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트노마드 함혜리 Jul 31. 2022

꼬리조팝나무를 아세요?

날마다 발견

세상만사를 다 꿰뚫을 수는 없다지만 살면서 내가 아는 것이 별로 많지 않다는 걸 매일매일 깨닫는다. 살아온 날에 비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남들 다 하는 것도 안 하고 , 못 하고 사니 더욱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겸손과 겸양이 아니라 실제로 나는 정말 제대로 아는 게 별로 없다. ( 예전에 분명히 알던 것도 아득해진 이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모르는 게 많은 게 꼭 나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알아갈 것이 많다는 얘기이니까. 새로 무언가를 알게 되는 즐거움 또한 크다. 그러니까 주변을 잘 둘러보면 배울 게 천지라는 얘기다.

요즘 수채화를 배우러 다닌다. (비원 유람 편에 썼었다) 이번에 정물화를 그리기로 했는데 꽃 당번이 사 온 꽃이 마치 들풀 같이 너무 여리 여리 하며 예뻤다. 보기에 예쁘지만 어찌 시작해야 할지 그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친절한 지도를 받으며 어찌어찌 그리기 시작했다. 오래 배운 회원들도 마찬가지 마음이었는데 어려운 만큼 중간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꽃의 생김새, 봉오리 모양, 잎 모양을 관찰하며 조금씩 조금씩 그려나가는데 워낙 꽃이 예뻐서 보고 그리는 내내 즐거웠다.

그 꽃이 무엇인지 아무도 이름을 몰랐는데  나중에 한분이 꽃 이름을 찾아냈다. ‘꼬리조팝나무’였다.

조팝나무인데 길게 꼬리 모양으로 피어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았다. 연보라에 가까운 분홍색 꽃이 참 예쁘다. 좁쌀 모양 봉오리는 초록색이었다가 분홍색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꽃이 핀다. 짐작에는 원래 야생화인데 잘 자라서 절화용으로 재배하는 것 같다.

아침에 집 앞 산책에 나섰다. 요 며칠 아침부터 너무 더워서 산책을 못 나갔는데 오늘은 비가 간간이 뿌리며 기온이 내려가서 우산을 들고 산책길에 올랐다. 매봉산을 넘어 성곽길 쪽으로 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림 그리던 것과 색깔만 다른, 흰색 꼬리조팝나무가 눈에 띄었다. 흰 두루미가 풀 위에 사뿐히 앉아있는 것 같다. 산 중턱에 걸린 구름같기도 하다. 알고나서 바라보니 주변에 지천이었다. 산책하면서  많이 보던 꽃이다. 이렇게 달리 세상이 보인다니.

이게 꼬리조팝나무였구나!!! 조금 더 걸어가 보니 연보라색인데 꼬리 모양은 아니고 둥글게 핀 꽃도 있었다. 이것도 조팝나무 가족으로 공조팝나무 비슷하다. 원래 조팝나무는 흰색에 늦봄(4월)에 피는 꽃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수채화반 단톡방에 사진을 공유했더니 다른 회원도 “오마나 이거 요즘 산에서 많이 봤어요!” 하며 반가워한다.  이름을 알고 나니 눈에 마구 들어오는  신기하기만 했다. 아침 산책길에  눈이 트였다고 할까? 세상에 배울 것이  많다  이번에

 한번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인다.’ ,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도. 



매거진의 이전글 치자 꽃 향기에 취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