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 이제 뭐 해야 해?”
서로 눈치만 보았다.
봄이가 한숨을 푹 쉬며 이야기했다.
“뭐하긴, 교장 선생님을 없애야지.”
다른 아이들이 깜짝 놀라 봄이를 쳐다봤다.
“그때 교장 선생님 사라진 거 아니었어?”
“사라지긴 했지. 그런데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봄이가 잘난 척하면서 설명했다.
오랜 시간 동안 교장이 이 보석을 소유하면서 이 보석과 교장은 서로 교감을 통해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교장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이 보석을 부숴야 한다고 했다.
현우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다 같이 봤잖아. 그때 교장 선생님이 사라지고 국어 선생님이 학교를 정화해줬잖아.”
“아, 답답하네. 사라지긴 했지. 하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고. 교장 선생님이 이 보석이랑 이어져 있다고. 이 보석이 존재하는 이상 교장 선생님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어. 그래서 교장 선생님을 없애려면 이 보석을 부숴야 한다는 말이야. 알겠어?”
봄이가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답답했다.
한참 흥분해서 이야기하던 봄이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 그동안의 일이 생각나서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
나쁜 사람이긴 했지만, 교장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망설여졌다.
그건 생명을 빼앗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교장을 그대로 둔다면 아멜리아 중학교 학생들은 계속 사라질 것이고, 제2의 아름이, 제3의 아름이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또다시 그렇게 되도록 둘 수는 없었다.
다들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봄이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면 보석을 부수는 것에 다들 동의하는 거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석을 부술만한 곳을 찾기로 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부숴야 할 것 같았다.
현우가 자신이 아는 장소가 있다고 했다. 가끔 몸과 마음이 힘들 때 가는 곳인데 조용하고 으슥해서 보석을 부수기 좋을 거라고 했다.
가는 길이 험해서 조금 힘들었다.
뒤에서 봄이의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풀을 헤치며 가다 보니 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왔어, 얘들아!”
현우가 옆으로 비키자 아이들의 눈에 아름다운 풍경이 들어왔다.
붉은빛이 일렁이는 태양이 바다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주황색과 노란색 빛이 어우러져 하늘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았다.
모두들 아름다운 광경에 그대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현우가 여기서 힐링한다는 것이 이해되었다.
넋이 나간 아이들 옆에서 현우가 말했다.
“교장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기에 무척 낭만적이고 아름답지?”
모두 피식 웃었다.
“야, 오히려 교장 선생님한테 이런 곳을 선택해서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들은 교장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교장 선생님,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교장 선생님을 용서 못 하겠어요. 죄송해요.”
“교장 선생님, 저희에게 잘해주셔서 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상처받았어요. 아니, 많이요. 저도 용서는 못 할 것 같네요. 죄송해요.”
“교장 선생님, 죄송해요.”
민규에게 이어 봄이, 지연이가 말했다.
다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심호흡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꼭 큰 죄를 저지르는 것 같았다. 누군가를 없앤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보석을 바라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름이가 죽은 것, 보석을 찾던 것, 민규가 보석을 학교에 가지고 갔던 것, 김혜림 선생님과 함께 교장의 동상과 교장을 물리쳤던 일 등 지금까지 이 보석 때문에 있었던 많은 일이 떠올랐다.
이제 진짜 이 보석과 작별해야 한다.
온몸이 떨렸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하자.”
현우의 손에서 보석이 미끄러졌다. 현우의 손이 땀에 젖어 있었다. 침착한 편인 현우도 긴장한 것 같았다.
“아, 미안해.”
현우는 급하게 손을 닦고 다시 돌을 집었다.
손의 보석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봄이가 숫자를 셌다.
“5…4…”
봄이가 숫자를 세기 시작하자 다른 아이들도 같이 숫자를 셌다.
“3…2…1!!”
카운트가 끝나고 손에 있던 보석을 바닥에 세게 집어던졌다.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던 보석이다.
그런 보석이 바닥에 닿자 산산조각이 났다.
이렇게 쉽게 부서지다니.
허무할 정도였다.
이렇게 쉽게 부서질 보석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힘든 일들을 겪었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보석이 부서졌으니 이제 다 끝났다는 해방감도 들었다.
그때였다.
사파이어 조각이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가 싶더니 파란색을 띤 한 줄기의 빛이 되어 하늘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늘색과 파란색의 중간쯤 되는 영롱한 빛이 하늘로 향했다.
나머지 보석도 마찬가지였다.
빨간색 빛, 초록색 빛이 하늘을 비추었다.
지연이가 다이아몬드를 봤다.
투명한 반짝이는 빛이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보석의 빛들은 땅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네 가지 빛이 하늘에 닿자 엄청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네 가지 빛이 빙글빙글 돌며 커다란 원을 그렸다.
빛이 만드는 원이 점점 더 커지고 빨라졌다. 빛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굉음도 더 커졌다.
빛이 하늘에 닿자 다이아몬드와 루비 조각도 하늘로 올라갔다.
뒤이어 다른 보석 조각도 서서히 하늘로 올라갔다. 보석 조각들이 커다란 빛의 원 안으로 들어갔다.
빛이 더욱더 강하게 빛났다.
이 세상에 어둠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다 사라지게 할 것 같았다. 너무 눈부셔서 계속 바라보기 힘들었다.
하늘이 진동했다.
마치 보석 조각들이 하늘을 깨운 것 같았다. 하늘은 잠에서 깬 듯 포효했다.
소리가 점점 커졌다.
하늘도 점점 더 세게 진동했다.
하늘에서 밝은 빛이 비쳤다. 눈이 부셔서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기 힘들었다. 빛의 밝기만큼 소리도 커졌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온 세상이 빛으로 뒤덮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때 하늘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 같은 것이 들렸다.
엄청난 소리였다.
그 소리에 하늘을 보자 하늘에서 보석이 부서진 잔해가 반짝거리며 눈처럼 내려왔다.
처음에 아이들이 부쉈던 것보다 훨씬 작은 조각이 하늘에서 내렸다.
네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보석 조각이 내리고 있었다. 보석 조각들이 몸에 닿는 순간, 눈이 녹는 것처럼 사라졌다.
보석이 닿았던 곳은 반짝하고 빛나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하늘이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모두 믿기지 않는 듯 하늘과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