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
“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 있고, 본래 그러한 것이 있다.”
사기(史記) 맹상군 열전
돌이켜 봅니다. 사람들 때문에 서운하고 그래서 마음에 상처를 받은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어디 그런 일이 한두 번일까요. 특히 잘 나가는 직업을 갖거나 버젓한 직장에서일하다가 현직을 떠난 사람들은 이런 심경을 많이 느낄 것입니다.
‘차라리 안 보고 말지.’ 하면서 예전에 잘 지내던 사람들과도 점차 마음이 멀어지게 됩니다. 섭섭하다고 아예 마음을 닫아버리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옳은 일일까요? 조용히 이 세상 살다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게 현명한 걸까요?
대만의 역사 평론가 공손책이 지은 ‘사기 명문장 100구’를 보다가 적절한 조언을 찾았습니다.
‘사기(史記)’는 사마천이 궁형을 감내하면서 완성한 역사서입니다. ‘사기’와 같은 글 스타일을 기전체(紀傳體)라고 하지요. 연도별로 사건을 기록한 편년체와 달리 기전체는 한편 한 편의 고사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어 그 맥락을 파악하기 적합합니다. 사마천은 문학적 재능이 탁월해서 책에 실린 명구(名句)와 (사자) 성어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맹상군 열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제나라 사람 맹상군의 식객이었던 풍환은 맹상군을 대신해 빚을 받으러 갔다가 마음대로 탕감해 주곤 했답니다. 사람들이 맹상군이 덕을 지닌 인물이라 생각하도록 일부러 그리 했던 것입니다.
제나라 왕이 신하들의 험담을 듣고 맹상군을 파면하자 그의 집을 드나들던 많은 객들이 맹상군을 떠났습니다. 훗날 맹상군이 복직하자 객들이 돌아왔지만 맹상군은 지난날 서운함을 되새기며 그들을 원망하자 풍환은 이렇게 말합니다.
“살아있는 것이 반드시 죽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부귀할 때는 인사들이 많이 따르지만 빈천할 때는 친구조차 적어지는 것은 본래 그러한 것입니다.(..) 군께서 지위를 잃자 빈객들이 모두 떠나갔지만 그들을 원망하며 그들이 찾아올 길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예전처럼 빈객들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맹상군은 두 번 절하고 “삼가 그대의 명을 따르겠소.”라고 했답니다. 세상사는 다 그런 것입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했지 않습니까. 마음을 넓게 갖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내 마음 또한 편안할 것입니다.
아침에 걷기를 하러 나갔다가 어제와 같은 일출을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구름에 가려 오늘 일출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어스름 분홍 빛은 바다와 하늘을 물들이고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구름에 가려서 우리가 보진 못하지만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릅니다. 누가 뭐라 하든 매일 태양은 떠오는 것, 이것은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죠. 마음의 심지만 흔들리지 않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