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이는 ‘아멜리아’ 책을 여러 번 꼼꼼하게 보았지만, 책에서 아름이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하긴 이 오래된 책에 최근에 관한 내용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답답한 아이들은 점술사에게 찾아가 아름이의 죽음에 관해 물었다. 그런데 점술사는 아름이와 관련해서 수정구슬이 탁해질 정도로 검은 연기가 가득 보인다며 아름이의 죽음에 강한 흑마법이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수정구슬에 언뜻 학교 선생님들의 얼굴이 보였다.
“어? 이 사람들은 뭐예요?”
“아, 이 사람들은 그 아이와 관련된 사람들이네. 그런데 이 사람들도 약하지만, 흑마법에 걸려 있는 듯하군. 이 사람들도 조심해.”
“위험한가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이 사람들은 자신이 흑마법에 걸려 있는지도 모르고 있네.”
선생님들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봄이가 루비의 능력을 이용해 과학 선생님으로 변신해 선생님들을 엿보기로 했다. 봄이가 과학 선생님을 떠올리자 아이들 앞에 과학 선생님이 나타났다. 아무리 봐도 과학 선생님이었다. 다시 봐도 신기했다.
“와, 진짜 과학 선생님이네. 신기하다.”
“아아. 진짜 과학 선생님 같아? 어? 목소리도 과학 선생님인데?”
“봄아, 너 진짜 과학 선생님 같아.”
“정말 신기하다.”
다른 아이들은 봄이가 교무실에 다녀와서 신호를 줄 때까지 과학 선생님을 찾아서 선생님이 교무실에 가지 못하게 잡아 놓기로 했다. 현우, 민규가 과학 선생님을 찾아서 엉뚱한 소리로 시간을 벌고 있는 사이 과학 선생님으로 변신한 봄이는 조심스럽게 교무실로 들어갔다.
마침 선생님들이 아름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봄이는 자신의 정체가 들킬까 봐 조심스럽게 선생님들 뒤에 섰다. 그런데 다행히 다른 선생님들은 봄이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송아름 학생 참 딱하게 됐어…. 우리가 너무 심했나?”
“아니, 아름이가 죽을 줄 우리도 몰랐잖아.”
“아름이가 그 사실을 안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아? 이 일들은 그대로 묻힐 거야.”
“그래도 아름이가 죽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그랬으면 한 명 덜 구해도 되었을 텐데, 아, 한 명을 어디서 또 구하지?”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봄이는 선생님들의 대화를 듣고 소름이 끼쳤다. 봄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교무실에서 들었던 내용을 다른 아이들에게 알렸다.
“설마 했는데…. 역시 아름이 죽음에 선생님들이 연관된 게 확실해….”
“이 일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일인 것 같아.”
“우리 너무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거 아니야?”
“그렇다고 우리 아름이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
“선생님들에게 기대하면 안 되겠어. 선생님들은 한 편인 것 같아.”
“그래, 우리끼리 알아봐야겠어.”
“그런데 선생님의 도움도 받지 못하면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하지?”
그래도 의지할 사람이 선생님들이었는데 그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난감했다.
“아름이의 일기장이 있잖아! 거기에 뭔가가 있을 거야.”
아름이는 평소 일기를 쓰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아름이의 일기장은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그 마법을 아는 사람만 일기장을 볼 수 있었는데 아름이의 일기장을 통해 비밀을 공유한 느낌이라 아이들은 그 일기장을 좋아했다.
“그 일기장에 뭔가 쓰여 있지 않을까?”
“그래, 최근에는 아름이가 일기장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지 않았는데, 뭔가 써 놓지 않았을까?”
“아름이 일기장이라. 어디에 있을까?”
“아름이는 항상 책가방에 일기장을 넣어 다녔어. 책가방에 있을 것 같아.”
“그럼, 아름이 책가방부터 찾아보자.”
아이들은 일기장을 찾기 위해 아름이 집에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그래. 우리 아름이 친구들이구나. 민규에게 연락받았단다. 어서 와.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아이들은 아름이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아름이 방으로 갔다. 방에는 아름이의 흔적이 가득했다. 아름이가 떠올랐다. 명랑한 우리 아름이.
하지만 아름이에 대한 추억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아름이의 일기장을 찾아야 했다. 일기장에 분명히 죽음과 관련된 힌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꼭 찾아야 했다. 책상에 아름이의 책가방이 있었다. 아름이 책가방에는 아이들이 나눠 가진 이름표가 잔뜩 붙어있었다. 이현우, 서지연, 송아름, 이 봄, 김민규… 모두 아름이 가방에 붙은 자신들의 이름표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아름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봄이가 아름이의 책가방 안을 살펴보았다.
역시.
아름이의 책가방 안에 일기장이 있었다. 그 일기장은 아무나 볼 수 없는 비밀 일기장이다. 일기장의 비밀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반 공책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름이를 잘 아는 아이들은 그 공책이 일기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봄이가 일기장을 펼치고 마법 지팡이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동그라미를 그리고, 왼쪽으로 다섯 번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송아름’이라고 쓰고 비밀 암호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수업 내용이 가득 필기되어 있던 공책의 글자가 재조합되며 아름이가 쓴 일기장 내용이 드러났다.
아마 이 일기장의 비밀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이것은 일기장이 아니라 그냥 수업 내용을 필기한 공책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마법을 풀기 전 아름이 일기장은 정말 열심히 수업 내용을 한가득 필기해 놓은 공책이었기 때문이다.
다 함께 아름이의 일기장을 읽었다. 일기 초반에는 아름이의 일상, 재밌고 행복한 내용이 가득했다. 모두 아름이와 이 일기를 읽으며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는 참 행복했는데. 일기를 읽어주면서 깔깔거리고 웃었던 기억이 가득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다들 자기도 모르게 입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일기장 중반부터 아름이가 힘들었던 일들이 쓰여 있었다. 결코 즐거운 내용이 아니었다. 아름이의 힘들었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특히 죽기 일주일 전 일기는 읽기도 힘들 정도였다. 봄이가 흐느껴 울자 현우가 봄이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선생님들은 왜 나를 싫어할까? 설마 내가 그 내용을 들어서 그런가?’
“그 내용? 그 내용이 뭐지?”
“아름이가 알고 있다는 그 내용이 아름이의 죽음과 상관있나 봐.”
“그 내용이 아름이를 그렇게 만든 걸까?”
심각한 표정으로 지연이가 말했다. 현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내용’과 선생님들과의 일을 찾기 위해 일기장을 꼼꼼하게 읽었다. 하지만 일기장에는 선생님들과의 일이나 ‘그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건 없었다.
“엇!”
갑자기 민규가 소리쳤다.
“왜? 무슨 일이야?”
“여기 봐. 보석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어.”
‘학교의 보석이 있다고 한다. 아직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 보석을 찾아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그 보석만 찾는다면 내가 들었던 내용과 관련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아름이의 일기를 읽고 나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름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을까?
아이들은 아름이의 일기장을 가져가기로 했다. 일기장을 좀 더 꼼꼼하게 보면 분명히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좀 더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얘들아, 저녁 먹고 가거라. 너희를 보니 우리 아름이가 생각나는구나.”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아름이 어머니가 차려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음식은 입에 맞니?”
“네, 정말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아, 며칠 전에 아름이 학교 선생님이 우리 집에 다녀가셨어. 좀 젊은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그 선생님이 아름이 곰 인형을 가져가셨어. 돌려주겠다고 하고 가져가셨는데 연락이 없으시네. 혹시 너희들이 찾아줄 수 있겠니? 아름이의 손때가 묻은 거라 우리에게는 소중한 물건이란다.”
“네, 저희가 꼭 여쭤보고 찾아드릴게요.”
아이들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아름이 집을 나왔다.
“정말 선생님들과 연관이 있을까? 정말 그러면 소름 돋을 것 같아.”
“아름이 일기 못 봤어? 연관 있는 게 틀림없어.”
“그러게. 그나저나 아름이 집에 온 선생님은 누굴까? 왜 아름이 곰 인형을 들고 갔을까?”
“아름이 곰 인형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봄아, 네 생각은 어때?”
“그런 거 같아. 아름이 곰 인형을 찾으려면 일단 학교로 가야 할 것 같아.”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학교에 가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