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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Jul 16. 2024

드디어 돌로미티] 1. 브라이에스 호수

1. 베니스~코르티나 담페초~ 브라이에스 호수

 #베니스 # 베네토 #발폴리첼라 #코르티나 담페초 #라고 디 브라이에스 # 브라이에스 호수 하이킹

2024년은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해였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가 60회를 맞았으니 120주년인 셈이다. 매번 열리는 행사이니 특별할 것도 없다 할 수 있지만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고, 그래서 베니스 비엔날레를 취재 겸 여행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말로만 듣던 돌로미티를 가보리라 막연하게,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결심’만 했다.

베니스비엔날레 여정에 돌로미티를 넣었으나 함께 보기로 한 팀과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전체 여행 일정에서는 제외되고, 결국 나와 후배 두 명이서 돌로미티행을 하게 됐다. 코스, 숙소 등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은 나의 몫.

그런데 목적지 ‘돌로미티’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집에 있는 이탈리아 여행가이드 북에는 나와 있지도 않고, 지도를 들여다봐도 감감할 뿐이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아무리 봐도 감이 안 잡힌다.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다가 출발일이 가까워지던 즈음에 2년 전 “돌로미티에서 최고의 여행을 했다”고 했던 친구에게 문자를 넣어 도움을 요청했다. 베니스 체류일정이 끝나고 4박 5일 동안 돌로미티를 여행하고, 후에 밀라노에서 베니스 팀과 합류할 예정이었다. 친구는 여정이 길지 않으니 꼭 봐야 할 것만 보라고, 그리고 그럴 경우 숙박은 돌로미티의 동쪽 중심지인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에서 2박, 서쪽의 중심지인 오르티세이(Ortisei)에서 2박을 하면서 주변을 볼 것을 권했다.

그렇게 얘기를 듣고 보니 대충 감이 잡혀서 일단 자동차를 헤르츠(Hertz)에서 베니스 픽업, 밀라노 첸트랄레 반납으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첫날 숙소부터 부킹닷컴에서 예약을 하려는데 코르티나 담페초의 호텔비가 정말 장난 아니게 비싸다. 도시가 예쁘니 꼭 시내에 숙소를 잡으라고 권했던 친구가 추천한 숙소는 1박에 60만 원이 넘었고.. 혼자서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다니다가 결국 머리에 쥐가 나고, 눈에 핏발이 설 즈음에 손가락이 가는 대로 예약을 했다. 그 이름 때문에 기피했던 ‘호텔 코로나(Hotel Corona)’였다. ( 한 블로거가 엄마와 여행을 하면서 묵었는데 발코니에서 보는 경치가 좋고, 아침 식사가 훌륭했다는 후기를 남긴 게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베니스의 마지막 날이자 돌로미티의 첫날인 6월 26일. 6일간 묵었던 숙소를 정리하고 11시 체크아웃한 뒤 관리인이 ‘코끼리가 들었느냐’고 했을 정도로 무거워진 트렁크를 이끌고 산 안젤로(San Angelo)에서 바포레트를 타고 로마광장(Piazzale Roma)에 내려 헤르츠 사무실을 찾아갔다. 직원은 그다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의례적인 친절함으로 “아주 훌륭한 차를 준비해 놓았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추가하더니 서명을 하라고 한다. 정신없이 얼른 차에 짐을 싣고 떠나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던 나와 후배는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저 하라는 대로 서명했는데 이게 나중에 보니 ‘패착’이었다. (반납 에피소드로~)

아무튼 유럽에서는 만나기 힘든 오토매틱, 피아트(FIAT) 하이브리드 콤팩트 SUV의 열쇠를 넘겨받아 출발했다는 게 중요하다. 대충 감은 잡았지만 어떤 풍광이 펼쳐질지 모르는 채로 떠났다.

베니스가 속한 지방이 베네토(Veneto)인데 토스카나, 피에몬테와 더불어 유명한 와인산지이다. 9만 헥타에 이르는 와인재배단지를 가지고 있어 이탈리아 어느 지역보다 많은 양의 와인을 생산한다. 화이트 와인으로 소아베(Soave), 레드와인으로 발폴리첼라(Vapolicella)와 바르돌리노(Bardolino)가 유명하다. 베니스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내내  양 옆으로 포도밭이 펼쳐진 것을 보니 베니스에 머무는 동안 내내 즐겨마셨던 발폴리첼라의 은은한 향기가 혀끝에서 아른거린다. 화창했던 날씨였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은 역하게 비가 내렸다.  

베니스 헤르츠 영업소에서 코르티나 담페초의 숙소까지는 158km. 고속도로 포함해 2시간 10분 거리. A21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계속 달리다가 지방도로 51번을 갈아타면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된다. 양 쪽으로 구름이 허리에 걸린 산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고속도로는 한산한 편이었지만  대부분 왕복 2차선인 51번 도로는 휴가철이라 차량이 꽤 많았고 특히 트럭이 많이 다니고, 모토사이클족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무사히 호텔에 도착. 코로나 호텔은 코르티나담페초 시내에서 개울 건너편에 위치하는데 벽에 걸어놓은 예전의 흑백사진들로 미뤄 짐작컨대 백 년쯤 되어 보였다. 건물은 오래된 시간이 묻어있었고 방안의 가구도 나무로 된 옷장 등이 전형적인 스키장의 샬레 스타일인데 목욕탕을 새로 수리했고, 발코니가 있어서 좋았다. 주인장은 첫인상이 무뚝뚝해 보였지만 정확하게 할 일은 다 하는 사람이었다. 방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전기 주전자와 차세트도 방에 가져다주고 불편함이 없이 하룻밤을 지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사소한 결점들을 커버해 주기에 충분했다. 호텔 뒤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코로트나 담페초인데 도시 뒤편으로 웅장한 산세가 펼쳐지고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내린 풍부한 수량의 옥색 물이 흐르는 것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호텔코로나의 발코니에서 바라본 풍경

돌로미티 여행의 조언을 해준 친구의 조언대로 짐만 풀어놓고 오후에 브라이에스호수(Lago di Bries)로 갔다. 숙소에서 거리는 47km(차로 50분). 돌로미티 지역에는 크고 작은 산정호수들이 수없이 많은데 시간 관계상 다른 데는 생략해도 좋지만 브라이에스는 꼭 가서 트레킹을 해 보라고 권했던 곳이었다. 고불고불한 국도를 따라 한참 달리다가 왼쪽으로 꺾어서 들어가다 보면 안내판과 함께 주차장들이 나온다. 호수에 붙어있는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신발끈 조여매고 길을 나섰다. 날씨는 구름이 살짝 끼어 산책하기 딱 적당했다.  

주차장에서 호수 쪽으로 가는 길. 앞에 보이는 호텔을 중심으로 왼쪽(시계방향), 혹은 오른 쪽(시계반대방향)으로 산책로가 나온다.

해발 1500m에 위치한 브라이에스 호수는 이탈리아에서도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로 풍광이 너무 아름다웠다. 웅장한 산맥을 배경으로 거울같이 투명한 물이 드넓은 호수, 그림 같다는 말은 이런데 쓰는 것일 것이다. 거대한 산맥의 바위가 무너지면서 갈라진 가장 좁은 틈에 생긴 이 호수는 제일 깊은 곳이 36m, 평균 수심 17m로 넓이는 약 31 헥타에 달한다. 주변을 둘러싼 시포겔(Seekofel) 산맥(해발 2810m)이 거울처럼 맑은 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풍경은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

이탈리아에서 아름다운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이에스 호수의 풍광
브라이에스 호수 산책로 입구

기가 막힌 위치에 자리 잡은 브라이에스 호텔을 기점으로 시계방향 혹은 그 반대방향으로 호수 주변을 도는 데는 약 1시간 반 가량으로 하이킹을 하기에 딱 적당한 규모다.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가족들이 많을 정도로 난이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필요한 것은 시간과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마음의 여유뿐. 걷는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절반 정도에서 멈추고 돌아온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날의 트레킹을 대비해 그 정도로 만족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마트에서 발폴리첼라 한 병을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이하게 아름다운 브라이에스 호수의 풍광은 카메라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코르티나 담페초 시내로 산책을 나갔다. 이건 웬걸.. 시골마을인 줄 알았는데 큰 오산이었다. 일찍이 1956년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했으며 그로부터 정확히 70년 뒤인 2026년에 밀라노와 함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되어 있는 동계스포츠의 중심지이다.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45km, 베니스에서는 북쪽으로 160km 지점에 위치한 코르티나 담페초의 인구는 약 6000명으로 아기자기하면서도 번화한 리조트 도시이다. 도심은 교회(코르티나 담페초)를 중심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호텔이 식당 외에 산악자전거용품, 등산 및 스키용품 점과 구찌, 루이뷔통, 몽클레르 등 웬만한 명품샵들이 다 있다. 해발 1224m의 쾌적한 환경에 맑은 공기가 폐를 씻어내주는 기분이 드는 이곳에서는 왠지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오전에 산책을 이어가기로 하고 일단 숙소로 돌아와 단잠을 청했다.     

*이 글은 컬처램프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http://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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