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

< 자기만의 방> 중 나를 깨우는 한 문장

‘ 여자들은 아테네의 노예보다도 지적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시를 쓸 수 있는 티끌만 한 기회도 얻지 못했던 것이다. 바로 그것이 내가 이렇게도 돈 그리고 나만의 방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이다.’

- 버지니아 울프 , <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자기만의 방’은 케임브리지 대학 뉴넘 컬리지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을 토대로 한 에세이이다. 시작은 이렇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의견, 즉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영국 런던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국 인명사전'을 펴냈을 정도로 학식과 명망 있는 인물이었지만 당시 여성들에게 강요되던 규범에 따라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독학으로 지성을 쌓았다. 그녀는 '자기만의 방'을 통해 자신이 많은 사회적 차별을 받았다는 것을 아주 우회적으로 지적한다. 여성은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가져야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재산권이 없기에 아버지나 남편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여성이 육아와 가사 때문에 지적 활동을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19세기 말 여성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남성의 우월감을 주장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때는 그랬고 물론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그렇다. 한참 동안 이 책이 페미니즘 비평을 위한 필독서가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문제가 비단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기본적인 권리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남자든, 여자든 자신을 위해 쓸 시간과 오롯이 자신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각자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시간의 문제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이다.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긴다. 왜일까?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늘 분주하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된 탓에 나 역시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삶을 좀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통감한다.

하루 24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 시간 중에서 나를 돌아볼 시간은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시 5분 동안 하루의 일과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 힘든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단 5분이라도 그날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되찾아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특별히 시간을 내기 어려우면 스마트폰으로 일정 관리를 하면서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시간관리를 잘 못하는 편에 든다. 삼천포로 빠지는 버릇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스를 보거나, 이메일 체크를 하다가, 혹은 집안 정리를 하다가 다른 길로 들어가서는 원래 하던 일을 내버려 둔 채 다른 일을 한참 동안 하곤 한다. 이렇게 시간이 늘어지고 집안은 어지러워진다. ‘꼭 해야지’라고 생각한 일도 잊어버리곤 한다. 시간 관리해 주는 비서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 어쩌랴. 그래서 요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To Do’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 글쓰기와 아침의 유산소 운동, 요가와 명상부터 자료 읽기, 공과금 내기 등 날짜 안에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면서 스스로를 일깨워준다.

자기 만의 공간은 휴식과 충전, 사색을 위해 필요하다. 특별히 화려하거나 넓을 필요가 없다.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공간에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 넓은 공간보다는 좋은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중년 남성들의 로망이 자기 서재를 갖는 것이라고 하는데 가장이라는 의무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만의 공간에서 자신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선물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몇 분이라도 좋을 것이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곳. 자유와 함께 고독을 맛보며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이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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