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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an 27. 2023

나를 안아주는 아이






  나를 안아주는 아이가 있다.


  매주 월, 수, 금 저녁에 하는 플라잉 요가 수업에서 만난 '솔'이라는 아이다. 첫 수업부터 빠지지 않고 오더니 최근 언젠가부터는 더욱 애교스럽게 마음을 표현해 주는 고마운 친구다. 수업에 오면 귀엽게 점프를 하며 손하트를 그리고, 나에게 와서 와락 안긴다. 행동을 말하자니 어린 것 같지만 무려 14살, 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처음에는 '이 아이가 이렇게나 나에게 마음을 열었나' 싶어서 안기면서도 약간의 당황을 감출 수 없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할 새 없이 그냥 폭-폭- 안긴다. 아이가 주는 사랑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어느 날 솔이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되었다. 반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배경에 걸려 있었는데, 익숙한 얼굴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무의식적으로 가장자리부터 훑어보다 정중앙에 선생님 옆에 귀엽게 박힌 솔이의 얼굴을 가장 늦게 찾았다. 선생님 옆에 있는 솔이의 표정이 좋아 보였다.

'아, 솔이는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구나.'


  같은 사진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똑 자른 앞머리에 동그란 얼굴이 더 동그래 보이는 단발을 한 수줍음 많은 아이. 겨울이면 볼이 빨개져 하얀 피부 위 붉은색이 더 도드라져 보이던, 하고 싶은 말에 비해 표현하는 것이 적던 아이. 그 시절 과감하게 히피펌을 한, 사회 과목을 맡았던 우리 담임 선생님에게 엉거주춤하게 안긴 사진이 떠오른다.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그렇게나 포옹이 어색했던지 나는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있다.


  솔이를 볼수록 그 아이가 궁금해진다. 우리가 같은 양의 사랑을 주변으로부터 받는다고 치면, 솔이는 그 사랑을 싹 흡수해 넉넉하게 갖고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이 아이를 둘러싼 주변의 사랑도 궁금해진다.

  솔이는 이번 방학에 다이어트를 더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아침마다 달린다고 했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곧바로 실천하는 대범함과 자신감이 멋지다. 나는 그저 이 친구가 사랑과 자신감을 더 넉넉히 저장할 수 있도록, 즐겁게 오랫동안 수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며칠 전, 수업이 끝나고 솔이는 평소처럼 나에게 안기고 손하트를 날렸다. 옆에 선 친구들은 자기들도 그처럼 표현하고 싶은지 어색하게 손으로 하트를 그린다. 커버린 자아와 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양이다. 그 모습도 그대로 사랑스러워 나는 크게 소리 내 웃고 만다.

  아이들을 한참 배웅하다 보면 다음 수업 시간이 다 된다. 왁자지껄함이 멀어지면 꼭 친척이 다녀간 것 같다. 그제야 나는 매트에 앉은 어른들을 바라본다. 애정이 가득 묻은 몸으로 다음 수업을 시작한다.


  이번 글은 솔이에 대한 기록이자, 편지다. 이 아이의 대책 없는 애정에 나 또한 못지않게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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