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뒤 으슥한 곳에서 수학 선생님이 서류를 잔뜩 쌓아놓고 그 서류들을 태우고 있었다. 불이 잘 붙지 않는지 불꽃이 나오는 마법을 계속 중얼거렸다.
지연이가 담임 선생님을 찾다가 수학 선생님을 발견했다.
“선생님. 여기에서 뭐 하세요?”
“어? 아무것도 아니야. 늦었는데 아직도 안 갔니?”
지연이가 보지 못하도록 수학 선생님은 태우고 있던 것들을 몸으로 가렸다. 당황하는 수학 선생님을 보자 분명히 수학 선생님이 숨기는 것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곰 인형과 녹음기에서 들었던 수학 선생님 목소리가 생각났다. 지연이는 평소 같지 않게 일부러 크게 말하며 수학 선생님을 떠보았다.
“선생님, 뭘 태우고 계셨어요? 어휴, 냄새.”
“태우긴 뭘 태워. 마법 연습하고 있었지. 요즘 잘 안 써서 그런지 마음대로 잘 안되더라고. 하하. 선생님은 먼저 들어가 봐야겠다.”
수학 선생님은 자신이 태우고 있던 서류의 불을 끄고 반쯤 탄 서류를 껴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본 지연이는 확실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저 오늘은 다리가 너무 아픈데요. 혹시 좀 데려다줄 수 있어요?”
“어, 그래? 조금만 기다려.”
“미리 말씀드리지만, 우리 집에 가는 길이 좀 엉망이에요.”
지연이는 일부러 울퉁불퉁하고 복잡한 길로 안내했다. 길이 험해서 운전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결국 돌 사이에 끼어서 차가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지연아. 아무래도 차가 어디에 낀 거 같아. 잠깐 있어 봐.”
수학 선생님은 차를 확인하기 위해 내렸다. 이때다 싶어 지연이는 선생님의 차 안을 살폈다. 평소 소극적이던 지연이가 아니었다. 지금이 수학 선생님의 차를 살펴볼 유일한 기회였다.
의자 사이에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기억하는 잎이었다. 기억하는 잎이라니. 기억하는 잎에 분명 수학 선생님과 관련된 기억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지연이는 기억하는 잎을 가방에 넣었다.
차 안의 쓰레기통도 뒤졌다. 쓰레기통에는 수학 선생님이 끄적인 메모가 있었다. 그것도 쓸모 있을 것 같아 가방 속에 넣었다.
더 찾을 것이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수학 선생님이 차를 탔다. 지연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앉았다.
“지연아, 오래 기다렸지? 빨리 집에 가자.”
수학 선생님은 지연이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내일 봬요.”
마음이 급했다. 지연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지도 않고 책상에 앉았다.
서둘러 마법 지팡이에 기억하는 잎을 대고 마법 주문을 외웠다. 기억하는 잎의 기억이 마법 지팡이 끝에 비쳤다. 그런데 기억하는 잎에 남아 있는 기억이 없었다. 조금 더 집중하니 하나의 기억이 보였다. 그 기억의 이름은 ‘교장 선생님 결재’였다. 지연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기억을 살짝 건드려 깨웠다. 하지만 안타깝게 그 기억도 비어 있었다. 분명 뭔가가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다.
‘아, 메모도 있었지.’
지연이는 아까 찾았던 메모를 꺼냈다. 그 메모에는 ‘아멜리아 중학교’라고 쓰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이름이 잔뜩 메모가 되어 있었다.
‘어? 이런 애도 우리 학교에 있었나?’
처음 보는 이름들이었다. 꽤 많은 아이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 이름들이 수학 선생님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지연이 혼자서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기억하는 잎과 메모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내일 친구들에게 이 메모와 기억하는 잎을 보여줘야겠다. 친구들과 의논해보면 분명 뭔가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겠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수학 선생님은 아름이의 죽음과 꽤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아름이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지연이는 자신도 모르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