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카 향유. 향유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이 일은 몇 달 전부터 희미하게 계획되어 있던 일이다. 이모를 좋아라 해주는 향유. 이 섬세하고 다정한 아이와 나름 감성이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니 편지를 주고받는 일 자체는 나중에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에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아서.
지난해 여름 어김없이 비가 쏟아지던 날 향유와 우산을 쓰고 함께 걷고 있었다.
향유에게 물었다.
“향유야 향유는 여름 좋아해? 이모는 원래 여름이 너무 덥고 힘들었거든. 근데 앞으로 이 여름을 많아야 몇십 번밖에 더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이런 비 오는 날도 괜찮아지더라. 좋아지더라구“
향유는 나를 올려다보더니 개구지게 웃었다. 그 표정 속에 뭔가를 이해한다는 눈빛도 보였다.
나는 그런 향유의 마음이 궁금하다. 향유의 마음을 시간이 흘러 다시 향유에게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