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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Oct 30. 2019

건축거장 마리오 보타와의 대화 2

그의 건축 철학과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작업에 대해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반세기에 걸친 작업은 경계가 없다. 대학 캠퍼스 빌딩부터 종교 건축, 오피스, 미술관, 주택 등 다양한데 그 중 두드러지는 것이 종교 건축물이다. 가톨릭 성당부터 유대교 교당, 이슬람 사원까지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20여개에 이르는 종교 적 장소와 공간을 만들었다.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이후 현대 교회건축은 건축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특정 장소에 한 개인이 그 많은 영성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한만원 소장(이후 한) : 첫 종교 건축은 프랑스의 에브리 성당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타 : 그렇습니다. 하지만 에브리는 새로 조성된 도시여서 오래된 도시에서 커뮤니티의 중심으로서 성당이 차지했던 비중 만큼 집약적이지 않았습니다. 에브리 성당 프로젝트는 파리 근교에  교구를 만들고 주교좌 교회,  성당을 짓는 사업이었습니다. 체계적이고 기능적으로 편성되어 있었지요. 주교는  성당이 예전 그곳에서 벌어진 순교를 기리는 공간이  것을 기대했지만 성당이 지어진 이후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주로 왕래하는 도심공원으로 변모했습니다.

이처럼 건축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예를 들어보죠.  혹은 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지붕은 궁극적으로  자체도 일련의 조건에 의해 제한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또한 우리 삶의 일부가 됩니다.

건축가로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컨트롤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이유들을 찾을  있다는  때문입니다. (건축가로서) 나의 몫은 표현되는 형태에 국한되지만 단순히 의뢰받는 수준을 넘어서 내가 만족하고 평정에 이를  있는 ‘일치점 추구하는 이유입니다. 일이라는 것이 항상 즐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자신의 직업에서 전략과 평정을 찾기 위해 일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 처음 전화를 드렸을 때가 기억납니다. 한국에 성당을 설계하는 것을 제안했을  즉시 긍정적인 답변을 하셨지요. 보통 새로운 프로젝트를 결정하기에 앞서 1,2 정도 시간을 가지며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결과물을 기대하게 되는  같습니다.


보타 : 남양주성모성지 프로젝트와 같은 작업을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없는 경우 특권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부분도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요구되는 기준이 높을수록 나의 한계를    있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했던대로  기능을 하게 만들  있다면 모두 만족할  있을 것입니다. 종교건축의 경우에는 확실한 기준이 요구된다는 점을 무시할  없겠지요.


함혜리 : 남양성모성지 성당의 형태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까?


보타 : 그것은 성당이 자리잡은 대지로부터  것입니다. 꼭대기에 이르러서 하늘로 열리게 되는 성당의 형태는  장소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골짜기에 대한 건축적인 답이라고   있습니다. 나는  골짜기를 이용해  안에 성당이 자리하는 어떤 , 또는 울타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성당의 상징으로 나는  탑을 세웠습니다. 탑이  개라는 것은 모호하게 받아들여질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탑은 하나라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의  탑은  사이에 5m   틈새를 만들고  사이에 중심 공간을 제공하게 됩니다.  공간이 만드는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기도하고, 성찰을 통햐  자신이 살아가는  아래의 공간(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됩니다.

현대 도시의  조각,  뒤로 펼쳐지는 고층 빌딩 숲은 과거에 전통적인 도시와 (자연) 공간적 관계를 이뤘던 것과 비슷합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건축적 형태라는 것은 이처럼 모순적입니다. 하지만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우리가 이루어내는 공간적 관계입니다.


 : 소통은 고립과 대조되는 개념입니다. 종교의 경우 완전한 고립보다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필요도 있다고 보시나요?


보타 : 물론 모순적이죠. 우리는 아름다움을 위해 살지만  비참합니다. 역사 속에는 항상 이런 모순이 있어왔습니다. 아름다움, 신에 대한 필요와 욕구, 이것은 꿈과도 같지요.


함 : 교회 자체에서도 그런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보타 : 오늘의 교회는 프란체스코 교황을 통해서도   있듯이 영적인 것을 훨씬 넘어서는 역할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풍요와 빈곤, 전쟁이나 평화를 넘어선 종교의 역할과 그것을 통해 가능한 삶에 대한 증언입니다. 종교가  나가다가 추락하고, 다시 살아나고 하는 것에 대해서 판단을 내릴 생각은 없지만 종교가 현대의 인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중세 시대 이후 인류는 교회의 이런 요소들에 주목하고 있지요. 또한 우리는 이것을 다른 정체성으로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교회의 가능성을 기대합니다.


함 : 형태를 만들어낸다고 하셨는데 남양성모성지 성당이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형태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보타 : 성당의 형태는 골짜기를  탑으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멀리서   우리는   탑을 보게 됩니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흡사 빛으로 이루어진 바늘 형태를 보여주게 됩니다.  뒤편으로 애초 2000 가량 수용하려다  규모가 조금 줄어든 홀이 있습니다. 이런 형태는 단순하지만 극장이나 무대, 광장과 같은 역할을 가진 공간으로서 신자들과 사제들이 공간적 경험들을 공유할  있도록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주게 됩니다. 형태는 더러 스케치들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번 경우는 가운데 기둥을 놓고 지붕을 덮게 됨으로써 중요한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완성된 뒤에 알게 되겠지만 이곳이 성당의 기장 중요한 주요 공간이라고   있을 것입니다. 좋은 공간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 : 이런 형태적 시도가 예전에 다른 작업에서도 있었는지.

보타 : 예전에도 비슷한 작업   있어요. 그러나 건축에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항상 과거의 작업에 대한 도전이 됩니다. 그러므로 한편으론 지난 작업의 결과물이라고도   있을 것입니다. 완전한 무의 상태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예전에 20 개의 종교 건축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면 오늘날  성당에 이를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생각이 보다 발전되고 완성되고  다른 생각으로 집약되는 정신활동과 같습니다.

함 : 이 교회의 형태적 근원으로 꼽을만한 교회건물들은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보타 : 그간의 작업들은 모두 내 머리와 손에 담겨 있습니다. 굳이 그것을 다시 꺼내서 스케치로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아는 것이 아니라 모를 때에 그림을 그려보죠. 이것이 우리 작업의 비밀스런 측면이기도 하죠. 만약에 내가 그림을 그린다면, 그것은 내가 그것이 아직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내게 데생은 무언가를 찾아내게 도와줍니다. 어떤 것을 발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남양성모성지의 독특한 두 탑의 경우 처음엔 어떤 것이 될지 몰랐지만 실제로는 50년간의 작업이 뒷받침되어 나오게 된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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