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에게
향유야 안녕, 혜림 이모야.
며칠 전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향유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이 생각은 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이제야 진짜로 해보네.
향유가 이모를 좋아하는 만큼 이모도 향유를 많이 좋아하거든.
그런데 자주 보러 가지 못해서 이렇게 편지를 써.
이모랑 향유는 스무 살 넘게 차이가 나지만 왠지 향유에게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향유가 잘 들어줄 것 같아.
아무튼 며칠 전 밤에 누워서 향유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향유'라는 이름이 계속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어. 향유가 이름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요즘 사람들은 자기 원래 이름 말고도 하나씩 더 이름을 가지기도 하잖아. 이모는 요가를 할 때는 '열매'라고 불리고 싶어서 그렇게 정했어.
이모는 향유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싶을 만큼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향유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오늘 이모 낮잠 두 시간이나 잤다? 그럴 정도로 피곤한 날이었는데 이렇게 향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은 신기하게 기분이 좋고 웃게 돼. 향유도 편안한 시간에 하고 싶을 때에 답장을 써 주면 좋겠어.
그럼 안녕!
-2024년 1월 5일, 서른세 살이 된 혜림 이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