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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Nov 17. 2022

프랑스 22 가을 파리, 피노 컬렉션 (2)

2022년 가을 겨울 시즌 전시

파리의 새 명소로 꼽히는 Bourse de Commerse-Pinault Collection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에서 개관 이후 세 번째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22년 가을과 겨울 시즌을 맞아 10월부터 진행된 전시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시의 메인은 로툰다에 설치된 안리 살라 Anri Sala 몰입감 있고 우주적인 작업 ‘ Time No Longer’ (2021)이다. 알바니아 태생의 예술가 안리 살라(b.1974) 비디오, 사진을  매체로 작업한다. 로툰다의 원통형 형태에 맞게 디자인된 거대한 곡면 스크린에 투사된 비디오는 작가의 최근 작품으로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둥둥 떠서 움직이는 턴테이블과 바늘이 내는 소리를 이미지와 음향으로 보여준다. 정체불명의 음향은 올리비에 메시앙 Olivier Messiaen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Quartet for the End of Time에서 영감을 얻었다. Sala 새로운 시공간을 조율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음향을 만들어 낸다.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위해 편곡된 사운드트랙 음악은 무중력 상태에서 재생되면서 완전히 다른 시공간을 느끼게 하는 소리가 된다. 무중력 상태에서 끝없이 돌아가는 턴테이블은 마치 지상의 중력에서 해방되어 끝없이 움직이는  같다. 기괴한 소리가 로툰다의 콘크리트 벽과 바닥에 울리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Anri Sala의 작업은 로툰다 주변의 통로와 박물관 1층의 갤러리 2 공간, 지하실에서 볼 수 있다.

메자닌에 있는 갤러리 3에서는 관계 미학의 대표적 작가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 Dominique Gonzalez-Foerster OPERA(2016) 시리즈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다룬 홀로그램 프로젝션을 감상할  있다.

그녀는 전통적 매체 대신 문학, 영화, 건축, 오페라 등에 나타나는 시간과 공간을 작업의 소재이자 질료로 사용해 허구적 공간과 현실 주변의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 왔다. 2012   딜런, 에밀리 브론테, 바이에른의 루드비히 2세와 같은 인물을 구현하기 시작한 이후 예술가의 유명한 공연을 홀로그램 프로젝션으로 구현해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6 작품인 ‘오페라에서는 어두운  한가운데 마리아 칼라스가 마지막 공연에서 입었던 것과 같은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타나 아리아를 부르는 모양이 마치 유령 같다. 아리아는 최고 전성기의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것이지만 붉은색 수의를 걸치고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이미지의 주인공은 작가이다. 유튜브로 마리아 칼라스가 정결한 여신’  부르는 영상을  적이 있는데 목소리와 함께 감정이 담긴 표정과 제스처가 무척 강렬했다. 홀로그램에선 목소리와 분위기로 그걸 재현하려   같다.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참으로 독특하단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예술 작품과 건축, 자연 및 도시 맥락 사이의 대화를 촉진’한다는 목표로 피노 컬렉션이 개관하면서 선보인 현장 설치 작업은 내년 말까지 계속된다.

전시장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향하다 보면 벽 아래쪽에 구멍을 뚫고 나온 하얀 생쥐를 만나게 된다. 라이언 갠더 Ryan Gander(b.1976, 영국 체스터)의 작품이다.

안도 타다오의 리모델링은 원형 실린더 안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만드는 것 외에 기존의 공간들을 전시실로 훌륭하게 변화시켰다. 피노컬렉션의 방대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실이 위치한 지상층 2층은 실린더의 계단을 통해서도 진입이 가능하며 모든 전시실이 원형 건물을 따라서 연결되어 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흰색의 방들이 연결된 것이 볼만하다. 미술관에 온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용하게 닫히는 문의 잠금 장치부터 깔끔한 디자인의 벤치 등 세심하게 마무리된 인테리어가 감탄을 자아낸다.

극사실주의 운동의 핵심인물인 듀안 핸슨 Duane Hanson의 조각 작품 ‘앉은 예술가’는 지하 기계실에 설치되어 있다. 합성수지와 유리 섬유를 사용해 캐릭터를 만들고 실제 모델을 사용해 조각품을 몰딩 한 뒤 세심하게 제작한 것이다. 영혼은 없으나 너무나 현실적인 작품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개인의 심리적, 사회적 초상을 제시한다. 앉은 예술가는 의자에 뒤로 앉아 팔뚝을 등받이에 대고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는 핸슨의 자화상으로 절망적인 상태를 환기한다. 현실감, 시대착오적 존재감 및 주변 환경과의 대비로 인해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생각에 잠기고 일종의 나태함 속에 얼어붙은 작가의 초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이 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인간과 기술 시스템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고조시킨다.  

다형성 예술가, 조각가, 연기자, 편집자 및 프로그래머인 마우리치오 카텔란 Maurizio Cattelan은 Bourse de Commerce은 3층 내부 발코니에 비둘기 박제 대대를 설치했다. 역설, 도발, 아이러니에 능숙한 카텔란의 비둘기는 어딘가 불안하다. 하늘과 땅의 소식을 전달하는 것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여기에서는 잠재적으로 불길한 일이 닥칠 것이라는 신호처럼 보인다.

필립 파레노 Philippe Parreno는 René Daumal(1908-1944)의 신화적이고 미완성인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등대’를 재작업하고 수정하여 Bourse de Commerce를 위한 현장 설치의 새 버전을 설계해 설치했다. ‘등대’의 조명 시퀀스는 파리의 하늘을 비추며 Daumal의 환상적인 형이상학적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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