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룩스에서 개인전이 2019년 11월 3일까지 열렸습니다.)
사진작가 김도균은 건축적 구조의 내부와 외부를 사진으로 시각화하며 사진 매체의 다양한 형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특정 공간의 모서리를 담은 그의 작품들은 미니멀리즘 회화 작품 같기도 하고, 절대주의 창시자 말레비치의 작품 같기도 하다.
그가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룩스에서 지난 10년간의 작품을 모아 ‘kdk w:r.08-19’ 전을 열고 있다. kdk는 김도균의 이니셜이다. ‘w’는 영어의 흰색(white), 벽(wall), 독일어의 각(winkel) 등의 중층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작가의 독일 유학시절 시·지각적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
“어느 날 아침, 움푹 들어간 흰 벽의 모서리가 돌출되는 이질적인 공간감을 경험했어요. 이후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시각성을 가진 모서리를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선과 선, 면과 면이 만나 생성되는 모서리가 풍부한 음영으로 표현되는 그의 작품은 전진하면서 동시에 후퇴하는 독특한 시각성을 보여준다. 연필 소묘처럼 보이는 사진으로서 ‘w’는 새로운 장소의 새로운 모서리의 발견으로 이어졌으며, 점차 과감한 시각과 장소 특정적 모서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2008년 이후 발표된 김도균의 ‘w’ 연작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는 성격의 전시이다. 과거 전시를 토대로 재구성된 ‘w’ 대표 작품들과 전시 이후의 축적된 작업의 풍경이 즉물적으로 제시된다. 그는 “주요 전시가 있을 때마다 전시하는 공간의 한 모퉁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촬영해 전시했고, 이번 전시에서 그 공간들을 모아 봤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그의 주요 전시 이력을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셈이다. 그가 공부한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2009)부터 플라토미술관 (2011년), 런던 필라코리아스(2012년), LIG아트스페이스(2014년), 암스테르담 위스메트후프덴(2015), 토탈미술관(2015), 베를린 안도 파인아트( 2016), 누크 갤러리(2016), 아르코미술관(2018), 뮤지엄 산(2019), 그리고 이번에 전시하는 갤러리 룩스의 전시장 천정 모서리까지 포함됐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는 숨은 공간들이 모노톤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전시공간을 찍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전시공간을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켜 보면 전시하느라 잘 못 보는 공간을 볼 수 있고, 그 공간의 특징이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촬영 방식 이외에도 사진 작업에서의 기본적 전제들, 예컨대 액자와 정형화된 규격에 변화를 주기도 하며, 진보하는 사진의 기술적 패러다임을 수용한다. 이렇듯 우리가 상상하는 혹은 상상할 수 없었던 사진 매체의 가능성을 모색해 나간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2차원 작업을 바탕으로 한 3D 조형물도 선보인다.
“3차원을 2차원으로 압축해서 나온 일루젼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3차원으로 풀어내 본 것입니다. 보이는 것은 사진과 같지만 3차원으로는 비뚤어져 나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김도균 작업의 큰 키워드는 ‘공간’이다. “물리적 공간일 때도 있고, 우주일 때도 있고 미세한 공간한 공간일 때도 있습니다. 사물을 찍어서 우주 속의 별처럼 보이게도 하고, 별을 찍기도 하는데 별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들여다보면 고장 난 컴퓨터 같은 사물이기도 합니다.”
갤러리룩스 심혜인 대표는 “이번 전시는 공간을 주제로 실험해 온 김도균 작가의 지난한 사진 작업 과정에서의 유희와 고민들을 엿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균 작가는 서울예술대학 사진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이에서 마이스터 쉴러(토마스 루프), 아카데미 브리프(크리스토퍼 윌리엄스) 과정을 마쳤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디자인학부 사진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1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주요 미술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사진 작업 외에 3D 조형물, 디아섹 작업을 이용한 테이블 등을 선보이는 전시는 11월 3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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