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비밀 14

발견

by 혜림

시간이 한참 지났다. 빨간빛이 조금씩 보였다. 장밋빛의 루비였다. 지연이는 기쁜 마음에 보석을 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드디어 보석을 찾았어!”

아마 지연이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말 중 제일 큰소리일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기쁘긴 마찬가지였다.

벽 안에 다른 보석들이 더 있을 것 같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연이가 가져온 나뭇가지와 돌멩이 중에서 하나씩 골랐다.

현우는 마법을 사용해 여러 개의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움직이게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창고의 벽을 팠다. 민규는 급한 마음에 손으로 벽을 팠다. 민규의 손이 흙으로 지저분해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벽의 구멍이 조금씩 더 크고 깊어졌다. 벽을 파다가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면 그때부터는 조심스럽게 팠다. 두 시간 후, 아이들은 보석 세 개를 더 찾았다. 벽을 더 뒤졌지만, 더 이상 없는 것 같았다.

보석을 모두 찾고 나니 갑자기 벽에 있던 버섯들이 빛을 잃었다. 형편없는 잿빛으로 변한 것이다. 마치 자신의 역할이 끝나버린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버섯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오직 자신들이 발견한 보석에만 관심을 쏟았다.

이런 허름한 창고 벽 안에 학교의 보석이 숨겨져 있었다니. 그것도 네 개나 되는 보석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찾은 보석의 흙을 닦고 창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이들의 발아래 장미같이 빨간색 빛이 도는 루비, 싱그러운 초록색 빛인 에메랄드, 깊은 바다가 떠오르는 파란색 빛의 사파이어, 세상을 다 비출 것 같은 투명한 다이아몬드. 네 개의 보석이 반짝였다.

“와, 나 김민규, 버섯 관찰하다 반짝이는 보석을 찾아내다…. 이거 뉴스 1면에 나와도 될 거 같은데? 내 덕분에 보석을 찾아냈어. 너희들 나한테 감사하게 생각해라.”

“어휴, 김민규 잘난 체 좀 그만해. 그 벽에 보석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진짜로 보석을 찾은 건 지연이잖아. 지연이가 벽을 파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보석을 찾지 못했을 거라고. 지연이한테 고마워해야지.”

봄이가 쏘아붙이며 말했다.

지연이는 쑥스러운 듯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평소 지연이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했다. 조금 전에 보여주던 적극적인 지연이는 찾을 수 없었다.

보석을 찾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찾은 이 보석들이 진짜 학교의 보석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좀 더 알아봐야 했다.

말하는 동상이 늘 떠들어대던 내용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할 거로 생각했는데 거창하지 않아 약간 실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꽤 큰데? 이 보석들이 아름이를 살아나게 해 주면 좋겠다.”

“나도.”

봄이와 현우는 실망감을 털어버리려는 듯 일부러 크고 명랑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이것들이 진짜 학교의 보석인지 알 수 있을까? 막막했다. 그때 지연이가 좋은 생각을 냈다. 말하는 동상에게 그 보석들을 가져가 보자고 한 것이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조용할 때 말하는 동상에게 이 보석들이 맞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보석을 한 명에게 모두 맡겨두거나 한꺼번에 숨겨 놓으면 다른 누군가 가져가거나 잃어버릴까 봐 걱정되었다. 한참 고민한 끝에 각자 하나씩 나누어 가지고 있기로 했다.

빨간색 빛의 루비는 봄이가, 푸른빛의 사파이어는 현우가, 나머지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는 각각 민규와 지연이가 보관하기로 했다. 각자 보관하기로 한 보석들을 옷 속 깊은 곳에 넣고 창고를 나왔다. 허름한 창고의 문을 조심히 닫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교실로 향했다. 보석을 뺏긴 허름한 창고는 평소보다 더 허름해 보였다.

아이들의 관심은 온종일 보석에 쏠려 있었다. 수업을 어떤 정신으로 들었는지 기억나지도 않았다. 수업 내내 네 사람은 품속의 보석을 만지작거리며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학교가 조용해지자 아이들이 말하는 동상 앞에 갔다. 말하는 동상은 아이들을 보자 또 수다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이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놀라운 보석이 숨어있다는 것까지. 똑같은 레퍼토리였다. 평소 같았으면 이 동상의 수다스럽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흘려들어 버렸을 아이들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말하는 동상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동상은 평소 관심을 주지 않던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자 더욱 신나서 떠들어댔다.

“진짜 학교에 보석이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그 보석들은 각자 다른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어. 그 능력은 비밀이야. ㅎㅎ 보석을 가진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그 보석들은 보석을 가진 자와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자신의 힘을 빌려주지 않아. 보석이 자신을 소유한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느끼면 힘을 빌려주거든.”

말하는 동상은 아이들이 묻는 말에 대답했다. 아이들은 동상에게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진짜냐고 물었다. 동상은 신이 나서 자신이 한 이야기는 맹세코 진짜이며 이것이 거짓이라면 자신을 불에 던져버려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네 명의 아이가 조심스럽게 품에서 보석을 꺼냈다. 동상은 신나게 떠들다가 아이들이 꺼낸 보석을 보았다. 동상은 놀라서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더니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다물었다. 초조한 듯 두 눈동자도 심하게 흔들렸다. 갑자기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듯 거세게 고개를 저어댔다. 동상의 색까지 달라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동상이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동상이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일반 동상처럼 모습을 바꿔버린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동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동상의 반응을 보고 이것이 학교의 진짜 보석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보석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러나 동상은 절대 이야기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말하는 동상에게 보석의 정보를 얻기는 힘들 것 같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하교 후에 네 사람은 보석과 아름이에 관해 알아보았다. 그 후 모두 모여 자신들이 알아본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름이에 관한 이야기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자신들이 느꼈던 것처럼 선생님들이 어느 순간부터 아름이에게 차갑게 대했던 것, 아름이의 마법 성적이 이상하리만치 형편없었던 것 정도였다. 간혹 아름이가 이한영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거나 수학 선생님이 아름이를 닦달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아이들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아름이가 죽게 된 원인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름이에 관해 알아볼수록 아름이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커졌다. 아름이가 많이 보고 싶은 날에는 아이들은 산책길에 들렀다. 그곳은 아름이와 자주 갔던 곳이라 가면 아름이와 있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늘도 아름이가 그리워 산책길에 갔다.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아름이가 좋아했던 민들레 홀씨가 날아왔다. 봄이는 그걸 보자 아름이와 민들레 홀씨를 불면서 놀던 생각이 났다.

서로 누가 더 민들레 홀씨를 멀리 날리는지 세게 불다가 서로 얼굴에 대고 불어서 서로의 얼굴에 민들레 홀씨가 다 붙어 버렸지. 민들레 홀씨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마주 보고 깔깔거리고 웃었는데.

봄이는 마술 지팡이를 살짝 흔들어 민들레 홀씨로 아름이의 모습을 만들어보았다.

“아. 아름아….”

“어. 아름이 모습이네. 아름이 너무 보고 싶다.”

현우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봄이는 갑자기 울컥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평소 잘 울지 않는 봄이었다.

아름이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커졌다. 봄이는 더 크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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