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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Feb 02. 2023

수리야 나마스카라

몸에 배어 익어가는 요가 






  지난해 겨울, 요가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어주기로 한 작가님이 웃으며 말했다. "아쉬탕기들은 참 사진 찍기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가 되어 나도 따라 웃었다. 찍고 싶은 자세가 있냐고 하면 기껏해야 양손을 머리 위로 합장하는 자세라던가, 엎드려뻗쳐의 상위 버전 같은 다운독을 이야기하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 수많은 아쉬탕기 중 하나인 나는 사진을 찍기로 한 부산의 공원에서 열심히 수리야 나마스카라로 몸을 풀었다.


  수리야 나마스카라, 태양경배자세라고도 하는 이 움직임은 아쉬탕가 요가의 가장 처음에 오는 동작이며 다른 종류의 요가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요가에서 주식(主食), 매일 먹는 밥 같은 개념이다. 매트의 앞쪽에 바르게 서서 시작한다. 숨을 마시며 양손을 머리 위로 합장, 내쉬며 상체를 숙여 내려간다. 마시며 허리를 펴고, 내쉬며 양 발을 뒤로 보내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마시며 발등을 바닥에 두고 상체를 일으켜 업독, 내쉬며 다운독. 숨을 다섯 번 쉬고 마시며 양손 사이로 걸어 들어온다. 내쉬며 상체 숙여 우타나아사나, 마시며 양손 머리 위 합장, 내쉬며 차렷 자세로 돌아온다. 매일 먹는 밥이 지겨울 수는 있어도 그만이 줄 수 있는 든든함은 다른 것에 비교할 수 없다. 이 움직임을 좋아하는 이유다.


  마이솔 수련을 하며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수련실 뒤에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 움직이는 거 구경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수련을 관찰하면 내 수련에 도움이 되는 힌트, 요령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같은 아쉬탕기로서 그저 다른 사람의 수련을 보기만 해도 재미있고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동작들 중 하나만 볼 수 있다고 하면 나는 가장 단순한 움직임인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보고 싶다. 상체를 뒤로 젖히는 후굴, 거꾸로 서는 역자세, 손을 바닥에 두고 몸을 들어 올리는 암발란스 등은 그 자체로 화려하고 '볼만한 것'이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이 가장 잘 드러나는 아사나는 수리야 나마스카라인 것 같다. 몇 번의 호흡 안에 꽤 총체적인 것들이 담긴다. 수리야 나마스카라만 보아도 그 사람의 몸의 특징과 움직임의 습관과 열심의 모양이 보인다. 나아가서는 그 사람의 성향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고유한 말투, 문체 같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아사나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궁금한 것 같기도 하다.


  며칠 전 요가원에 새로운 수련생 분들이 오셔서 새벽 마이솔을 함께 하고 있다. 첫날에는 두 분이, 그다음 날에는 세 분이, 또 다음날에는 네 분이 같이 오셨다(친구를 한 분씩 데리고 오시는 것 같아 귀여우셨다). 뒷자리에 나란히 매트를 깐 그분들께 원장님은 수리야 나마스카라 동작부터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처음 몇 번은 선생님의 안내와 함께, 그다음 몇 번은 동작과 호흡을 외우며 스스로 움직인다. 나는 아쉬탕가를 마이솔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문득 마이솔 수련법으로 아쉬탕가를 시작하면 처음 혼자 매트에서 하는 움직임이 얼마나 낯설고 어색할까, 싶었다. 원장님은 동작과 순서가 몸에 배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고, 천천히 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정직한 시간이 쌓이며 어색하기만 했던 동작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하게 몸에 밴다. 몸에 밴 동작은 긴장하지 않아도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온다. 매일 반복하다 보면 이제는 다시 몸에 밴 것들이 겉으로 드러난다. 고유한 아름다움들이 드러난다. 요가 수련은 어떤 움직임이 몸에 배어 익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조금 시시하더라도, 슴슴하더라도 나는 매일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한다. 그리고 이 움직임을 좋아한다. 선한 것들이 배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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