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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May 24. 2022

선생님 오늘 기분 좋아요

<매트 위의 사람들> 3





2022년 4월 7일 

최근 새롭게 일을 시작한 센터에서 두 번째 수업을 나눌 때였다. 몸을 이리저리 열어낸 다음 우르드바 다누라사나를 시도했다. 열한 분 중 한 분만 성공하셨고, 은근히 다리를 더 펴내며 자랑스레 유지하는 그 한 분을 보고 다른 회원님들은 '저걸 어떻게 해' 하며 찡그린 듯 웃는 듯했다. 우리 오늘 이 동작 접근해 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움직였다고, 그래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드리며 한 분씩 핸즈온을 해드렸다. 대부분의 회원님들은 내가 강한 힘으로 들어 올려야 했는데 그중 한 분이 갑자기 내가 들어 올리자 힘을 딱 주며 스스로 자세를 완성했다. "오!" 외치며 나는 받친 손을 천천히 뗐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우르드바 다누라사나였다. 

수업을 마치고 문 앞에서 회원님들께 인사하던 중 아까의 우르드바 회원님이 내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기분 좋아요"

그 말이 너무 아이 같아서, 나는 순간 내가 잘못 이해한 줄 알았다. 나한테 오늘 기분이 좋으냐고 묻는 건가? 그러다 그분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아, 회원님이 오늘 기분이 좋으시다는 거구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렇게 해맑게 웃는 분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50대는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른이 나에게 그렇게 단순한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처음 겪었다. 선생님 오늘 기분 좋아요, 정말 기분 좋은 말이었다. 

나는 더 아이같이 대답했다.

"그쵸! 너무 잘 하셨어요. 오늘 꼭 여기저기 자랑하세요!"

회원님도 나도 가슴이 활짝 열린 날이었다. 




우르드바 다누라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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