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살려면 몸과 마음을 움직이자.
나이가 들면 느는 것은? 뱃살과 주름살, 흰머리. 그리고 또 있다. 약. 영양제나 식품 보조제가 아니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취해야 하는 약이다. 잊지 말고 챙겨 먹어야 하는 약들이 하나둘씩 생긴다. 나의 경우 고지혈증 약을 먹기 시작한 지 벌써 8년째에 접어든다. 그리고 고혈압약을 지난해 2월부터 먹기 시작했다.
혈압은 원래 좀 높은 편이었는데 아슬아슬(135/90 내외)한 정도여서 약을 먹지 않고 지냈더랬다. 병원이랑은 별로 친하지도 않아서 정기검진 외에는 잘 가지 않는데 그것도 좋지않은 버릇임이 드러났다. 지난해 초에 갑자기 눈꺼풀이 불편할 정도로 심하게 경련이 왔다. 눈 떨림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마그네슘을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마그네슘을 먹어 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우리는 병이 찾아오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주위에 증세를 말하고, 민간요법을 시도하면서 네이버를 검색해 스스로 처방한다. 그러면서 병을 키우곤 한다. 나 역시 같은 전철을 밟다가 결국 안되겠다 싶어서 종합병원 신경외과에 예약을 잡았다. 소견서를 받기 위해 동네 내과(1차 의료기관)를 찾았다.
어느 병원이든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혈압을 측정한다. 의사가 깜짝 놀라면서 “아주 위험한 상태여서 당장 오늘부터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뛰어와서 그런 건 아닌지 물었더니 의사는 무표정하게 그런 수준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처방전을 받으며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수축기 혈압이 210㎜Hg이나 됐단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어서 어쩔 수 없지만 얼마나 위험한 상태였는지 보자. 지난해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2 고혈압진료지침’에 따르면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은 목표 혈압이 140/90mmHg 미만이다. 당뇨합병증이 있는 고위험군은 목표치를 130/80mmHg 미만으로 기준을 낮췄다. 눈 떨림이 왔기에 망정이지 증세도 없이 찾아온 초고혈압에 큰일 날 뻔 했다. 혈압약을 먹고 나서 혈압은 정상치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눈꺼풀 떨림도 사라졌다.
고지혈증도 큰 문제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속의 지질이 우리 몸에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는 상태를 말하며, 지질의 종류인 저밀도(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등 비정상적인 상태를 통틀어 ‘이상지질혈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건강검진을 받은 뒤 고지혈증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1년 뒤 건강검진에서 정상 수치로 돌아왔기에 그다음엔 좀 게을리했었다. 처음엔 이틀에 한 번씩 먹다가 일주일에 한 알을 먹기도 하고, 그러다 생각나면 먹는 수준이 됐다. 그런데 지난 연말 종합병원에서 심장초음파 등 정밀 검사를 했더니 저밀도(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안 좋다면서 약을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고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먹어야 하고 그 외에 종합비타민, 눈 건강제, 오메가 3을 먹는다.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직장 생활하면서 운동은 게을리하고 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먹고, 기름진 음식에 과식을 일삼았던 결과다.
건강은 젊어서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고 들었고 그러려고 했지만 이 지경이 됐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건강을 위한 결심을 다진다. 내 몸은 내가 잘 관리해야 한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새해 건강결심’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준 조언을 종합해 보면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사로 압축된다. 소화기내과, 내분비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5명의 교수들은 생활 속에서의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건강을 위해 꼭 지켜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본다.
•운동 생활화하기
: 건강을 위한 딱 한 가지만을 권하라고 하면 당연히 신체적 운동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계질환, 당뇨, 골다공증, 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새해부터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적어도 1주일에 3회, 30-40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자.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근력운동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걷기 생활화하기
: 걷기는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다. 걷기만으로 허리디스크와 무릎연골이 더 튼튼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매일 만 보 이상 걷는 것이 좋겠지만 40분 정도 걷기를 생활화하자.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지난 연말에 서울시에서 하는 ‘손목닥터 9988’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건강기록을 측정해 주는 스마트워치가 욕심이 나서 신청하긴 했는데 어느 정도 동기 부여가 된다. 여기서는 하루 8000보를 목표로 설정해 놓았다. 1시간 반 정도 걸어야 한다. 그만두고 싶어도 8000보를 채우고 싶은 생각에 조금 더 걷게 된다.
: 생활 속에서 운동하는 방법도 많다. 걷기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바쁜 직장인들은 따러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으니 출퇴근 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좋다. 가끔씩은 지하철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가고, 가까운 거리는 좀 여유 있게 출발해서 걸어서 간다. 주말에는 시간을 내서 등산이나 트레킹, 달리기 등 좋아하는 운동을 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식사하기
: 항상 일정한 식사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6시에서 7시 사이에 저녁을 먹고 오후 9시 이후 야식 혹은 음주는 절대 금물이다. 과식은 절대 하지 말고 특히 고기류는 1인분만 먹고 손절한다. 회식이 있을 때 1차로만 끝낸다.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인스턴트식품이나 냉동식품은 잊어야 한다.
•건강하게 먹기
: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 과식하지 않기, 과음하지 않기는 기본이다. 너무 달거나 너무 짠 음식 너무 기름진 음식은 해롭다. 심심할 정도로 간을 한 것이 좋다. 가공된 음식보다는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신선한 음식,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음식이 좋다. 밥상 차림에 적·녹·황색이 다 섞여 있다면 골고루 먹고 있는 것이다. 미술시장에선 단색화가 대세이고 고가에 팔리지만 밥상에선 단색은 금물이다. 편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을 볼 때도 장바구니가 알록달록하게 차 있는지 살피는 습관을 갖자.
: 과식은 금물이다. 약간 모자란 듯이 먹으라고 하는 게 그건 참 실천하기 어렵다. 음식은 약간 배부른 듯이 먹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한다.
•위장이 쉴 시간 주기
: 현대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끊임없이 뭔가를 먹고 마신다. 언제나 뭔가 소화시켜야 한다면 몸도 힘들다. 몸에도 리듬이 있다. 먹을 때 먹고, 쉴 때 쉬는 것이 좋다. 동물은 주행성과 야행성으로 구분된다. 주행성은 주로 낮에 먹고 밤에 쉬며, 야행성은 그 반대다. 사람은 주행성에 가깝다. 이른 저녁 후 물 외에는 먹지 않는 식생활을 실천해 보자. 자연스레 다이어트가 될 것이고, 체중이 줄지 않더라도 몸이 건강해진다. 늦은 시간까지 OTT에서 드라마 보면서 와인 한잔 하는 습관도 당장에 버려야겠다.
: 간헐적 단식도 효과적일 것이다. 몸이 배고픔을 느끼는 상태가 되면 세포들이 긴장해서 활력이 오히려 높아진다. 저녁을 6시에 먹고 나서 다음 날 아침을 건너뛰고 11시 반~12시쯤 점심을 먹으면 18시간 위가 쉴 수 있다.
•마음 건강 챙기기
: 우리의 뇌는 신체와 연결되어 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한 이유다. 나이 들면 호기심이 적어지고 힘이 떨어져 기쁨과 슬픔에 둔감해지는 것도 체력이 떨어진 것이 큰 이유다. 나이가 들어서도 활동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보라. 건강하다.
: 우리 신체의 기둥 역할을 하는 뼈와 근육이 튼튼해야 나이가 들어도 쉽게 피로하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한데 운동은 뇌를 자극해서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안 등을 감소시키고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신체건강 없이는 정신건강이 존재하기 어렵다. 새해부터는 생활 속에서 운동하는 방법을 이용하자.
•스트레스 관리하기
: 생명체는 끊임없는 자극으로 활력을 갖게 할 필요도 있지만, 가끔은 조용히 쉬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의 온갖 자극으로 인해 긴장도가 높아져 있는 우리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친 뇌를 재충전하기 위해 외부 세계와의 단절이 필요하다. 새해에는 매일 아침, 저녁 10분만이라도 나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자. 조용히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몸이 느끼는 감각에 집중해 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마음 챙김(minfullness)’이나 명상으로 머리를 비우고 좋은 기운을 채우는 것도 좋다. 규칙적인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유산소 운동이 효과가 있다. 걷기나 수영이 그래서 좋다. 다시 말하지만 걷기는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다. 자연 속에서 걷는다면 금상첨화다.
•근력 운동하기
; 오래 살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고 멋지게 오래 살려면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면 자세가 반듯해지고 똑같은 일을 해도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허리나 관절 아픈 것도 더 빨리 낫는다. 게다가 근육세포에서 나오는 근육호르몬은 두뇌 활동을 좋게 하고, 혈관 기능을 향상하며,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역할도 한다. 나이 들어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을 미리미리 예방해 80이 넘어도 청춘의 힘을 가지고 멋지게 살게 하는 근력운동, 일주일에 세 번, 30분 이상은 꼭 해 보자. 이건 혼자서 지속적으로 하기가 힘들다. 돈을 좀 들여서라도 제대로 지도를 받으며 근력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필라테스도 좋은 운동이다. 정보력을 동원해 저렴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몸이든 마음이든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