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령이 날아왔다. 전령은 마법사들끼리 간단한 이야기를 전하거나 심부름을 하는 작은 요정이다. 누리가 보낸 전령이었다.
누리는 아름이가 죽던 날, 학교에서 아름이를 보았다고 한다. 전령이 스피커같이 생긴 입으로 누리의 말을 전했다.
“아름이가 죽던 날 교무실 앞에 아름이가 서 있었어. 아름이가 선생님들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는데 교무실 앞에 있어서 의아했거든. 그래서 아름이를 계속 봤지.”
수학 선생님이 아름이를 닦달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아름이가 직접 교무실에 갔다고? 아름이가 왜 교무실에 갔을까? 전령이 전하는 것이라 물어볼 수 없었다. 전령은 계속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었어. 아름이가 교무실을 나올 때 무언가를 숨기듯이 주머니를 꼭 감싸 안고 나오더라고.”
전령이 전한 것은 거기까지였다. 누리의 이야기를 모두 전한 전령은 꺄르륵 웃으며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아이들은 생각에 잠겼다. 교무실에서 뭘 가지고 나온 거지?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름이가 왜 죽게 되었는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 막혀버린 것 같았다. 보석의 능력이라도 알면 아름이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보석이 분명히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했는데…. 보석의 능력을 안다면 도움이 될 거야.”
답답한 아이들은 다시 말하는 동상에게 갔다. 아이들은 동상을 협박도 하고 회유도 했다. 말하는 동상은 단순한 데다 수다스러운 편이라 잘 구슬리면 보석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말하는 동상은 다른 이야기는 술술 하다가도 보석 이야기만 나오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말하는 동상은 보석에 관해서 물을 때마다 울상을 지었다. 그래도 계속 보석에 관해 묻다 보면 수다 본능으로 자기도 모르게 보석에 관한 것을 조금씩 흘리곤 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보석에 대해 말했다는 것을 깨달으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면 갑자기 보통 동상처럼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말하는 동상은 간지럼을 많이 타는 편이다. 특히 겨드랑이 쪽에 깃털로 조금만 간질거려도 깔깔거리며 견디지 못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걸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보석 이야기를 했을 때는 아무리 동상을 간질여도 소용없었다. 동상의 반응을 보면 동상이 보석에 대해 얼마나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말하는 동상에게 더 이상의 정보를 알기 힘들 것 같았다.
네 사람은 보석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도 갔다. 하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찾은 책에는 학교의 역사나 전통, 학교의 상징이 네 가지 색이고 그 색이 네 가지 보석의 색을 뜻한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었다. 어디에도 아이들이 필요한 보석의 사용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학교 도서관의 책을 거의 다 찾아보았지만, 보석에 대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보석이 있었던 장소와 상관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보석이 있었던 그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 위험할 것 같았다. 만약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보석이 있던 허름한 창고와 가장 가까운 장소에서 모이기로 했다. 들킬까 봐 기척을 숨기는 마법을 최대한으로 사용해서 허름한 창고 옆에 서 있는 소리 지르는 나무 밑에서 모이기로 했다. 소리 지르는 나무의 소리에 자신들의 소리가 묻혀 아무도 자신들의 소리를 듣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이들도 소리 지르는 나무의 소리가 너무 커서 귀청이 찢어질 수 있으므로 소리 지르는 나무 밑에 모이기 위해서 귀마개는 필수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도대체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건지.
소리 지르는 나무는 아멜리아가 지어졌을 때, 어쩌면 그전부터 있던 커다랗고 오래된 고목이다. 나뭇가지는 하늘을 찌를 듯 높고 빽빽했다. 나무가 소리를 내면 나뭇가지가 소리를 사방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보통의 나무들이 그렇듯 이 나무도 처음부터 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멜리아 중학교가 지어질 때 마법의 영향을 받아서 아멜리아 중학교 내의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교장은 모든 존재가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장이 다시 마법을 써서 마법의 능력을 거두었는데 무엇 때문인지 소리 지르는 나무는 여전히 말을 할 수 있었다. 교장은 말하는 나무에게 약간의 제약을 걸었다. 말은 하되 사람과 대화는 안 되게 한 것이다.
나무는 그동안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었다. 말을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소리를 냈으나 교장의 마법으로 아무도 나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 후 나무의 이름은 말하는 나무가 아니라 소리 지르는 나무가 되었다. 너무 큰소리와 분명하지 않은 발음 때문에 나무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그 소리를 자세히 들어 보려는 노력을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봄이, 민규, 현우, 지연 이 아이들이 학교의 보석을 가지고 자신에게 왔다. 소리 지르는 나무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보석들을 알아보았다. 나무는 아이들이 보석의 능력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보석의 힘으로 자신도 원래의 말하는 나무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리 지르는 나무는 아이들에게 보석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소리는 아이들에게 괴성으로 들릴 뿐이었다. 그래도 나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아이들에게 보석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늘따라 소리 지르는 나무의 소리가 더 큰 것 같아.”
아이들은 귀마개를 단단히 하고 품속에서 보석을 꺼냈다.
보석을 창고 가까이 최대한 손을 뻗어서 가까이 가져갔다. 하지만 보석들은 역시 반응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보석의 사용 방법을 찾고 싶어서 아이들은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보석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창고에 최대한 보석을 가까이해서 보석을 비벼보기도 하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온갖 마법 주문을 외워보기도 하고, 보석을 햇빛에 비춰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보석들은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소리 지르는 나무는 자신에게 남아 있던 미약한 마법의 힘을 끌어모았다. 교장이 제약을 걸어 오랜 시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서 마법의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마법의 힘을 작은 한 방울의 이슬로 만들었다. 그 이슬을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아이의 마법 지팡이에 흡수시켰다. 그 아이는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