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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an 18. 2023

아쉬탕가 수련생의 새벽 루틴






  전날 밤에는 이른 저녁을 먹는다. 소화하기 힘든 밀가루 음식은 피한다. 저녁 수업이 끝났을 때 적당히 배고픈 정도가 되면 알맞게 먹은 것이다. 저녁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잠깐의 SNS 타임을 갖는다. 집에 도착해서는 지체 없이 씻고, 다음날 입을 요가복을 거실에 꺼내두고, 곧장 침대에 눕는다.


  요즘은 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불과 몇십 분 전까지만 해도 해먹에 매달려 있던, 혹은 회원님의 아사나를 힘껏 도우던 사람의 몸이 그렇게 쉽게 고요해질 리가 없다. 5:50, 5:00, 6:10 알람을 맞추고 눈을 감는다. 새벽 수련으로 바뀐 지 3주가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밤잠을 자는 몸은 긴장상태다. 새벽 2시, 4시쯤 눈이 번쩍 떠지는데 시간을 확인하고는 안도인지 무엇인지 모를 기분으로 다시 몸을 누인다.


  보통은 5시 50분이 되기 직전에 눈을 뜬다. 알람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걸 싫어하는데, 어떻게 몸이 알고 먼저 깬다. 아침에는 특별히 상쾌함을 추가하기 위해 평소와 다른 좋은 치약을 쓴다. 얼마 전 마이솔 준비템이라고 올리브영에서 치약을 사들고 왔더니 동네 친구가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에게도 치약 샘플을 나눠줬다. 입과 목이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그러나 수련 중에 화장실 가는 불편은 없도록 물은 한두 모금 정도만 마신다. 전날 준비해 둔 요가복을 입고 수건과 차 키를 챙기면 준비 끝!


  요가원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매우 감사하다..). 일어나서부터 차에 타기까지, 그리고 요가원에 도착하기까지 SNS를 열어보지 않는다. 차 안에서 음악도 듣지 않는다. 새벽에 느낄 수 있는 멍하고 깨끗한 느낌이 좋다. 특별히 의도한 바는 없지만, 아무것도 없이 비워진 상태를 누리는 게 좋아 새벽 수련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지 않을까? 오후 수련할 때에 비하면 다른 수련생과 마주쳐도 스몰토크를 하는 비율이 현저히 줄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그날의 움직임을 준비한다.


  요가원에 도착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따뜻하게 데워진 수련장에 들어선다. 그제야 진짜 루틴이 시작된다. 수리야 나마스카라부터 시작되는 수십 개의 움직임. 늘리고 비틀고 버티다 보면 생각의 그림자조차 사라진다. 전굴(상체를 하체와 가깝게 숙여 몸의 뒷면을 길게 만드는 동작)과 빈야사의 반복인 앉은 자세들을 하다 보면 이제 서서히 해가 뜬다. 아침 하늘의 색을 보는 게 좋아 몇 번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수련이 끝난다. 잠깐의 사바아사나를 끝으로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요가를 수련하는 한 사람의 아침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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