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은행나무

by 아트노마드 함혜리
우리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고립되었다.

물리학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파올로 조르다노(b. 1982)는 코로나 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에서 이 책을 썼다. 세계를 혼돈과 공동운명으로 몰아넣은 새로운 전염병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놓고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를 간명하게 풀어놨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입자물리학을 공부한 과학자이자 소설 '소수의 고독'으로 스트레가 상과 캄피엘로 상을 동시에 수상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전 세계 26개국에서 동시 출간한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에서 그는 소설가의 사유와 과학자의 엄정함을 잃지 않고 새로운 전염병이 불러온 현상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지금 이 상황, 그리고 앞으로 맞게 될 세상은 '전염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전염의 시대에서 인간은 시인 존 던의 묵상처럼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어디에 있든 다층적으로 연결된 사회는 전 인류를 전염의 고리로 한데 묶어 놓기 때문이다. 개인이 유일한 방역선이다. 스스로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고독'과 '고립'이다.

"전염의 시대는 수많은 보편의 고독을 불러왔다. 집중 치료실에 격리된 환저, 마스크가 채워진 입, 의심의 눈초리, 뿌리 없는 소문, 침묵에 휩싸인 거리, 집에 홀로 머무는 시간, 우리는 자 유롭지만 동시에 고립되었다."

죽음 앞에 모든 인류가 평등하듯이 전염 앞에 모두는 공평하다. 우리는 국경, 지역, 문화, 인종, 나이도 초월한다는 것을 목격했다(목격하고 있다). 비록 누군가는 전염에 더 취약할지라도 결국 운명은 모두와 얽혀 있다. 항공, 교통, 통신 등 현대 사회의 성취가 도리어 형벌이 되었으니 이 같은 아이러니가 어디 있겠나.

' 75억 명의 인간이 동시에 돌아다닌다. 이들 모두 빠르고 효율적인(우리가 딱 좋아하는 그대로) 바이러스의 수송망이다. 전염의 시대에 우리의 능력은 자신에게 가하는 형벌이기도 하다.'

그는 거침없는 도시화, 산림 벌채, 대기온도 상승 등 인간이 환경에게 가한 폭력은 지금까지 자신의 세계에 잠잠히 머물러 있던 미생물들을 외부로 끄집어냈고 많은 동물 종의 급격한 멸종은 그들 몸메 서식하던 병원체들을 우리 앞으로 불러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 복잡한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이 고리의 끝에서 더욱더 끔찍한 신종 전염병과 맞닥뜨릴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그는 " 이 전염의 시기가 폭로하는 우리 자신에 대해 귀를 막고 싶지 않다'"고 덧붙인다. 그는 이 이례적인 사태 앞에서 허무와 고통만을 느낄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오늘에 이르렀는지 현상의 이면을 섬세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단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만이 아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은 과거에 이미 발생했고, 앞으로 또다시 벌어질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홀로 선 프란체스코 교황이 인류를 위해 바친 기도문에서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았다"라고 언급했듯이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사회는 한 동네나 특정 도시가 아니다. 중국도, 유럽도, 미국도, 남미도 아니다. 인류사회 전체다. 전염의 시대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이 미친 비전형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는 "지금은 변칙적인 시간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사는 법을 익히고, 이례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이 사태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할 수 있다"라고 제안한다.

"정상적인 일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생각하는 시간'으로 이 시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 어떻게 되돌아가고 싶은지 등을 생각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날수를 세면서, 슬기로운 마음을 얻자.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이 헛되이 흘러가게 놔두지 말자."


우리가 전염의 운명에 다시 묶이지 않고, 묶이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그리고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개인주의와 혐오, 온갖 실책, 문명의 이기주의, 섬세하고 숭고한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을 생각하자고 강조한다. '낭떠러지 앞에 선 인간과 세계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단 책에 대한 저자의 인세 수익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를 치료하는 이탈리아 현지의 의료 단체와 구호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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