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30주년 기념, 바우하우스 100년 기념전
2019년은 ‘디자인 혁명의 아이콘’이라는 불리는 바우하우스 (BAUHAUS)가 설립된 지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이를 기념해 독일 전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양한 전시와 영화 상영, 출판 등이 이어지고 있다.
금호미술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은 1920년대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 디자인 60여 점을 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다. 전시는 금호미술관의 디자인 컬렉션을 통해 바우하우스 및 그 이후의 모던 디자인과 현대의 생활문화 전반을 살펴본다. 금호미술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바겐펠트 주전자를 비롯해 다양한 바우하우스 작품을 꾸준히 수집해 왔다. 금호미술관의 디자인·가구 컬렉션은 500여 점에 이른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약 14년 동안 지속된 독일의 예술학교다. 1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서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던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함께 미래의 새로운 구조를 꿈꾸고 , 인식하고, 창조하자”라고 제안하며 바이마르에서 설립했다. 건축을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통합을 시도한 세계 최초의 디자인 교육기관이자 조형 운동으로 산업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미적 형식을 만들고자 했던 바우하우스는 데사우, 베를린으로 이어지다 나치 세력의 확대로 1933년 폐교했다. 하지만 그 실험과 혁신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영향력 있는 유산으로 남아 현재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다.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금호미술관 2층과 3층의 4개 전시실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금호미술관의 디자인 컬렉션 중에서 바우하우스 오브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의자와 책상 등의 가구와 조명, 유리 및 세라믹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바우하우스에서 응접실, 서재, 부엌 등으로 공간을 나눠 현대 디자인의 혁명을 일으킨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다채로운 면면을 소개한다. 요즘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디자인들이 100년 전 탄생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면 바우하우스가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2층 전시장은 마르셀 브로이어와 칼만 렝옐의 책상과 의자를 중심으로 꾸며진다. 바우하우스 최초의 여성 금속공방장이었던 마리안느 브란트의 탁상시계와 재떨이, 발터 그로피우스의 다기세트 등 소품과 함께 구성돼 있다. 아돌프 마이어와 빌헬름 바겐펠트의 천장 조명과 커트 피셔의 책상용 조명 등 다양한 빈티지 조명이 어우러진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탁자세트 B9’(1925/1926)은 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을 발명한 미하엘 토네트의 벤트우드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강철 파이프를 구부리는 실험을 통해 제작됐다. 4개의 테이블로 이뤄진 탁자세트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게끔 디자인됐다. 칼만 렝옐은 마르셀 브로이어를 만나 강철 파이프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다. 그가 디자인한 ‘안락의자 ST3’(1930), 마르트 스탐의 의자 등 강철이 가구의 소재로 활용된 초기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안쪽 전시장은 크리스찬 델과 마리안느 브란트의 조명, 빌헬름 바겐펠트의 유리 제품 , 오토 린디히의 세라믹 다기세트 등 다양한 공예 제품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빌헬름 바겐펠트가 산업용 유리로 제작한 ‘쿠부스 저장 용기'(1938)는 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식으로 디자인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3층 전시장에서는 마르셀 브로이어, 페르디난드 크라머, 에리히 디크만 등 바우하우스에서 공부한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의자와 페터 켈러의 ‘칸딘스키 컨셉의 요람’이 함께 전시됐다. 모두 1920~30년대 제작된 오브제들로 견고하게 사용된 나무재료와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조형이 특징이다. 3층 안쪽 전시장은 마르셀 브로이어와 루드비히 반 데어로에, 한스와 바실리 루프하르트가 디자인한 가구와 상징적 오브제들로 구성됐다.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우아한 곡선이 가미된 캔틸레버 안락의자 ‘MR534’(1927) 프레임과 1929년 스페인 만국박람회의 독일관 설계 시 함께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를 만날 수 있다. 페터 켈러의 ‘칸딘스키 컨셉트의 요람’은 바우하우스 교수였던 추상미술 선구자 칸딘스키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기하학적 도형과 색채감이 돋보인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조형적 실험이 현대 디자인과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리안느 브란트의 반구형 금속 ‘재떨이’와 탁상시계는 지금 봐도 세련된 디자인이다. 빌헬름 바겐펠트의 오리지널 빈티지 ‘주전자’(1929년)는 둥근 몸체의 금속 주전자로 현대에도 널리 쓰이는 디자인의 원형이 됐다. 3층 전시장에서 다양한 오브제를 전시하는 유리진열장은 1925년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것을 2008년 독일 가구회사 텍타가 재생산한 것이다. 층마다 놓인 도슨트용 의자 역시 90여 년 전 만들어진 브로이어의 의자를 텍타가 재생산한 제품이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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