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아름이는 바닥에 있는 작은 구덩이를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그때 누군가가 아름이의 팔을 붙잡았다. 현우였다.
“큰일 날 뻔했어요. 괜찮으세요?”
“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아름이가 말할 사이도 없이 현우는 가버렸다. 아름이는 와준 사람에게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가버려서 괜히 서운했다.
며칠 후, 기초체력 평가가 있었다. 요즘엔 마법을 사용할 때도 체력이 중요해서 기초체력 평가에서 2등급 이상 못 받은 아이들은 일주일 중 사흘은 마법의 방에서 운동을 하고, 재측정에서 통과해야 했다. 체력과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마법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었다.
아름이는 이상하게 다른 것은 다 2등급, 1등급이지만 심폐지구력만 4등급이어서 재 측정해야 했다. 마법의 방에서 열심히 운동하다 보면 마법 능력도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름이는 심폐지구력에서 꼭 1등급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운동이 너무 재미없어서 억지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운동시간이 되면 마법 지팡이에게 끌려가다시피 잡혀갔기 때문에 끌려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몰랐다. 오늘도 터덜터덜 마법의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낯익은 사람이 운동하고 있었다.
“어? 너 며칠 전에 비 오는 날 나 도와준 사람 맞지?”
“어? 와, 너 우리 학교였어?”
“지난번에 정말 고마웠어. 내 이름은 송아름이야. 네 덕에 물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어.”
“내 이름은 이현우야. 왠지 반갑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너는 체력이 좋아 보이는데 너도 기초체력 평가 때문에 온 거야?”
“아니, 나는 여기서 운동하면서 트레이너 샘 도와드리고 있어.”
알고 보니 현우는 1학년 때부터 근육을 만들고 싶어서 마법의 방에 다녔고, 그 덕에 몸도 좋아지고, 키도 많이 컸다고 했다.
“심폐지구력을 키우려고 왔다고? 내가 세팅해줄게.”
현우는 러닝머신을 세팅하고 땀을 닦으며 의자에 앉았다.
“여기서 운동하면 돼.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이야기해. 내가 여기서는 나름 잘 나가거든.”
“고마워.”
현우는 아름이를 열심히 도와주었다. 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대화도 잘 통했다. 어느새 현우와 아름이는 절친이 되었다. 현우와 이야기하며 운동하다 보니 더 이상 운동하러 가는 것이 재미없지 않았다. 오히려 운동하러 가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아름이는 마법 지팡이가 자신을 이끌기도 전에 먼저 마법의 방으로 향했다. 일주일에 3번은 헬스장에 같이 가고, 운동이 끝나면 맛난 것도 같이 먹었다. 선남선녀 커플이라고 친구들 사이에 연애설이 돌았지만, 항상 아름이와 현우는
“그냥 친구일 뿐이야.”
라고 말하고 다녔다.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를 편하게 대했지만 설렘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나, 왠지 니가 참 편해. 내가 어렸을 때 같은 유치원을 다니던 너랑 이름이 같은 송아름이라는 친구가 있었거든. 지금은 연락이 끊겨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는데, 쌍둥이냐는 소리를 들 만큼 친하게 지냈었어. 이름이 같아서 그런지 네가 참 오랜 친구 같아.”
“어? 나도 너랑 이름이 같은 친구 있었는데….”
아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물었다.
“너 혹시 파란색 지붕이 있는 2층짜리 하얀 집에 살았어?”
“어? 어떻게 알았어? 우리 엄마가 산토리니에 여행을 다녀오고 파란색 지붕에 하얀 집을 갖고 싶어 하셨거든.”
“헐, 나 네가 알던 그 송아름 맞아. 너… 내가 알던 그 이현우 맞구나.”
“이런 인연이…. 내가 너 이사하고 나서 매일 너 보고 싶다고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나도 이사하게 되어서 너랑 놀지 못해서 엄청 속상해했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너무 반갑다. 나도 왠지 네가 편하더니 이유가 있었어.”
두 사람은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추억을 나누었다. 현우와 아름이는 서로 오랜 친구라 생각하니 더욱 편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다시 찾아온 기초체력 평가. 아름이는 이제 자신이 있었다.
“송아름, 잘해라.”
현우가 이온 음료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역시. 아름이는 체력평가에서 1등급으로 통과했다.
“이현우!!! 나 붙었다!!”
“오! 그래, 열심히 하니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