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비밀 12

창고

by 혜림

“어휴 진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민규가 투덜거리며 애꿎은 돌멩이만 툭툭 찼다.

제일 열심히 찾을 거면서 툴툴거리는 김민규의 성격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돌멩이만 차고 있는 민규, 말이 없는 지연이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현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봄이. 네 명은 학교 뒷산에 있는 허름한 창고로 향하고 있다.

제일 먼저 보석을 찾기로 한 장소이다. 왠지 무성하게 자란 큰 나무들이 조금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네 사람 다 매우 긴장한 표정이었다.

제일 씩씩할 것 같던 봄이는 괴물이 나올까 봐 겁이 나는지 현우 뒤에 딱 붙어있었다. 덜덜 떨며 두 손으로 현우의 옷자락을 잡고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조심스레 밟으며 올라가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항상 씩씩하고 목소리 큰 봄이가 덜덜 떨면서 현우 뒤에 바짝 붙어 가는 꼴이라니.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놓고 싶을 정도였다. (봄이에게는 비밀이지만 민규는 이미 몰래 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한참을 올라갔다. 드디어 뒷산의 허름한 창고에 도착했다. 창고는 가시덤불과 먼지로 잔뜩 뒤덮여 있었고, 굉장히 오래되어 보였다. 여기에 보석이 있을 것 같이 보이지도 않거니와 사람이 드나든 흔적도 없었다. 교장 선생님이나 경비아저씨가 여기를 들어갔다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허름한 창고의 모습을 보니 그곳에 들어가기 망설여졌다. 아마 아름이를 위해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결코 그 창고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이에 대한 그리움이 두려움을 이겼다. 여느 때처럼 가장 씩씩한 봄이가 문을 열기 위해 앞장섰다. 그러나 봄이의 손과 다리는 덜덜 떨렸다. 봄이는 녹이 슨 문고리를 잡고 한참 망설였다. 분명히 세상 씩씩한 봄이도 지금 상황이 무서운 것이 틀림없다.

민규가 말했다.

“왜 이렇게 무섭냐…. 이런 섬뜩한 곳이 보석이 있으려나….”

“그래도 보석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창고니…. 후. 무섭긴 무섭다.”

민규와 현우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주춤거렸다. 봄이가 결심한 듯 벌컥 문을 열었다. 뿌연 먼지가 그들을 맞이했다. 창고 안은 먼지가 많았지만, 밖에서 봤던 것보다 지저분하지 않았다. 실내도 꽤 넓었다. 그래도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먼지를 싫어하는 현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보석을 찾자고 했던 지연이의 표정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 보석을 찾아보자. 나랑 지연이는 왼쪽부터 찾아볼 테니, 현우와 민규 너희는 오른쪽부터 찾아봐. 이 창고를 샅샅이 찾아보자.”

봄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창고 안에는 신기한 모양의 오래된 물건들이 제법 많았다. 아이들은 여기에 온 원래의 목적을 잊은 듯, 여러 물건을 뒤지면서 신기한 물건이 나오면 감탄하며 그 물건을 작동시켜보기도 하고, 모자 같은 것들은 머리에 써보기도 하면서 장난을 쳤다.

현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가 들고 있을 법한 작은 회중시계를 발견했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회중시계에는 왕궁에서 쓸법한 멋진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회중시계의 근사한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다른 아이들 몰래 바지 주머니에 회중시계를 넣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보석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언제까지 찾아야 해?”

허름한 창고에 들어온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모두 꼴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에는 거미줄이 잔뜩 묻었고, 옷은 먼지투성이였다. 민규는 어디서 묻었는지 얼굴에 검댕까지 묻어있었다. 서로의 꼴이 우스워 보여서 서로 얼굴을 가리키며 크게 웃었다.

“야, 너 지금 꼴이 엄청나게 웃긴 거 알아?”

“야, 너도 장난 아니거든?”

현우와 민규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야! 너희 제대로 안 할래?”

봄이의 무서운 표정을 보고 아이들은 다시 조용히 창고를 뒤졌다. 시간이 한참 지났다.

“없어….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것 같아….”

거미 때문에 지친 지연이가 말했다.

지연이는 창고 속 거미와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지연이는 실수로 잠자고 있던 거미를 건드렸다. 거미는 지연이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거미는 거미줄을 뿜어 지연이의 다리를 묶었다. 지연이가 낑낑거리며 다리에 묶인 거미줄을 풀자 다시 팔을 묶었다. 지연이가 겨우 팔의 거미줄을 풀면 이번에는 양 손목을 한쪽씩 거미줄로 묶어 천장의 서까래에 매달았다. 그리고는 거미줄에 묶인 지연이의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지연이를 괴롭혔다. 지연이는 거미줄에서 벗어나려고 용을 쓰다 지쳤다. 지연이의 모습을 본 민규가 마법으로 지연이를 풀어주었다.

보석을 찾지 못해 답답한 것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찾은 것 같은데 보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 장난스러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열심히 보석을 찾았다. 그런데 보석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헛짚은 것 같다. 이 허름한 창고는 그냥 창고일 뿐 학교의 보석은 여기에 없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에 있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

마음이 급해졌다. 두리번거리며 숨을 곳을 찾았다. 지연이와 봄이는 헌 이불속에 숨고, 민규는 대야를 쓰고 엎드렸다. 현우는 마땅히 숨을 곳을 찾지 못하고 한참 두리번거리다 선반 사이 퀴퀴한 먼지가 덮여있는 작은 공간에 몸을 숨겼다. 먼지를 싫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창고를 잠깐 기웃거렸다.

“쥐가 있나….”

다행히 그냥 지나갔다.

“휴, 살았다. 난 또 들키는 줄 알았네….”

봄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애초부터 보석이 없거나 이 창고 안에 보석이 없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무런 단서도 없는 지금 보석이라도 찾아야 아름이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보석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해버리면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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