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평화로운 아침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벽계천 옆에 아주 작은 거처가 있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빌려서 사용하는데 주중에 오는 사람이 없어 최근 제가 들락날락하고 있지요. 바로 눈 앞에 천이 흐르고 길이 있고 야트막한 산이 있습니다. 차가 심심치 않게 다니는 길이라 마치 동영상이 들어있는 녹색 캔버스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상상이 좀 가시는지요?)
겨울에 계약할 때는 어느 정도 상상을 했는데 봄이 되고 나뭇잎이 무성해지니 무척이나 좋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요즘은 자연의 연둣빛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부드러운 바람결에 녹색 입자들이 가득 실려 오는데 그 바람을 몸 가득 받으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이곳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트막한 하천이 흐르기 때문에 멋진 백로들이 날아와 먹이도 먹고 휴식도 취하는데 목이 긴 순백의 새가 어찌나 우아하고 멋있는지 넋을 놓게 만듭니다. 야생조류 가이드북을 보며 새 구경하는 즐거움이 아주 크답니다. 책을 살펴보니 백로 중에서도 중대 백로인 듯합니다. 오류가 있어도 백로들이 와서 따져 물을 것 같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믿습니다. 벽계천을 따라 날아다니는 백로 무리가 세 마리였다가 다섯 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우아한 날갯짓을 하며 비행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며칠 전에는 흰 백로 사이에 회색을 띤 새도 날아왔습니다. 조류도감을 보니 왜가리가 분명한 듯합니다. ‘내 생각에 왜가리’는 회색이고 뒷머리에 검은색 댕기가 있습니다. 한 번 오고는 안 왔는데 “백로가 노는 곳에 왜가리야 가지 마라!”라고 누군가에게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여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냇가의 빗소리 참 듣기 좋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하는 채송화 선생 취향이 딱 내 취향이던데. 비 구경 좋아하고 , 캠핑 좋아하고 , 귀여운 우주도 예뻐하고..)
테라스에 나가면 큰 나무들이 있는데 이 나무에 작은 새 두 마리가 살고 있답니다. 평소에 엄청 예쁘게 지저귀고 바삐 움직였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많이 날아다니지 못하고 노래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자세히 살펴볼 수가 있었는데 가슴에 검은색 깃털이 T자 모양으로 나 있습니다. 무슨 새일까 궁금해서 조류도감을 뒤져보니 ‘박새’인 것 같습니다. 새는 수컷만 지저귀는 것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나무 위와 땅에서 곤충, 거미류, 식물의 종자와 열매를 먹는다. 수컷은 몸 윗면이 청회색이며 윗등은 녹황색이다. 머리에서 귀깃을 돌아 턱밑, 멱까지 검은색이다. 몸 아랫면은 흰색이다. 턱 밑에서 아래 꼬리 덮깃까지 검은 줄무늬가 있다. 암컷은 수컷보다 약간 작다. 배의 검은 줄무늬가 수컷보다 조금 좁다. ‘ (야생조류 필드가이드, 박종길 글과 사진, 자연과 생태 )
여러가지 새들이 한데 어울려 사는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자연이 준 선물에 감사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