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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May 24. 2022

나는 몸이 작아서 한계가 있어요

<매트 위의 사람들> 2





2022년 3월 11일 목요일 

오전 대강을 갔던 날이었다. 한 회원님이 수업 15분 전에 들어오셨다. 신발을 벗으시다가 말고 내 얼굴을 잠깐 쳐다보시기에 오늘 하루 대신 강의를 맡게 된 사람이라고 간단히 소개했다. 회원님은 한눈에 보기에도 운동을 오래 하신 것 같았다. 다부진 몸. 

"일찍 오셨네요~ 우리 선생님은 자주 지각하는데" 하며 장난스럽게 웃으셨다. 회원님은 30년간 헬스를 꾸준히 하고 골프도 5년 이상, 요가도 3년 이상 해오셨단다. 그리고 또 장난스러운 웃음과 함께 "올해 내가 예순다섯이에요"하고 밝히셨다. 꾸준히 운동을 하셔서 건강과 몸에 자신 있는 어머니 회원님들은 이렇게 가끔 귀여우신 모습으로 나이를 맞혀보라거나 '내가 나이가 몇 살이에요~' 하고 산뜻한 자랑을 하신다.  

오늘의 회원님은 신나게 아들 며느리 이야기까지 풀어주셨다. 65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말 동안이셨고 좋은 에너지가 있었다. 나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 마디 여쭤봤다. "30년이나 꾸준히 운동을 하셨으면 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회원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몸이 작아서 한계가 있어요. 골프도 참 좋아하는데, 좋아하고 열심히 하다 보니 잘 하는 사람들 보면 어떻게 하면 더 잘하겠다 말해줄 수는 있는데... 내가 하기에는 어느 선까지는 되지만 안 되는 영역이 분명히 있어요." 

내 몸의 한계를 알고 인정하기까지 운동을 한다는 건 어떤 걸까. 회원님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말 몸이 작아서 할 수 없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깊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그분에게서 느껴지는 단단함과 균형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회원님은 그날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련하셨다. 열심히 다져온 몸과 잘 하고 싶은 마음 그 모두가 존경스러웠다. 전굴 동작에서 회원님의 작은 등을 내 손으로 감싸 지그시 눌렀다. 

작지만 경쾌하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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