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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Dec 28. 2022

내 (아쉬탕가) 요가의 시작





  나는 아쉬탕가 요가 수련생이다. 요가가 낯선 친구들에게는 그냥 이렇게 설명한다. "요가 중에 제일 힘든 거 있는데 그거 해~ 매일 해~ 2시간 해~" 이렇게 말하면 다른 스타일의 요가 수련생 분들이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도전적일 수 있는, 많은 근력과 유연성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요가다. 뭐니 뭐니 해도 아쉬탕가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연습함으로써 몸의 변화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스타일의 요가다.


  처음 아쉬탕가를 접한 것은 양재의 한 요가원에서였다. 내 요가의 처음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쉬탕가 요가의 처음은 정확히 기억한다. 당시 나는 출장과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작고 알찬(?) 교육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몸과 마음을 풀어놓을 곳이 필요해 회사에서 가까운 요가원에 등록했다. 6시 30분이 되면 "요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갔다가 온화한 얼굴로 돌아와서 다시 야근을 하곤 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여름날 저녁,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를 밟으며 요가원에 가던 차분하고도 들뜬 기분을 기억한다. 짧은 머리에 작고 다부진 몸으로 다소 생소한 산스크리트어 구령을 붙이던 나의 첫 아쉬탕가 선생님을 기억한다.

  어느 날이었다. 선생님은 다운독을 설명하다 말고 "근데 여러분 혹시 쿵푸팬더 보셨어요? 거기서 이렇게 다운독하는데~" 하셨다. 생각지 못한 귀여운 발언에 무겁고 진지하던 수련장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다운독에서 발이 땅에 닿지 않고 손 사이로 들어와 착 바닥에 앉는 놀라운 묘기를 보여주면서 저렇게 여유와 재치가 넘치다니. 나는 그날 이후로 '선생님이 좋아하는 아쉬탕가 요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그게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막연하게나마 '요가를 계속 하고 싶다, 요가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 또한 언제부터 시작된 지 모르겠지만 내 오랜 친구들이 "그래 너 예전부터 요가 강사 하고 싶댔잖아!" 말하는 걸 보면 꽤 오래 품고 있던 꿈인 것 같다. 쿵푸팬더 선생님을 만난 해 겨울, 나는 자연스럽게 요가 지도자 과정(Teacher Training Course)에 등록했다.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의 역사와 철학, 아사나(동작)와 지도법을 배웠다. 몇 달간 주말 시간을 온전히 수련과 공부에 써야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새로운 지식과 체험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온기가 좋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몇 달의 시간을 소화하며 요가라는 몸의 언어를 체득했다.


  그렇게 나는 아쉬탕가 요가 수련생이 되었고, 선생이 되었다. 요즈음의 나는 어느 때보다 즐겁게 요가를 수련하며 지도하고 있다. 하지 못했던 동작을 해내는 성취감,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 보다 여유 있어진 마음의 태도, 그리고 이 좋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이 정말로 크다.

  이 좋은 요가를 누구나 쉽게 접하고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별의 다름과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말이다. 요가를 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글을, 낯선 이들이라면 한 번쯤 요가를 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다. 마음이 몸을 움직이게도 하고, 몸이 마음을 움직이게도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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