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비밀 58

재회

by 혜림

저 멀리 빛기둥이 보였다. 모두 뭔가에 홀린 듯 빛기둥으로 갔다

빛기둥은 아름이의 무덤을 비추고 있었다.

빛을 보고 있는데 빛기둥 안에서 한 사람이 아이들 곁으로 다가왔다. 그 사람은 아름이었다.

“얘들아. 고맙다.”

갑자기 등장한 아름이의 모습에 모두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곧 눈앞의 사람이 진짜 아름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은 반가움의 눈물을 흘렸다. 아름이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만난 아름이에게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다. 봄이는 눈물을 닦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짜 아름이 맞지?”

아이들 모두 아름이의 대답을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응, 나야.”

봄이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너 진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다른 아이들도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현우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다들 울지 마. 오랜만에 만났잖아.”

“아름아. 너무 보고 싶었어.”

지연이가 아름이를 꼭 껴안았다.

“다들 날 걱정해줘서 고마워. 이때까지 너희들 다 봤어. 다들 엄청 멋있더라.”

“뭐야. 그게.”

민규가 머쓱한 듯 미소를 띠었다. 민규의 반응에 다들 웃었다.


지연이가 할 말이 있는 듯 주저주저했다.

“지연아. 너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어?”

“아니. 다들 이렇게 웃는 모습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

“그렇고 보니, 우리 그동안 너무 안 웃었던 것 같네.”

“그럼. 이때까지 못 웃었던 만큼 지금 웃으면 되지. 다섯 명이 함께. 다 같이.”

“뭐야. 이 봄 주제에 멋있는 말이나 하고.”

민규의 말에 모두 함께 웃었다. 다들 한참 동안 웃고 떠들었다.

아름이가 죽기 전 즐거웠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 시간이 영원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아름이와 함께 있다.

지금이 영원하기를….

각자 자신들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이별을 느끼고 있었다. 지연이는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름이가 말했다.

“나, 이제 가야 한다.”

다들 아름이를 보내기 싫었다. 아름이가 무거운 분위기를 깨기 위해 활짝 웃었다.

“다들 얼굴이 왜 이렇게 어두워? 괜찮아. 활짝 웃고, 항상 웃으며 지내.”

아름이 말에도 아이들은 좀처럼 웃지 못했다.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지연이였다.

“아름아, 우리 이대로 같이 있으면 안 돼?”

지연이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아름이를 쳐다봤다.

“다들 왜 이래, 얼른 가야지.”

말하는 아름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저 멀리서 환한 빛이 비쳤다.

“나는 가야 해. 다들 건강하게 잘 있어. 보고 싶어도 조금 참고.”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름이는 빛을 향해 걸어갔다.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름이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런데 빛으로 들어가던 아름이가 갑자기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민규야, 현우야, 지연아, 봄아. 이거 갖고 가. 내 선물이야. 모두 고맙다.”


공책과 투명한 유리병이었다.

수학 선생님이 찾던 그 투명한 유리병이었다.


역시 이 유리병은 아름이가 갖고 있었구나.


“이 유리병 안에 있는 건 그동안 실종됐던 애들 영혼이야. 이걸 열어서 걔들을 풀어주려고 했는데…. 너네가 나 대신 이 영혼들 좀 풀어줘라. 그리고 이 공책은….”

현우가 아름이에게 받은 공책을 열어보려 했다.

“지금 열어보지 말고 내가 가고 나서 봐. 부끄러우니까.”

그 말에 아이들은 미소 지었다.

아이들은 웃는 얼굴로 아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름이도 아이들의 웃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아름이는 빛 속에서 아이들을 지켜봤다.

‘다들 고맙다. 이제는 웃으면서 살아라.’

아름이는 미소를 띠었다.


아이들의 손에 아름이가 준 투명한 유리병과 공책이 있었다. 투명한 유리병 안에서 투명한 액체가 찰랑이고 있었다.

이 액체들이 아이들의 영혼이라니.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투명한 유리병을 보았다.

“이 영혼들, 우리가 풀어주자. 이현우, 네가 열어줘.”


역시 봄이었다.

현우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투명한 유리병의 뚜껑을 열었다.

유리병 안의 액체가 여러 색의 빛으로 변하더니 유리병에서 쏟아져 나왔다. 빛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유리병 안에서 빛이 끝도 없이 나왔다.

얼마나 많은 영혼이 여기에 갇혀 있었을까.

얼핏 보면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유리병에서 나온 어떤 빛들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듯 아이들 주변을 몇 번 돌기도 했다. 빛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마 자기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리라.

어느새 투명한 유리병이 텅 비었다.


“저 영혼들이 이제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현우는 텅 빈 유리병을 보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투명한 유리병 속이 텅 빈 것을 보고 민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 죽은 거 맞지? 영혼들도 제자리로 돌아간 거고? 이제 끝난 거지?”

다른 아이들 역시 상황이 아직 파악되지 않은 듯 민규의 말을 듣지 못했다. 유일하게 민규의 말을 들은 지연이가 민규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엄청난 힘을 가진 보석이 힘없이 깨지고, 그 보석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눈처럼 내리고, 죽었던 아름이가 나타나고, 실종되었던 아이들의 영혼까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겪은 느낌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풀잎 위에 아직 다 녹지 않은 보석 조각이 있었다. 보석 조각들이 햇빛을 받아 빨강, 파랑, 초록, 투명 등 여러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현우가 풀잎을 쓱 만지자 보석 조각이 반짝 빛나고 스르륵 사라졌다. 신기했다. 다른 아이들도 풀잎을 만졌다. 아이들이 풀잎을 만질 때마다 보석 조각들이 반짝이며 사라졌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건 처음 봤어. 평생 못 잊을 거야. 정말로. 너무 아름다워.”

봄이는 감탄했다.

보이는 조각마다 만졌다.


민규는 계속 걱정이 되는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야. 진짜 교장 선생님 죽은 거 맞아? 안 죽었으면 어떡해!”

민규의 질문에 봄이가 웃으며 말했다.

“끝났겠지. 확실하게.”

민규는 봄이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뭐…. 나중에 알게 되겠지. 보석도 없어졌으니. 그럼 이제 정말 끝?”

봄이가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응, 정말 끝!”

아이들은 환호를 질렀다.

“와!! 근데 아까 진짜 굉장하지 않았어? 특히 민규가 갖고 있던 초록색 빛이 올라갈 때 진짜 용 같았어! 나 진짜 감탄했다니까?”

현우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까 하늘에서 보석 조각들이 떨어지는 거 봤어? 그런 멋진 모습은 처음 봤어. 혹시 아까 하늘에서 큰 소리가 나고 진동한 게 이 보석들을 조각조각 가느라 그런 거 아니야?”

아이들은 현우의 그럴싸한 추리에 감탄했다.


봄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근데 교장 선생님을 이렇게 아름답게 죽이다니 뭔가 아쉽네. 좀 더 무서운 방법으로 복수했어야 하는데.”


역시 봄이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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