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을 때 보고, 갈 수 있을 때 가고' 이런 자세가 필요한 때
집중력은 떨어지는데 책 욕심이 많아서 늘 동시에 여러 책을 쌓아놓고는 정작 한 권도 제대로 완독 하지 못하는 나. 여행을 떠나면서도 무슨 책을 가져갈까 고민하다 결국 두 권을 트렁크에 넣고 한 줄도 안 보고 가져오는 나. 그런 내가 단번에 후루룩 읽어버린 책이다. ‘놀 수 있을 때 놀고, 볼 수 있을 때 보고, 갈 수 있을 때 가고’ (윤영미 지음, 몽스북 펴냄)는 마치 옆에서 수다스러운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그 이야기를 읽으며 비슷한 연배인 나는 수없이 맞장구를 쳤다. 세상에.. 나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네. 맞다, 맞아. 그렇지, 그랬었지.
솔직히 말하면 나보다 월등한 것이 많았다. 삶에 대한 열정과 실행력, 에너지, 솔직함, 친화력. 그래서 책을 읽으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밝게 삶을 살아야겠다.
SBS 아나운서를 하다가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나이가 ‘무색하게’ 젊게 산다. 호기심과 에너지 가득한 찬란한 삶을, 바로 지금 살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시절보다 지금의 자신이 외모 지수, 능력 지수, 행복 지수에서 모두 더 좋아졌다고 자신한다. 어떻게 그렇게 자기 자랑을 밉지 않게 잘할까. 솔직하다. 참 크나 큰 장점이다. 목회자인 남편을 만나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까지 혼자서 감당하는 삶을, 예순을 넘긴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 홈쇼핑, 지방 행사와 강연까지 대한민국 곳곳을 다닌다. 그런 와중에 제주에 빌려 수리해 사는 집(무모한 집)에도 가고, 삶과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안목을 콘텐츠화해서 직접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인 ‘영미투어’를 진행하고 좋아하는 물건들을 선별하여 판매하는 ‘영미상회’도 운영하고 있다. 주도적 기획력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현재를 즐기는 삶’을 실천하려 노력 중이다. 어떻게? 제목에 그대로 나와 있다.
‘나는 아나운서 시절, 윗사람 눈치 보며 엄청 돌아다녔다. 당시에는 압구정동, 청담동, 가로수길, 삼청동.., 지금은 성수동, 부암동, 익선동, 서촌, 을지로... 어디가 핫하고 힙하다고 하면 잽싸게 다녀와 내 것으로 만든다...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감각을 놓지 않아야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도 대화가 막히지 않고 술술 풀린다 생각한다. ’
아차 싶었다. 요즘 누구라도 만나려면 너무 고민스럽다. 어디서 만나지? 상대방도 고민스럽긴 마찬가지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유명한 카페, 유명한 식당 있으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닌 적도 있었는데..
제일 공감 가는 대목은 이거였다. ‘궁극적으론 콘텐츠가 재산이다. 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콘텐츠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 사람에게 들을 얘기가 있어야 한다... 콘텐츠를 갖기 위해선 새로운 것으로 나를 늘 새롭게 채워야 한다. 뜨는 드라마도 보고, 책도 읽고, 온라인으로 물건도 사보고, 유행하는 음악도 듣고, 접해보지 않은 요리도 먹어봐야 한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항상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저자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이미지는 화려하다. 하지만 그의 삶은 우아하게 폼 잡고 꽃처럼 직장 생활하다가 시집 잘 가는 그런 삶은 아니었다. 학벌, 집안, 외모 모두 주변 동료들에 비해
명함 내밀 수준이 안 되는 처지였다. 그래서 방송국 시절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빛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남편 눈치, 시댁 눈치 다 부질없는 일. 다른 사람 질투하지도 말자. 질투하면 나만 피폐해지니 그냥 부러운 사람 따라 하고 말자. 돈 모으는 일에만 과하게 집중하지 말자. ‘즐기고 행하는 일상’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해 주는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나는 농담처럼 얘기한다. “우리나라 62세 중 내가 젤 잘 놀고, 젤 예쁘다!” 농 아니다. 진짜다. 내가 나랑 잘 놀고, 내가 나를 예뻐해야 남도 나랑 놀고 싶어 하고, 나를 예뻐한다.’
책은 절대 ‘꼰대’ 소리 듣지 않는 법도 가르쳐 준다. ‘너나 잘하세요~’가 진리다. 충고할 시간에 밥이나 사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 퍼 나르지 말기. 청하지 않는 충고나 청하지 않는 사진과 글은 보내지 말기.
고민된다. 그럼 어떻게 내가 쓴 이 글을 알리지?
그렇지. 영미 씨는 말했지. ‘내 인생은 내 맘대로다. 그러니 눈치 보지 말자’고.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