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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Nov 08. 2022

파리 22 가을 전시 ‘모네-미첼’(2)

루이 뷔통 재단 미술관 조안 미첼 회고전

하마터면 이 좋은 작품들을 볼 기회를 놓칠 뻔했다.


남프랑스 여행을 하고 돌아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온전하게  하루를 파리에서 보낼 시간이 있었다.  여행 가기 전에 2 동안 파리에 있으면서  많은 전시를 봤다. 하루에 2-3곳씩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녔으니 적어도 매일 2  정도는 걸었을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야말로 다리에 쥐가  정도로 다녔는데 전시마다 특별하고 감동이 커서 다리 아픈  모르고 다녔다.

아무튼 그렇게 다녔는데도 좀 미진한 것, 다시 보고 싶은 것, 빼먹은 것들이 있었다. 루이 뷔통 재단에서 하는 ‘클로드 모네- 조안 미첼’ 전시 중 지하에서 열리는 조안 미첼 회고전을 못 봐서 다시 갔다. 집에서 일찌감치 나서 하루 동안 파리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하루권(7.5유로)을 끊었다. 1호선 동쪽 종점 샤토 드 뱅센 역에서 타서 서쪽 종점 가까이 레 사블론에서 내렸다. 마침 만성절(11.1 ) 휴일이라 불로뉴 숲 초입의 놀이공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바글바글하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이 심각해서 아기들 구경하기 어려운 것과 달리 프랑스는  다르다. 유모차에 아기 태우고, 안고, 아기 손 잡고 나온 사람들 천지다.

미술관에 가니 휴일이어서 인지 바글바글. 매표소 앞엔 긴 줄이 서 있고 소지품 검색대 앞도 바글바글.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많아서 전에 왔을 때 보다 훨씬 붐빈다. 그동안 전시가 좋다는 입소문도 났을 것이다.

아무튼 입장해서 바로 지하 전시장으로 향했다. 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추상 표현주의 화가 미첼이 대형 캔버스에 컬러와 붓 질로 그려 낸 폭발적인 에너지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1층부터 3개 층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미첼’ 전시는 컬러, 테마 별로 두 거장의 작품을 묶어  대화하듯이 했다면 회고전은 미첼의 작품 만을 연대기 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미첼은 초반에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작업하다 말년에는 프랑스에서 작업하다 세상을 떠났다. 도시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 초기 작품 , 오가며 작업할 때의 작품, 그리고 말년의 작품들 모두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유럽의 미국인 예술가들’이란 제목으로 진행된 인터뷰 영상 속의 미첼은 계속 줄담배를 피우면서 리런 말을 했다.

“ 다른 사람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어요.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캔버스 위에 나의 감정과 느낌, 기억을 표현하는 것이에요.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죠. “

고관절 수술과 암으로 고통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던 말년에도 그녀는 대형 캔버스 위에 창작혼을 채웠다. 그렇게 그린 그녀의 거의 마지막 작품 앞에서는 먹먹했다. 다 좋지만 미첼 작품 중 ‘나의 풍경’ my landscape 제목이 붙은 작품이 특히 좋았다.

이런 예술가의 삶 속으로 잠시나마 들어와 볼 수 있었던 게 행복했다.

이번 여행에서 정말 많은 전시를 봤지만 꼭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루이뷔통 재단의 ‘모네-미첼’ 전을 들 것이다. 설치미술이다, 개념 미술이다 하면서 관심을 모으는 작가들이 많지만 역시 회화의 힘은 강하다. 보이지 않은 것을 감정으로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의 메인스트림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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