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비밀 59

선물

by 혜림

제 할 일을 끝낸 아이들은 아름이 무덤에 돌아가서 짐을 챙기기로 했다. 분명 새벽에 모였는데 언덕에서 내려오니 벌써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다.

“아. 배고프다. 빨리 가서 점심 먹자.”

아름이의 무덤에 누군가 서 있었다.


지연이가 외쳤다.

“어, 저기 저 사람은….”

그 사람은 아이들은 보지 못하고 아름이의 무덤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미안. 선생님이 너무 늦었지. 이런 일이 처음이라 선생님도 무서웠단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그깟 교장의 영생 때문에…. 너를 지켰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김혜림은 잠시 묵념했다.

주변의 산새가 김혜림의 마음을 읽은 듯 함께 울고 있었다.

“저 새가 아름이 너는 아니겠지? 보고 싶다 아름아. 다음에 또 올게.”


“선생님!!”

‘누구지?’

김혜림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봄이, 지연이, 민규, 현우 네 명의 아이들이었다.

“너희들 왔니? 왔다가 벌써 간 줄 알았는데.”

김혜림의 말에 봄이가 대답했다.

“그게… 저희 아름이를 만났어요.”

“아름이를?”

“네”

아이들이 다 같이 큰 소리로 답했다.


밝고 힘 있는 목소리.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진짜 아름이를 만난 걸까? 어디서 만난 거지?’

믿기지 않았다.

김혜림의 생각을 읽은 듯 현우가 말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진짜 아름이를 만났어요. 아름이가 우리 보고 고맙다고 했어요. 아, 그리고 이것도 줬어요.”

현우가 아름의 이름이 적혀있는 공책을 김혜림에게 보여줬다.


김혜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내가 봐도 되겠니?”

“네. 여기요.”

김혜림은 연두색 표지에 크게 ‘송아름’이라고 쓰여 있는 공책을 열어보았다.

공책은 꽤 두꺼웠다.

공책 안에는 아름이와 아이들이 같이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다들 그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잠겼다.

밥을 먹으면서 찍은 사진, 예쁘게 차려입고 찍은 사진, 놀면서 찍은 사진, 웃긴 표정을 짓고 찍은 사진 등 많은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 아이들 모두 밝고 즐거운 얼굴이었다. 사진에는 모두 아름이가 함께 있었다. 아름이도 사진 속에서 밝게 웃고 있었다.

아까 아름이를 만났지만, 사진을 다시 보니 그리워졌다.

“멋진 선물이네. 아쉽진 않니? 이제 아름이를 다시 만나지 못할 텐데.”

“진짜 아쉽고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 그래도 여기 아름이가 우리와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아름이가 항상 웃으면서 지내래요. 그리고 이렇게 멋진 선물도 줬잖아요. 아름이가 보고 싶을 때는 이 선물을 보려고요.”

지연이가 공책을 가리키며 웃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인 듯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이제는 정말로 아름이를 마음에서 보내준 것 같았다.

“이제 가야지.”

“선생님, 배고파요.”

민규의 말에 아이들이 웃었다.


“좋아, 오늘은 선생님이 쏜다.”

아이들이 신나서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자장면, 짬뽕, 떡볶이, 피자, 마라탕, 샤브샤브, 소고기… 평소에 자신들이 먹고 싶었던 온갖 음식이 다 나왔다.

똑같은 음식을 말하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온 세상에 있는 모든 음식을 다 말한 것 같았다.

한 명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할 때마다 다른 아이들은 그게 가능하냐고 구박했고, 말한 아이는 억울해하며 그럼 네가 더 좋은 음식을 말해보라고 하면서 투닥거렸다.

이러다 오늘 밥은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였다.


김혜림은 그 모습을 보며 이 아이들도 일상으로 돌아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

한참 동안 이야기했지만 먹고 싶은 것만 점점 많아질 뿐, 뭘 먹을 것인지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공정하다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음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각자 딱 하나의 음식만 이야기하고 거기서 제일 많이 나온 음식으로 고르기로 했다. 한 번에 결정되지 않아 여러 번 손을 들었다.


결국 결정된 음식은 떡볶이였다.

봄이는 자신이 고르지 않은 떡볶이를 먹어야 한다고 떡볶이집에 가는 내내 투덜거렸다. 하지만 떡볶이를 제일 열심히 먹고 있는 사람은 봄이었다.

봄이는 떡볶이에 튀김, 순대까지 주문해서 야무지게 먹었다. 떡볶이를 한참 먹던 지연이가 봄이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봄아, 너 입에 떡볶이 소스가 잔뜩 묻었어.”

“어? 어디에?”

“자, 여기 거울.”

거울을 본 봄이는 놀랐다.

입가가 온통 빨갰다. 게다가 하얀 상의 여기저기에 빨간 떡볶이 국물이 튀어 있었다.

분명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제일 큰 목소리로 투덜거린 봄이었다.


“헉. 휴지, 휴지….”

봄이는 당황하면서 휴지를 찾았다.

마침 휴지 옆에 앉아 있던 현우가 봄이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현우가 건넨 휴지를 받은 봄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 고, 고마워.”

“어? 봄아, 너 왜 얼굴이 빨개졌어?”

“얼굴이 빨개졌네? 떡볶이 색보다 더 빨간데? 혹시 현우가 휴지를 줘서?”

아이들은 빨갛게 된 봄이의 얼굴을 보고 놀리기 시작했다.

민규가 제일 큰 소리로 놀렸다.

“야! 그럴 수도 있지!”

봄이가 당황하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봄이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더 크게 웃었다.

휴지를 건넸던 현우도 얼굴이 빨개진 채, 어색하게 같이 웃었다. 그런 현우의 모습을 본 봄이는 얼굴이 더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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