사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이 번지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에 앞서 이 같은 상황은 트럼프에 그리 유지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5. 지난 6월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부산의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 온 것이 없다"면서 "똑같은 임금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납세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외국인은 다르기 때문에, 임금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당 차원에서 관련 법도 바꾸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이 발언이 굉장히 위험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기업인들의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 트럼프 '워너비'를 꿈꾸는지 모르겠지만요. 현행법(근로기준법 제6조)은 물론이고 국제협약에 따르면 외국인에 대해 임금을 차등 지급할 수 없습니다. 황 대표는 중소기업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힘든데 외국인 근로자에겐 숙식비까지 들어가야 하니깐 임금을 깍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숙식비를 통상임금에서 13~20%까지 공제할 수 있도록 정했기 때문에 이를 기업은 활용하고 있는겁니다. 황 대표말처럼 이주노동자들이 세금을 정말 내지 않을까요? 2018년 기준 이주노동자의 총 임금은 약 26조 4000억인데 이 중 40%인 약 10조원을 국내에서 소비했습니다. 소득세 4대보험료가 포함됩니다. 2018년 외국인노동자는 1조 2천억의 소득세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은 황 대표의 말은 팩트가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가 없다라는 말 역시 황 대표가 농촌이나 생산공장에 방문을 해봤는 의문이 가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사태를 보면 알듯이 정치인의 혐오 발언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만 늘게 할 뿐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혐오가 무차별 폭행으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한 것처럼요.



6. 베트남에서 만난 두 사람이 기억에 남습니다. 동남아 우버라 불리는 '그랩' 오토바이를 몰던 한 청년과 호텔에서 일하는 19살 한 소녀였습니다.  그랩 기사로 일하는 청년은 주중에는 따로 일을 하고 주말엔 그랩으로 파트타임을 한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벌어야 겨우 1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에도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이방인인 저에게 참 친절하게 대해줬습니다. 이후 그는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고아원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가 주말동안 그랩으로 일하며 번돈을 그랩 동료들과 함께 고아원에 기부를 한 모양입니다. 그의 메시지에 부끄러웠습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고마웠던 그에게 "한국에 놀러오면 내가 다 구경시켜줄게."라고 했지만 그는 "나는 돈이 별로 없어. 한국에 가고 싶지만"이라고 답했습니다. 조만간 꼭 그를 데려와 한국을 구경시켜주고 싶습니다.





호텔에서 늘 커피와 음료를 챙겨주는 한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영어를 잘하는터라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그녀의 꿈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19세인 그녀는 유투브를 보며 영어를 배웠고, 그 결과 호텔에 처음 취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5성급 호텔이지만 1달 내내 일해서 버는 돈이 약 25만원이라고 합니다. 물론 베트남 물가로는 한달을 살수 있지만요. 그녀의 꿈은 외국 항공사 에미레이트 승무원이 되는 것입니다. 두바이에서 머물면서 전 세계를 누비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눈빛을 보니 조만간 그녀를 두바이에서 볼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꿈을 이뤄지길 간절히 함께 바랬습니다.


7. 이 친구들의 하루 일당이 우리나라 1시간 시급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선택해 오는 이주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좋아서 고향을 떠날까요? 각자의 사연과 꿈을 품고 이 낯선 나라에 온 것입니다. 저 역시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라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시작을 했고,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 옆에서 봤습니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백인들에게 대하는 만큼 다른 인종인 외국인에게 잘해줍시다. 그들이 우리 일자리를 뺏으러 온 거라 생각하지 맙시다. 우리가 귀찮아서, 힘들어서 피하는 노동을 그들이 대신해주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중국동포을 포함한 외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맹목적 반감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이민자들을 받아 이 경제규모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 그리 대단한 게 아닙니다. 나와 다르다고, 나에게 피해줄 것만 같아서 다른 사람을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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