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는 안목이 부족해도 그림 한 점을 집에 걸고 싶은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먼저 그림을 구입하는데 편안히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확정한 후 누구를 위한 그림인지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 전체를 위한 그림인지, 아이를 위한 그림인지, 아이들의 정서교육을 위한 그림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한 그림인지를 정하고, 취향에 맞은 그림을 선택하면 된다.
내가 그림을 한점 두 점 모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인터넷 경매가 활성화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화랑에 이메일을 보내 100만 원이 예산인데 집에 걸기 좋은 작은 그림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 화랑은 중견 작가들의 전시를 활발히 열고 일 년에 한두 번은 소품전을 열어 저렴하면서도 좋은 그림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런 정보는 미술잡지를 정기 구독하고 전시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드나들며 얻을 수 있었다.
도판 : 임효, <꽃비> 닥종이 한지에 채색. 26 x 35cm
얼마 후 화랑에서 나의 예산에 맞는 3점의 그림 이미지를 보내주면서 크기도 알려줬다. 세 점 모두 좋아 보였지만 그중에서도 임효 화백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색상이 밝고 그림이 풍기는 분위기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았다. 비혼자라면 자신만 좋으면 되지만 배우자가 있을 때는 가능하면 함께 좋아할 수 있는 그림을 구입하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좋고 두 번째 그림이나 세 번째 그림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메일로 받는 이미지는 컴퓨터 해상도에 따라 실제 색상과 조금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질감도 확실히 알 수 없다. 가능하면 직접 가서 그림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림을 구입하기 전에 안목을 어느 정도 갖추고 싶으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화랑으로 산책을 가거나 미술강좌를 듣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안목도 높이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기분전환도 되니 일석이조다. 화랑도 여러 종류가 있다. 화가들을 초대해 전시회를 많이 하는 ‘전시 화랑’, 개인전이나 그룹전은 하지 않고 ‘상설전’이라는 이름으로 작품만 판매하는 ‘판매 화랑’, 화가에게 돈을 받고 전시장소만 빌려주는 ‘대관 화랑’ 등. 이중 초대전을 많이 한 전시 화랑에 좋은 작품이 많다.
임효, ‘꽃비’ 세부
화랑에서는 작은 그림을 ‘소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화가들은 작은 화폭에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아 소품을 많이 그리지 않는다. 혹시 ‘소품은 화가가 큰 작품을 그리기 전에 연습 삼아 대충 그린 것 아닐까?’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화가는 작다고 대충 그리지 않는다. 그것은 화가 자신이 못 견디는 일이다. 오히려 작은 화폭에 자신의 그림세계를 담으려고 더 정성을 기울이기 때문에 “작지만 큰 그림”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화랑이나 전시회에 갔을 때 마음에 와 닿는 작고 좋은 그림이 있으면, 큐레이터와 상의한 후 예약이라도 해두는 게 좋다.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은 전시가 끝난 다음에 갖고 가는 게 관례라, 30~50퍼센트의 예약금만 내도 된다.
화랑과 인터넷 경매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자세히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