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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Dec 21. 2022

붕어빵과 플라잉요가





매주 수요일, 초등학생 아이들과 플라잉요가 수업을 한다. 몇몇 아이들은 여유 있게 일찍 도착해 해먹을 타고 놀며 수다를 떤다. 대화를 듣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불쑥 끼어들고 싶어지기도 한다.

지난주는 예서와 다연이가 일찍 왔다. 둘은 항상 서로 가까운 자리에 해먹을 달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하나의 해먹 속에 같이 들어가 놀기도, 지난번에 했던 동작을 다시 해보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크지 않은 목소리에 환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보고 있으면 나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작고 귀여운 새들 같다.


예서가 말했다.

"선생님, 플라잉요가에 오면 붕어빵이 생각나요."

내가 물었다.

"붕어빵? 왜~?"

"왜냐면 수요일에 붕어빵 차가 오거든요."

아파트 앞에 수요일마다 붕어빵 차가 오는 모양이다.

"그러면 집 가는 길에 사 먹어~?"

예서는 "네!" 하며 개구지게 웃었다.


붕어빵과 플라잉 요가. 아이들에게 추억이라 불릴 만한 것이 생겼구나 싶었다. 그리고 플라잉요가 수업에 오면 붕어빵이 생각난다는 예서의 말에 '그런 방식으로 기억되는 것들이 있지' 싶었다. 전혀 다른 소재이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를 붙잡으며 지속되는 기억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열린 수납장 모서리를 보면 어릴 적 엄마와 목욕탕을 갔던 일이 생각난다. 탈의실에서 위쪽 수납장 문이 열려있는 줄 모르고 내가 몸을 휙 일으키려 했다. 순간 엄마가 다급하면서도 정확하게 뾰족한 모서리를 손으로 감쌌다. 그 손이 없었다면 나는 그대로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을 것이다. 아직도 나는 열린 수납장을 보면 엄마의 마음이 생각난다. 내 주방이 생긴 지금에까지 이어지는 기억이다. 남편이 상부장을 열어놓고 요리를 하거나 뒷정리를 할 때면 내가 그렇게 문을 닫고 다닌다. 기억의 연결은 이렇게나 야무지다.


아이들은 커서 이 일을 기억할까? 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아이들은 나와 함께 한 시간들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욕심이 생겼다. 어쩌면 겨울날 집 앞에 있는 붕어빵 차를 보고 어릴 때 하던 플라잉요가를 떠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왕이면, 꼬박꼬박 대화에 참여하던 분주하고 웃긴 선생님도 나름 괜찮은 사람이었다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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