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마음사전

그대의 취향, 아트램프의 취향

by 아트노마드 함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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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지음, 마음산책 펴냄

글 함혜리

마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것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 분명 우리의 몸일진대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사람의 몸은 하나인데 몸짓과 마음의 빛깔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몸짓은 수만 가지가 넘고, 마음도 그 빛깔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살아 있으므로 늘 움직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은 흐르는 물과 바람처럼 변화무쌍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므로 순간순간 이루 다 포착해낼 수도 없다.

내 마음도 내가 모르는데 어찌 남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한길밖에 안되는 마음을 읽는 것은 참 어렵다. 뉘앙스도 정말 다르다. 감정과 기분과 느낌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감정이 끌어올라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 누군가에 대해 느낌이 좋다고도 한다. 사용하기 나름이겠지만 어떤 것일지 짐작은 간다. 그런데 명확하게는 모르겠다.

시인 김소연은 <마음사전>에서 감정과 기분과 느낌에 대해 이렇게 썼다.

‘감정이 한 칸의 방이라면, 기분은 한 채의 집이며, 느낌은 한 도시 전체라 할 수 있다. 감정은 반응하며, 기분은 그 반응들을 결합하며, 느낌은 그 기분들을 부감한다.’

시인은 이어서 ‘감정은 오로지 육체의 하소연만을 듣는다. 그래서 훨씬 변덕이 심할 수밖에 없다. 기분은 감정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감정의 눈치를 살핀다.’고 했다. ‘감정과 기분으로 우리는 그 어떤 선택도 할 자신이 없지만, 느낌으로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

<마음사전>은 다양한 마음의 빛깔과 뉘앙스를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리고 정제된 언어로 정리하고 있다. 사전이라고는 하지만 언어학적이고 과학적인 정리가 아니다. 우리가 사전이라는 단어에서 상상할 수 있는 무미건조하게 직조된 사상과 이론의 망을 거치지 않은 색다른 접근법이다. 이는 일반적인 세계의 질서와 논리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온전한 세계와 치밀한 논리를 구축하는 시인의 시작법과도 닮아 있다.

‘심심하다’에 대해 시인은 “이것은 가장 천진한 상태의 외로움‘이라고 풀이했다. 심심함과 외로움 사이에 ‘무료함’이 존재한다. ‘허전하다’는 상실감과 같은 것, 무엇인가 있다가 없어진 상태, 혹은 있기를 바라는 그것이 부재하는 것이다. ’허전함이 무언가를 잡았던 느낌을 기억하고 있는 손이라면, 공허함은 무언가를 잡으려고 애써 보았던 손이다.’라고 정의한다.

시인은 무려 십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헤아리기 힘든 ‘마음’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은 아무 데나 펼쳐서 봐도 좋을 스물여섯 주제의 글과 마음에 관한 300여 개의 낱말을 다룬 ‘틈’으로 구성돼 있다. 2008년 1월 처음 나왔고 41쇄를 발행한 산문집이다. 최근 특별 한정판이 출간됐다.

“마음의 결들에 비한다면 마음을 지칭하는 낱말들은 너무도 부족하다”고 했음에도 섬세한 문장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마음의 상처도 쓰다듬어 주듯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이므로 생활의 경영은 다음 생으로 미뤄놓고 있다”는 저자의 진실된 마음이 전달되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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